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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 독서실이 아닌, 온전히 읽는 도서관

2월 20일 :: 마음건강 큐레이션_여행

2026.02.20 | 조회 2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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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장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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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여행지 <강동중앙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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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도서관에 들어가면 종종 묘한 기분이 들곤 합니다. 책이 가득 꽂혀 있지만 정작 책을 읽는 사람은 많지 않고, 대신 문제집이나 노트북을 펼친 사람들이 내는 타자 치는 소리와 연필 사각이는 소리가 도서관에 원래 있어야 할 책장 넘기는 소리를 대체해 가득 채워버린 그런 느낌이 든달까요.

 

이렇게 무료 독서실화되어 버린 도서관을 마주할 때면 본래의 의미가 조금은 흐려진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합니다. 정말 책을 조용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분이라면 다들 한 번쯤 느껴본 적 있는 감각인 것 같아요. 그리고 모두가 치열하게 공부하고 있는 이곳에서 나는 여가 시간을 보내며 느긋한 감각을 느끼러 왔다는 게 뭔가 이질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고요. 그런 점에서 오늘의 여행지, 강동중앙도서관은 분명히 다른 결을 가진 장소입니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각은

 

이 공간에 온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마음이구나

 

라는 동질감이에요. 책상보다는 소파나 안락의자로 가득한 공간 속에 의자들은 창가를 향해 놓여 있기도 하고, 자그마한 코너 공간에 단 하나만 놓여 있기도 해요. 시선을 조금만 돌리면 바로 잔디밭이 보이는 여유로운 좌석들도 곳곳에 있습니다. 이 공간은 애초에 경쟁보다는 성찰과 사유를, 그리고 집중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도서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이 도서관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는 ‘사람과 사람이 이어진다’는 감각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독서실처럼 칸막이로 나뉜 책상은 하나도 없습니다. 대신 하나의 큰 공간 안에서 여러 사람이 각자의 시간을 보내도록, 따로 또 같이 머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두었답니다. 누군가는 필사를 하고, 누군가는 책을 읽고, 누군가는 LP 판을 꺼내 음악을 듣습니다. 모두 다른 행위를 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말을 섞지는 않지만 서로의 존재가 있어서 오히려 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런 밀도감이 다정하다고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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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서관에서 특히 주목하고 싶은 공간은 ‘카르페디엠’이라는 특별 열람실입니다. 인문·문화·예술 분야를 중심으로 고전부터 현대까지 꼭 읽어야 할 책들을 엄선해 큐레이션 한 공간이에요. 이 방에 들어섰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와, 이 안에 있는 책들만 다 읽어도 내 삶의 양식으로는 아주 충분하겠구나. 몇천 년 전, 몇백 년 전에 살아 있던 지성인들의 사유가 책이라는 형태로 남아 있고, 내가 그 앞에 지금 조용히 마주 앉아 있다는 느낌이 그들과 나를 연결해 주는 것처럼 다가옵니다. 작가와 나 사이에 수백, 수천 년의 시간을 이 독립된 동굴 같은 공간이 이어주는 느낌으로 신비롭게 다가온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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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서울 도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넓은 잔디밭을 품고 있는 도서관이라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강동구는 특히 도서관들이 이렇게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참 많아요. 빌딩 숲 한가운데에 있으면서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을 주는 ‘바람곳’이라는 야외 휴게 공간도 그렇고요. LP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소리곳’, 다양한 문화 강의와 교양 프로그램이 열리는 ‘배움곳’ 역시 사람들이 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필사를 위한 전용 공간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랜덤으로 문학 작품 한 구절이 나오는 문학 자판기도 이곳의 정서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뭘 읽어야 할지 모르겠고 어떤 책으로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마치 포춘 쿠키처럼 가볍게 한 문장을 건네는 다정함이 있습니다.

 

장서 수는 약 12만 권으로, 서울의 각 구 도서관 가운데에서도 가장 큰 규모에 속합니다. 그런데도 ‘엄청 크다’, ‘거대하다’, ‘압도된다’라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책들이 잘 쉬고 있는 책 호텔에 머물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어요. 2025년 가을에 개관한 새 건물이라는 점도 한몫하겠지요. 로비나 카페의 구성 역시 호캉스를 갔을 때 마주하는 인테리어와 닮아 있어 그런 느낌을 더합니다. 이렇게 강동중앙도서관은 오롯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 정적이고 고요한 공간 안에서 사람의 온기까지 함께 채워 돌아올 수 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혼자 있지만 외롭지 않고, 조용하지만 단절되지 않은 공간. 책과 사람, 그리고 시간과 세월이 느슨하게 이어지는 이곳에서 우리는 잠시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읽어 내려가며 내 마음의 에너지를 채워갈 수 있습니다. 여행이 꼭 멀리 떠나는 것만은 아니라는걸, 이 도서관을 통해서도 참 많이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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