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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틈, 사이

10월 1일 :: 그럴 수도 있는 생각 일기

2025.10.01 | 조회 5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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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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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뉴스레터

현대인의 마음건강을 위한 종합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오늘의 편지

 

더위는 참 지루하게 길었는데 선선한 공기는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온 것 같습니다. 한낮의 볕의 기세도 이전 같지 않고 공기의 밀도도 성글어진 느낌입니다. 혹서와 혹한 사이의 모처럼 좋은 계절을 구독자님도 만끽하고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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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머물러주지 않을 짧은 계절일 테니 그만큼 소중하게 바라보고 선명하게 지내보려 합니다. 매일 달라지는 하늘과 햇빛과 자연의 색을 한 번씩 더 바라보면서요. 구독자님의 시간에도 가을의 빛이 곱게 물들기를 바랍니다.


 

안단테의 그럴 수도 있는 생각 일기

 

이럴 때는 이거거든!

 

피로회복을 위한 자양강장제, 밤샘 공부나 야근을 위해 마신다는 에너지음료, 근육운동에 집중하는 사람들을 위한 단백질 제품들. 이 외에도 몸의 건강이나 상태를 위한 제품들이 참 많습니다. 저도 상황에 따라 골라가며 적지 않게 먹고 마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확실하지는 않아도 ‘그렇다잖아! 그럼 뭔가 있겠지!’ 정도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몸의 컨디션이나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싶은 것들은 정말 다양해 보입니다. 종종 과하다 싶을 만큼이요. 몸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고 만져지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도 그만큼 많은 것인지 아니면 ‘그렇다고 하는 제품’들이 워낙 많아서 오히려 몸의 상태를 더 예민하게 알아챌 수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선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에 와서는 뒤섞여서 영향을 주고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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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음은 쉽지가 않습니다. 남들이 알아차리는 것은 고사하고 스스로도 마음의 상태를 잘 안다는 것이 단숨에 되는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아가다 보면 처음보다는 쉽거나 빠르게 혹은 자세하게 알 수 있겠지만, 애초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관찰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요즘 내 마음이 어떻더라...

 

‘머릿속이 엉켜서 정리가 안돼.’
‘어디부터 어떻게해야 할지모르겠어.’
‘음~~~여행 가고 싶다!’


생각해 보니 최근 서너 정도 가장 습관적으로 하는 말들입니다. 나와 가족과 일 이외의 요소가 없는 삶을 살다 보니 퍽 단순한 일상이라 대부분의 어려움을 주는 것은 ‘일’입니다. 그리고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그다지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을 뿐더러, 종종 찾아오는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도 하루 이틀이면 충분히 소화하고 푸는 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근래의 제 언어들을 보니 무언가 조금 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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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레스...!!!’
‘뭐라는거야~ 아무 말이나 하네.’
‘아이고 저런...이건 아니죠. 안돼요. 못 합니다.’


심지어 이런 말을 하는 상황들은 오히려 걱정할 것이 없는 수준입니다. 마음의 동요를 금세 잠재울 수 있는 정도에서 나오는 말들이지요. 그렇다고 한들 아무래도 지금, 제 마음이 지쳐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몸의 컨디션은 살던 중 손에 꼽히게 건강한 상태인데요, 그나마 그 덕에 자연스럽게 상쇄되는 것인지 아니면 일단 몸의 힘으로 마음을 버티게 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한 모금의 물이면 충분한 상태

 

최근에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2년쯤 전부터 주변의 여러 사람의 권유가 있었지만, 한 번도 뛰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생각만 해도 숨차고 힘들고 다음 날의 근육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어떤 느낌인지 맛이나 봐볼까?’ 싶어서 친구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절묘하게도 그 시기가 넉 달 전 즈음입니다.

 

첫 러닝은 걱정했던 일들은 하나도 없이 그저 상쾌했습니다. 그렇지만 정신없이 바쁜 시기였고, 이미 테니스와 요가도 하는데 굳이 스스로 뛰러 나가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른손에 문제가 조금 생겼습니다. 힘줄에 염증이 심해서 손을 쉬게 해야 했어요. 안 움직일 자신이 없다고 하니 반깁스를 해주더라고요. 테니스도, 요가도 할 수 없으니 뛰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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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 정도 혼자서 뛰고나서 소프트 플라스크(러닝 물병)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러닝을 마치고 나니 목이 마르더라고요. 해 뜨기 전에 뛰니 주변에 문을 연 카페는 없고, 집까지 걸어오는 내내 목마름을 참기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조금 돌아가면 편의점은 있지만 사실 저에게 필요한 양은 딱 한 모금이라 매번 물을 사 마시는 것은 여러모로 아까웠어요.

 

150ml의 작은 물통에 3분의 2만 물을 채워서 나갑니다. 러닝을 마치면 한 모금 머금어서 입안의 열을 조금 식히고, 다음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이고 있어요. 새벽 러닝에 필요한 물은 아직은 그만큼이면 충분합니다. 5킬로의 러닝을 마친 저에게 필요한 것은 더도 말고 딱 한 모금의 물이더라고요. 지쳐있는 제 마음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줄 수 있는 것, _______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는 감사함입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갖게 하는 중요한 요소는 리셋(초기화)인 것 같습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나의 것’들을 전부 지워보는 것이지요. 이부자리, 한 잔의 물, 자고 있는 가족, 곁으로 오는 반려동물, 입을 수 있는 옷 어느 하나도 당연한 것이 없으니 모든 것에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소소한 감사들이 시시콜콜한 행복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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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 마음으로 리셋할 수 없는 것들은 문제가 됩니다. 특히 ‘일’이라는 것은 혼자 수십수백 번 마음을 다스린다 한들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그 일을 해내서 타개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마음이 지쳐버리기가 참 쉽습니다. 이번에 눈치채버린 제 마음의 상태처럼요.

 

기껏 ‘마음이 퍽 지쳤구나’ 눈치챘지만 피로회복에 좋다는 음료나 에너지 드링크 같은 드라마틱한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마음에게 그 몫을 맡겨보려고 합니다. 이성으로 채우지 않는 빈 시간과 빈 공간으로 그냥 두는 것입니다. 커다란 구멍일 수도 있고 보일 듯 말 듯 한 균열 정도의 틈일 수도 있지만, 그 공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낍니다.

 

나조차 다 알지 못하는 나의 마음이 그 틈으로 숨을 쉴 수도 있고, 어떤 풍경을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혹은 마음이 원하는 방식과 속도로 그 틈을 채우면서 회복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믿어봅니다. 동시에, 살아내느라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이 안타깝고 애처롭지만 지금 찾은 최선이 이 정도임을 마음에게도 충분히 설명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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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지치게 한 몇 가지 이유를 모르지 않습니다. 알지만 혼자서 해결할 수 없거나, 바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그래서 그것들은 당분간 사라지지 않고 제 마음 안에서 계속 같이 지낼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몇 가지를 한구석에 모아두고 그 방향으로는 마음의 시선을 두지 않고 있어요.

 

'그래, 너희 거기 있는 거 알아~.'
'뭐라고 안 할 테니까 그냥 거기 가만히 있다가 가~.’


관심을 끌려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상처를 더 내겠다며 찌르는 일도 있겠지만 그 존재는 인정하되 영향은 최소한으로 받으려는 나름의 시도입니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나를 즐겁게 하는 것들을 한 번 더 바라보고, 때때로 꿈꾸는 미래의 장면을 상상하는 것으로 설렘을 조금 더해가기도 하면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숨, 틈 그리고 사이들

 

어쩌면 마음에는 특효약은 없는 것 같습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야 하는 것 같아요. 들숨과 날숨의 반복을 넘어 손끝 발끝까지 가 닿는 숨, 마음의 구석구석에 가득 채우고 다시 온전히 비우는 숨이 지친 마음을 느리더라도 꼼꼼하게 챙겨줄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하루 쉴 숨이, 오늘 하루 쉴 곳이
오늘만큼 이렇게 또 한 번 살아가.
침대 밑에 놓아둔 지난밤에 꾼 꿈이
지친 맘을 덮으며 눈을 감는다 괜찮아.’

박효신 '숨'

 

 

이 과정 자체가 몸으로 옮겨오면 명상의 한 부분이 되는 것 아닐까요? 숨을 채우고 그 숨을 비우는 행위와 그 과정의 모든 변화를 바라보는 시도는 마음의 근육을 단단하게 해주는 좋은 운동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이미 자연스럽게 알고 있듯이 마음과 몸은 결국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개월 동안 점점 더 빠르게 달려야 하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숨을 몰아쉬거나 참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회복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지치는 속도를 늦추거나 정도를 줄일 수 있는 숨을 가져가야 하니까요. 아마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마음의 심폐지구력이 꽤 좋아져 있을 것 같습니다.

 

자극적인 플러스 알파

 

그런데 운동과 명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몸을 단련하는 것으로 모든 스트레스가 관리가 된다면 믿을 수 있으신가요? 그게 정말 가능할까요? 물론 그런 분들도 계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못 됩니다.

 

ENTJ ISFP를 넘나들만큼 변화무쌍, 종 잡을 수 없고 자기애까지 넘치는 사람인데 그 어려운 것을 해냈다면 그건 경지에 올랐거나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는 경우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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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과 명상으로 유지하는 안정을 지향하고 노력하고 시도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고요하고 느린 과정이다 보니 즉각적이고 자극적인 플러스 알파도 종종 필요합니다. 우리 다들 알고 있잖아요. '저기압일 땐 고기 앞으로'라든지, '금융 치료'라든지 하는 것들이요.

 

사느라 고생 중인 제 몸과 마음에게 좋아하는 음식도 대접하고 신상 운동복도 사주고, 가끔 쓸모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그냥 귀여운 것들도 사줍니다. 여유가 생기면 바로 떠날 수 있게 여행지를 둘러보기도 하고요. 무척 사소한 ‘젤리 사 먹기’부터 ‘항공권 결제하기’까지 단계별, 종류별로 마치 메뉴판처럼 정리되어 있습니다.

 

 플러스 알파의 메뉴가 다양해질수록 회복할 수 있는 힘과 가능성도 더 열리게 되더라고요. 행복이 하나인 사람에게서 그 하나를 뺏으면 쉽게 무너지는 것처럼,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이 많을수록 어느 한 가지를 못 하는 상황에서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가 뭐라든 나만 아는 '전용 회복'와 '전용 위로'가 우리들에게는 꼭 필요합니다. 

 

친애하는 나에게

 

내 마음과 생각, 상태와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을 나 자신 뿐입니다. 그 누구도 나를 나보다 잘 알 수는 없지요. 때때로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나를 걱정할 수는 있어도, 나만큼 고민할 수는 없습니다. 나를 나만큼 알지도 못할 뿐더러 그들이 대신 선택하거나 책임질 수도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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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내가 지쳐있다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스스로 물어봐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친애하는 나에게, 사랑을 담아 묻고 다정하게 위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어느 순간에는 매일 잠들기 전 자연스럽게 ‘오늘 하루도 정말 참 수고 많았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친애하는 나에게 무해한 나이기를 바라봅니다.

 

구독자님도 누구보다 나를 마음껏 사랑하는 시간을 지내보시면 어떨까요? 각자 그런 시간을 잘 지내다가 가을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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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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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J

    0
    about 2 months 전

    저도 러닝을 하면서 가장 무거운 건 사실 마음이었던가,,생각이 드네요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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