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편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월간 마음건강 편집장으로, 상담가로, 또 작가로 살아가고 있는 장재열입니다.
이 뉴스레터를 처음 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아마 모두가 각각 다를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만큼 저를 어떤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으신지 그 모습도 다양하겠지요. 누군가는 매거진의 편집장으로, 누군가는 상담을 해준 상담가로, 또 누군가는 유튜브나 TV화면에서 본 사람으로, 하지만 가장 많은 분들께 익숙한 호칭은 장재열 '작가'일 겁니다.
저는 늘 상담가로 살아오면서도 상담 공간 너머가 궁금했습니다. 늘 상담은 '완전히 지쳐버리고 나서야' 찾아오는 공간이더라고요. 저는 그 앞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더 지치지 않게, 더 심해지지 않게 미리 돕고 싶었지만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어요. 집집마다 찾아다닐 수도 없으니까요. 그때 누군가 제게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정신과나 상담실은 가기 어려워해도, 교보문고는 아무나 가지 않겠어?"
그 말에 이거다! 싶어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이 12년이 되었네요. 마이크로 리추얼로 '번아웃 된 사람이 스스로 회복해나가는 법'을 다루었고, 리커넥트로 '너무 지쳐 삶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 사람에게 손을 내미는 법'에 대해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보다 조금 더 더 더 앞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치기 전에, 동굴로 들어가기 전에, 한창 '애쓰며 살아가는 와중'인 사람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면 무엇을 말하고 싶을까, 그 고민이 신간 <오프먼트>를 이끌어냈습니다.

더 잘 살고 싶고, 더 맡은 일을 잘 하고 싶어서,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어쩔수 없이 나를 갈아 넣는 사람들... 쉴시간이 생겨도 제대로 쉬지 못하거나 내일 해야 될 일을 땡겨서 하는 하드워커에게, 아주 찰나이지만 제대로 쉴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싶어 쓴 책이거든요. 이런적 한 번쯤은 있지 않으세요?
#1. "이번 달은 정말 바쁜데 다음 달 되면 한숨 돌릴 것 같으니까 다음 달에 만나자. 꼭 약속 잡자." 그렇게 친구 지인에게 신신당부를 하고는 다음 달이 되면 또 이번 달만 넘기면 될 것 같다고 말하는 양치기 소년 같은 나.
#2. 정말 최선을 다해서 미련할 정도로 일했지만, 정작 인사고과는 칼퇴근 하고 설렁설렁 살았던 것 같은 딴 사람이 A를 받는 모습을 보면서 현타와 배신감, 허탈감에 사로잡히는 나.
#3. 거절하지 못하고, 착한 사람 컴플렉스를 벗어나지 못해서 또는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일이 다 못 미더워서 내가 끌어안다보니, 모두가 집에 간 이후에도 꾸역꾸역 혼자 일하고 있는 나. 왜 이러고 사나 싶은 현타를 느끼면서도 쳐내고 쳐내고 일을 또 쳐내고 있는 나.
#4. 탁월한 사람들 사이에서, 어쩐지 나는 두드러지는 강점이 없는 것만 같아서 그 간극을 시간으로나마 메꾸어보려고 자신을 갈아넣었던, 그리고 그게 어느정도는 효과가 있어서 어느덧 그 방법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느끼는 나.
완벽주의, 불안, 조급함 등 수많은 다양한 이유들로 우리는 애쓰면서 나를 갈아넣고 그 방식으로 일을 해내는 데 익숙해져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말고 다른 방법 자체가 없다고 생각을 하면서요. 주변에선 일 잘하는 사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듣지만, 어느덧 그 조차 동기부여가 안되고 안으로는 점점 곪아가는 나를 발견하기도 하지요.
이제는 조금 다르게 살고 싶은데, 방식을 모를 때. 늘 문을 여닫이로만 열어왔을 때. 그런데 이번 문은 아무리 열려고 힘을 써도 열리지 않을때. 어떻게 하세요? 우리는 생에서 때때로 기존의 방식으로 열리지 않는 문을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때 이 문은 여닫이가 아닌 미닫이라는 걸 깨닫고, 옆으로 스르륵 열 수 있으려면 아주 잠시 '멈춰서' 그걸 빤히 쳐다봐야 합니다. 성장하고 변화하는 '관점'을 만드는 것은 아주 찰나 만이라도 잠시 멈출 줄 아는 힘, 스스로 온오프를 켜고 끌 줄 아는 능동적인 힘일 겁니다.
저는 그 힘을 기르는 법을 이 책을 통해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머릿속에서 일 생각이 떠나지 않더라도, "이젠 그만." 이라고 스스로 딱 오프(OFF)를 누르는 매일 매일의 짧은 순간(MOMENT). 오프먼트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더 적게 애쓰고, 더 많은 성취를 얻으며 바라는 삶으로 걸어갈 수 있도록 말이에요.
저는 여러분들이 앞으로의 인생에서 원하는 모든 장면들을 다 겪어보고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얻고 싶은 게 있으면 얻고, 되고 싶은 게 있으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취감도 보람도, '살아있길 잘했다'는 감각도 느끼길 바랍니다. 저 자신도 그러길 바랍니다. 저는 욕심 많고 이루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지, 내려놓고 자포자기하거나 안빈낙도하는 사람은 절대로 못 되니까요. 다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잠을 줄이고 밥을 줄이고 쉼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할 만큼 하고 머릿속에서 딱 오프 버튼을 누를 줄 아는 사람, 오늘은 이만 온전히 쉬고, 오롯이 내일 재몰입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바쁠겁니다. 한동안은 정신없는 날들이 계속되겠지요. 그럴 나이이고, 그런 시기이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압니다. 나중에 쉬어야지, 이것만 쳐내고 쉬어야지. 그런 날은 결코 오지 않는다는 걸요. 그렇다고 떠밀려 살 수는 없잖아요. 이 전쟁터 같은 일상 한복판에서도 지금, 찰나, 잠시 쉬어가며 내일을 또 살아가는 사람이 아마 가장 오래 살아남고, 끝내 원하는 모습에 다가갈 수 있을거라 믿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의 오프먼트를 기원하며, 저도 이 메일을 마지막으로 오늘 저녁은 일 생각 멈추고, 오롯이 쉬어야겠습니다. 전국 도서관 토크쇼와 출간 이벤트, 그리고 조만간 구독자 여러분들께 초대 소식을 다시 전할 교보문고 공식 북토크 '보라쇼'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또 인사드릴게요. 그때까지 조금더 오프하고 멈추고, 쉬어가며. 우리, 조금은 더 편안해진 얼굴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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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누나
분명 올해 하반기에는 마지막 시리즈가 나온다고 했는데? 이쯤되면 이제 이야기를 해주실 때가 됐는데? 라고 생각하던 찰나에 드!디!어! 기다리던 책이 출간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어요 누구누구에게 선물을 하면 좋을지 생각도 해보고~ 즐겨찾는 '보라쇼'에서도 만날 수 있다니 넘넘 기대되고요^^ 아득해지는 겨울날 <오프먼트>와 함께 즐겁고 행복한 연말연시를 보내게되어 너무 설레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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