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어떤 색인지 아시나요?

4월 2일 :: 마음건강큐레이션_일상

2025.04.02 | 조회 3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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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단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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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마음건강 by 오프먼트

상담가 장재열이 늘 애쓰며 사는 당신에게 '제대로 쉬는 법'을 선물합니다.

 

오늘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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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적당히 따스한 긴팔과 시원한 소재의 반팔이 각자 활개를 치며 뒤섞이는 날들입니다. 아마도 잠시 방심하면 금세 무더위가 찾아오고, 봄날의 색이 흐려지면서 겨울의 감각은 제법 멀어지는 시간을 살겠지요.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저마다 많은 일들로 바쁘다 보니 오늘의 기억을 품을 수 있는 시간이 길지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그렇다고 하던데, 아마 저도 점점 더 그리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는 무언가는 더 오래 간직하고자 하고 어떤 것은 빨리 잊을 수 있기를 바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지난한 삶을 어떻게 잘 꾸려갈지 가만히 생각해 봅니다.  


안단테의 마음건강 큐레이션 _일상 

 

  말과 글, 그리고 다른 무언가

 

자랑스러운 한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영어. 이외에도 지구상에는 100여 개의 문자가 있고 상용되는 문자는 30여 개라고 합니다. 언어는 그 수십 혹은 수백 배에 달하는 6,000여 개가 있다고 하더군요. 서로 다른 언어와 서로 다른 문자를 사용하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공감하거나 공유하는 것은 어떻게(혹은 무엇으로) 가능한지 궁금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탄성을 자아내게 하거나 눈물을 짓게 하는 것이 가진 공통점이 있을까?’

 

가을의 문턱, 제주 하늘
가을의 문턱, 제주 하늘

이런저런 비생산적인 상념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닿은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찾은 답은 ‘본능적 감각을 건드리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익숙한 표현은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인 것 같습니다. 조금 더 떠올려보자면 ‘그 영화의 어떤 장면에서 울컥했어’라든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더라’와 같은 생각을 하게 하는 ‘어떤 순간들’이기도 하겠지요.

개인적인 생각이니 정답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문자가 가진 힘은 여기에서 시작하는 것 같다고 느낄 뿐입니다. 다양한 감각이나 그것들이 주는 느낌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니까요. 정돈하고 설명하여 모아두는 힘이라고 해야 할까요? 감각을 언어화하고 그 언어를 문자화하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풍요롭게 발전시켜 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문자는 사람이 보고 느끼며 생각하는 것들이 없으면 홀로 의미를 가지기 어렵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언어와 문자가 생긴 것이니, 그것을 지우면 기호 체계라는 가치는 있다 한들 그 안에 내포하고 표현할 것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런 이유로 삶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은 문자의 가장 강력한 힘이자 동시에 한계인 것 같습니다.

 

파랑이기도 초록이기도 한 푸르름

 

푸르름이라는 단어를 받아들고 가장 처음 떠올린 이미지는 우거진 숲속의 무성한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사이사이 들어오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곧 ‘푸릇함은? 푸르스름한 건? 파릇파릇은? 서슬 퍼런 은?’ 같은 생각이 뒤이었습니다.

 

여름의 가운데, 나이아가라
여름의 가운데, 나이아가라

검색창에서 어학사전을 열어 ‘푸르름’을 검색해 보니 첫 번째로 나오는 의미는 ‘맑은 가을 하늘이나 깊은 바다, 풀의 빛깔과 같이 밝고 선명하다.’입니다. 역시 파란색과 초록색을 모두 품고 있습니다. 한영사전에서도 Blue, Azure, Green으로 명시합니다. 중국어 사전에는 푸를 청과 함께 날 생이라는 한자가 쓰여 있습니다.

문자의 힘과 한계일 수 있다고 생각한 지점이 달리 보면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겨울의 끝자락, 그랜드캐니언
겨울의 끝자락, 그랜드캐니언

 

‘우리가 감각하는 순간들이 분명한 정답이 없는 것이라면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들을 충분하게 기록하는 것도 새로운 의미가 되지 않을까?’

 

생각의 끝에서 우리를 둘러싼 문화와 예술은 결국 그 수많은 것들의 기록이라는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감각을 깨우는 많은 것들

 

향기나 온도, 소리, 장면, 색상까지 기억을 소환하여 감각을 되살리는 요소는 다양합니다. 그리고 그런 요소들을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공연이나 영화, 미술이나 음악 그리고 공간들이 만들어집니다. ‘문화’라고 부르는 것들이 말이지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온전하고도 완전하게 공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나 하나의 마음과 상태도 모든 순간 다 알지는 못하고 사는걸요.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을 때 어떤 노래를 들으며 위로를 받고, 영화를 보면서 함께 분노하고, 전시를 보다가 울컥한 적 있지 않나요?

한 글자 한 글자를 읽는 능동적인 힘을 들이지 않아도 종종 그들이 나에게 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요소들은 일상적으로도 중요하지만 조금 지쳐있는 상태에서는 슬그머니 들어와주는 자극은 고맙고 반가운 일입니다.

강렬하게 압도하는 폭발적인 감각도 좋지만, 저는 소소하게 스며드는 잔잔한 감각의 위로를 더 사랑합니다.


오늘의 추천

 

소소하고 성실한 시간이 가진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작가를 소개하려 합니다. 바이런 킴(Byron Kim)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입니다. 작가는 초기에 인종적 정체성을 탐구하는 ‘제유법’이라는 작업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제유법’은 부분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작가는 자신을 둘러싼 주변 사람들과 가족, 친구의 피부색을 작은 캔버스에 옮겼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여러 사람이 함께 사는 사회의 모습 안에서 탐구해가는 것인데요, 저에게는 ‘관계’라는 작가의 커다란 주제의식보다 ‘그렇게 해 온 시간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Btron Kim, Synecdoche [Whitney Artist] 1999-2001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Btron Kim, Synecdoche [Whitney Artist] 1999-2001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소개하려는 시리즈는 바이런 킴의 Sunday painting입니다. 작가나 작품에 대한 추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스스로 쌓아가는 정기적인 관찰의 시간을 조금 더 권하고 싶습니다.

 

Sunday paintings

 

말 그대로 작가가 매주 일요일에 그린 그림입니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취미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일요일을 선택한 것은 일상 속 예술에 대한 응원으로 느껴집니다. 시리즈의 제목 역시 아마추어 화가를 의미하는 ‘선데이 페인터’에서 비롯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일요일에 그는 무엇을 그렸을까요? 매주 일요일 작가는 그날의 하늘을 그립니다. 같은 사이즈의 캔버스에 매번 다른 그날의 하늘을 그리고서 일상을 글로 남기거나  한 구절을 적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 그리던 그림일기가 떠올라서 심리적 거리감이 줄어드는 느낌입니다.

sunday 09/ 17/ 23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sunday 09/ 17/ 23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스스로 정한 시기 혹은 시간에 스스로가 정한 관찰의 시간을 갖는 것은 그 행위만으로도 쉼 없이 흘러가는 바쁜 일상에 브레이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에 차곡차곡 쌓인 관찰의 기록은 든든한 자산이 되어 있을 거라고 꽤 확신합니다. 우리의 몸을 먹이고 입히는 유형의 자산이 아닌, 마음과 정서를 먹이는 보이지 않는 자산으로요.

sunday 03/ 18/ 01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sunday 03/ 18/ 01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Sunday paintings를 소개하는 마지막 이유도 비슷합니다. 매주 일요일 그리고 광활하고 늘 변화하는 하늘. 그보다 더 매료되어 감동한 것은 그의 시간과 기록입니다. 바이런 킴은 2001년부터 20년이 훌쩍 넘게 Sunday painting을 했습니다. 그리고 천 개가 넘는 20여 년의 그의 일요일 하늘은 한곳에 가만가만 모여있습니다.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Sunday Paintings 웹페이지

아마 작가는 십 년 전 여름의 일요일 하늘 그림을 보거나, 이십여 년 전 첫 하늘 그림을 볼 때 과거의 감각과 함께 살아온 순간의 흐름을 느끼지 않을까요? 아무도 나의 삶을 기억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의 삶에 보내는 찬사로서, 삶의 푸르름을 다하고 마무리하는 날 후회하지 않는 한 가지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치며

 

많이 느려진 편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매일을 바삐 사느라 지난 시간을 소화하거나 마주할 시간의 큰 방향을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이 글은 사실 제 자신에게 하는 추천이자 제안입니다.

어쩌면 거부하기 어려운 제안인 것 같아요. 매일 뭔가를 했다고 하면 ‘작가님은 그림 그리는 게 직업이잖아요. 저도 매일 출근하거든요.’해버렸을 텐데 말이지요. 하필이면 쉬는 날에 하필이면 일주일에 한번 그리다니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흔이 되던 해에 시작해서 환갑이 넘도록 매주 하늘을 그려온 작가님을 생각하며, 저희 환갑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관찰과 기록의 시간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쓰고 보니 자못 나이 든 사람의 생각 같기도 하지만, 스물의 감정과 서른의 감정은 또 다를 테니 한 번쯤은 같이 시도해 보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참 좋은 이 계절을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오늘과 다른 하늘을 보며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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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이누나의 프로필 이미지

    사랑이누나

    0
    about 1 hour 전

    글을 쭉 읽어내려오는데 <아무도 나의 삶을 기억하지 않아도 스스로 나의 삶에 보내는 찬사>라는 문장이 가슴에 훅~! 하고 들어왔어요! 한글자 한글자 꾹꾹 눌러 읽게되는 안단테님의 글에는 늘 깊이가 있음이 느껴집니다 결국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고 내가 기억하는 거라는 걸 오늘 새삼 다시 느끼네요 규칙적인 관찰과 기록이 장작가님의 마이크로 리추얼과도 닮아있네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따뜻한 봄, 꽃잎이 흔날리는 봄 만끽하는 4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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