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민정입니다. 연말의 공기가 바쁘게 흘러가는 12월입니다. 차가운 겨울바람이 유리창을 두드리고, 거리마다 반짝이는 불빛들이 하나둘씩 켜지고 있어요. 사람들의 마음도 그만큼 분주해지고 있겠죠. 누군가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안도의 숨을 내쉴 테고, 또 누군가는 마음 어딘가 묵직한 무게를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균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 해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한 적, 여러분도 있으셨죠? 때론 그 사이에서 지치고 흔들리면서도, 나만의 리듬을 찾아가던 시간들 말이에요. 아마 그 과정이야말로 우리가 매일같이 살아내고 있는 ‘균형’의 모습 아닐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눠보려 합니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민정의 가장 충만하고도 불완전한 이야기

20대 초반, 첫 취업 후 설레는 마음으로 출근하던 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직장인으로 산지 만으로 10년이 넘었습니다. 시작은 꽤 순조로웠어요. 어릴 때부터 관심 있던 분야였고, 제 강점과도 잘 맞았죠. 사수들에게 늘 인정받는 구성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이게 정말 내가 원하던 일일까? 내가 꿈꾸던 삶일까? 이런 물음표들이 자꾸만 저를 따라다니더라고요. 그 때문에 회사 생활 내내 부업을 병행했습니다. 내 적성에 딱 맞는 일을 찾아내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했거든요. 액세서리 쇼핑몰 창업도 해보고요. 의류 마켓도 열어보고, 핸드메이드 잡화도 판매해 봤습니다. 타 기업의 블로그를 관리해 주거나, SNS 콘텐츠를 제작해 주는 아르바이트도 했었죠.
그렇다고 지금 저의 회사 생활이 몹시 고되거나 괴롭냐면, 또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 덕분에 하루하루 무던히 흘러가고 있어요. 열의가 넘쳤던 예전과 달리 더 높은 성과를 꿈꾸지도 않고,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고 싶은 욕망도 없거든요. 지금의 일은 제게 생계수단이라고나 할까요? 감당할 정도로만 일하고, 먹고 살 만큼만 버는 상태. 큰 애정도 불만도 없는 미적지근한 상태랍니다.
그런 제게 새로운 욕망이 생겼어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입니다. 나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그 글이 누군가의 마음을 토닥여주는 경험이 쌓이면서 제게 이보다 더 짜릿한 일이 있을까 싶더라고요.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퇴근 후 다시 모니터 앞에 앉아 있네요.

그렇지만 이 꿈을 전업으로 가져가기엔 현실적인 고민이 뒤따릅니다. 당장 직장을 그만두고 글만 쓴다고 해서 누가 제 지갑 속으로 꼬박꼬박 생활비를 넣어주는 게 아니니까요. 게다가 작가라는 직업이 특히 애매하잖아요. 어디까지가 성공이고, 어떤 기준을 넘어서야만 전업으로 삼을 수 있는 건지 명확하게 선을 그을 수가 없죠.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험을 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에요.
이런 고민, 사실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요? 해야 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의 갈등 말이에요. 예전의 저는 '하고 싶은 일'에 더 큰 방점을 찍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제발 회사 좀 때려치우고, 글만 쓰고 싶다. 그렇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에 휩싸여 회사 생활이 더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던 적도 많습니다. '이건 정말 내 일이 아닌 것 같다'라고 되뇌면서도 10년이 넘도록 회사의 손을 놓지 않고 있는 스스로를 보며 그냥 평생 이렇게 살 팔자인가? 난 왜 이렇게 입만 살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죠.
그런데 요즘은 좀 생각이 달라졌어요. 내가 꼭 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성공적인 삶인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을 때, 결코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나오더라고요. 되려 지금의 일상이 글쓰기에 방해는커녕 도움이 되고 있다는걸, 자주 느낍니다. 회사 생활을 오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글 쓰는 일을 더 갈망할 수 있었고, 반대로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있으니 회사를 그만두지 않도록 원동력이 되어주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직장인으로 살면서 새로운 글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규칙적인 생활 루틴 덕분에 마냥 퍼지지 않게 되죠. 두 에너지가 서로 부딪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서로를 밀어주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꼭 전업이어야만 작가인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처럼 일상을 기록하고, 나만의 이야기를 쌓아가는 것만으로도 꿈의 상당 부분을 이뤘다 말할 수 있겠더라고요.

물론 언젠가, 정말 언젠가는 글을 쓰는 작가가 저의 본업이 되기를 꿈꾸고 있어요. 그 바람이 사라진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지금 이 균형이 저는 썩 마음에 들어요. 하루의 반은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 나머지 반은 '하고 싶은 일'을 꿈꾸며 견뎌낸다는 거. 이 둘 사이에서 여전히 고민하는 시간들이 있지만, 그 흔들림 안에서 오히려 저만의 중심을 잡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뭐든지 완벽하게 무게를 나누지 않아도 괜찮더라고요. 균형이라는 게 꼭 반반일 필요는 없잖아요? 하고 싶은 일을 꼭 본업으로 삼아야만 성공한 것도 아니고요. 혹시 언젠가 내가 진짜 원하던 곳에 닿게 된다면, 그건 이 균형 위에서 천천히 걸어왔기 때문일 거예요. 서두르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두 팔을 쫙 벌린 채 한 걸음씩 나가간 덕이겠죠. 구독자님은 어떠세요? 하고 싶은 일에 닿지 못해 좌절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혹은 일과 휴식의 균형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어떤 모습이든 균형을 잡으려 애쓰는 그 모습 그대로, 충분히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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