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Bark at The Moon!
원고를 옮기는 중이었습니다. 전복들 김경래, 전복들 박은아. "은아 씨도 박 씨였구나." "아니, 박 씨가 왜 이렇게 많아?" 수를 세보았습니다. 단편선(그들이 기획한), 박장미(그들이 기획한), 박옥수(그들이 기획한), 박재준(전유동), 파제(전유동), 지고(후하), 박은아(전복들). 복태(선과영, 舊 복태와 한군)까지. 단편선, 그는 내심 '박 씨가 음악을 잘 해'하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요. 한국에서 가장 많다는 김 씨나 이 씨는 의외로, 김경래(전복들), 이원정(전복들), 이환희(후하) 등으로 많지가 않습니다. *소음발광에 김 씨가 많지만 저의 논리를 뒷받침 하기 위해 일부러 카운트 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오소리웍스 수석 연주자 복다진의 'ㅗ'를 뒤집어 박다진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저지하고 전유동에 몰래 선을 하나 그어서 천유동으로 바꾸는 것이죠. 최소한의 변화를 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천용성이 전용성이 되어도 상관없지 않느냐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불세출의 엔지니어 천학주 씨를 섭외해 제2의 세력으로 떠오려는 복안이 있습니다. 'ㅎ'으로 시작하는 분들이 셋이나―하군(그들이기획한), 한군(선과영, 舊 복태와 한군), 보일―있지만 그 쪽의 통합은 요원해 보입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출석을 늦게 부른다는 이유로 'ㅎ' 씨들을 부러워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알고 계시겠죠. 이 모든 게 허튼 소리라는 것을요. 대선의 기운이 사람을 잠시 혼란하게 만든 것일까요? 일상으로 돌아오기에 먹는 얘기만한 것이 없죠. 저는 며칠 전 풀무원에서 나온 두부면 직화 짜장이라는 것을 먹었는데요. 맛이 없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양이 너무 부족한 것이 좀 그랬습니다. 2인분 같은 1인분을 원했는데 1인분 같은 2인분이 들어 있더라고요. 건강하게 먹겠다며 과식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대식 정도는 해도 되는 것 아닐까요. 여러분, 가끔 맛있게 먹은 것 좀 댓글로 남겨주세요.
🐮 천용성
전복들이 키우는 이야기 『기타팝파』 #9
🐷 전복들을 기르고 있는
안녕하세요. 전복들에서 드럼을 치는 김경래입니다. 무엇을 기르는 이야기를 쓰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딱히 떠오르진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9년째 혼자 김경래를 돌보고 있는 김경래의 이야기, 그리고 전복들에 합류하기까지의 과정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음악을 처음 시작했던 얘기부터 시작하는 게 좋겠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음악 시간에 기타를 배우는 수업이 있었습니다. 기타는 제가 인생에서 처음으로 접한 악기였습니다. 음악이라고는 <인기가요>나 <음악중심>에서 나오던 노래밖에 모르던 제게 기타와 기타가 중심이 된 음악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그게 너무 재밌어서 동네 학원에 가서 기타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일렉기타를 치면서 메탈리카나 오지 오스본 같은 음악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오고, 몇 개의 밴드를 거쳐 가며 기타를 치던 어느 날 창일 형에게 카톡이 왔습니다. 2020년 3월. 그때는 고창일 님이었습니다.
"경래 씨 안녕하세요. 역병 같은 나날 어떻게 보내고 계세요?"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궁금하기보다는 불안했습니다. 제가 무슨 실수를 하진 않았나 싶었거든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딱 고창일스러운 말투였던 것 같습니다. 기타를 치던 제게 생뚱맞게도 "요즘도 드럼을 치느냐" 묻더군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잠깐 할 말을 잃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실용음악학원에서 일하면서 심심할 때마다 드럼을 치긴 했고 꽤 재밌었다만 그걸 이 사람이 알고 있는 것도, 드러머로 밴드를 함께하자는 제안을 받은 것도 신기했습니다.
약속을 잡았습니다. 일단 커피라도 한 잔 하며 얘기를 들어보는 게 먼저일 것 같았거든요. 창일 형과 평소 친하게 지냈던 현우 형(조제해시 기타, 전 전복들 기타)을 함께 만났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시답잖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배가 고팠고 저녁을 안 먹은 저를 위해 창일 형은 근처 고깃집에서 술과 고기를 사줬습니다. 저는 고기를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 날의 술자리는 불편하게 즐거웠던 것 같아요. 술자리가 무르익고 창일이 형이 본론을 꺼냅니다.
"경래 씨, 같이 전복들을 해보지 않을래요?"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 내가 드러머로 밴드를 할 수 있을까!? 현우 형도 있고 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기는 한데... 만약 거절한다면 어떤 식으로 해야 할까!?!?' 머릿속으로 별의별 수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술이 잔뜩 들어차 벌개진 창일이 형이 말합니다.
"우리는 네가 원하는 거 다 준비되어 있어. 너만 오면 된다."
갑자기 멋대로 반말을 하더니 이런 말을 내뱉었습니다. 헛웃음이 튀어나왔습니다. 그리고 저도 모르게 한번 해보자고 대답하고 말았어요. 여기까지가 전복들의 시작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잘 쓰지도 못하는 글까지 쓰고 있네요. 밴드를 함께한 지 이제 햇수로 3년 차 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고창일에게 가끔 따질 일이 있어서 위에 얘길 하면 그런 말을 한 적 없다며 딱 잡아 떼곤 합니다. (어질어질)
전복들에는 기타 치는 사람에게 드럼을 기타처럼 쳐달라는 어이없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 전복들에는 겉으론 시크한척 하지만 고양이를 기르며 커헣헣 이상한 웃음소리로 댕청미를 흩날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루에 세 번 샤워를 하는 이상한 사람도 있어요.
글의 시작에서 저는 아무것도 기르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씀드렸지만 사실 이 엉망진창으로 멍청하고 귀여운 사람들을 제가 기르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시 인사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전복들을 기르고 있는 김경래입니다.”
🐚전복들 🐷김경래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책임감
‘꼬꼬무’에 빠져버렸다. ‘그알’이 오디오북 버전으로 좀 더 친절해진 느낌이랄까. 형제자매원 이야기 시작으로 내내 충격에 빠져서 허우적 대다가 YH무역회사 편에서는 ‘경숙이’의 일기에 콧물까지 흘렸고, 오늘 아침 씨랜드 화재 편을 보고선 엄마와 함께 한 시간 내내 휴지를 마구잡이로 뽑아대며 오열을 했다. 평소엔 둔감한 편인 내게도 치명적인 트리거는 있다. 약하고 작고 상처 받은 존재들 - 학생들, 아이들과 동물들이 해를 입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견디기가 힘들다.
사범대학 입학 때의 면접 문제가 꽤나 특이했다. ‘부모님’, ‘선생님’, ‘돈’을 <악마의 사전> 의 시선에서 삐딱하게 정의를 내려보라는 것이었다. 다른건 솔직히 좀 머뭇거렸지만 선생님을 설명하는 파트에서 나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제노사이더(대량학살자)’ 라고 적었던 기억이 난다. 고3 수능 원서 접수 시절의 담임 선생님은 우리에게는 신이나 다름없었고,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친구들의 눈물과 웃음이 교차하고 미래가 바뀌었다. 그런데 어떻게 사명감이 없이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그 소망유치원의 선생님들은 그렇게나 무책임하게 아이들을 버려둘 수 있었을까. 불길이 치솟는 방에서 아무런 의지처도 없이 우르르 창문에 모여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분노가 일어나다 못해 차갑게 증발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그 순수한 호의와 믿음에 힘을 얻기 때문이다. 굉장히 이기적인 이유기도 한데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거다. 3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고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그 2달간의 시간이 감히 무어라고 아이들은 작은 편지지에 빼곡하게 자신의 마음을 채우고선 꼬깃하게 접어 몰래 책상에 올려둔다. 내 자신의 사랑이란 감정에서도 이유를 찾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내게 아이들의 그 무조건적인 ‘사랑해요’ 라는 말은 이해할 수 없는 벅차오름이다. 그렇기에 내가 항상 지켜보며 기다려주고 무럭무럭 자라게 도와야 하는 존재들이다.
과연 교사로서의 책임을 다 하고 있을까? 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되는 잊지 못할 사건들도 있다. 아.. 내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계속 지각을 하는 이유를 물었었더라면, 그 친구는 아마 자살시도를 하지 않았을 건데 라고 10년 내내 머리 속에 떠올리는 친구가 있다. 지금 쯤이면 그 친구는 가면을 벗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 또한 내가 소중히 여겼던, 하지만 관리를 하나도 안해 줄이 붕 떠 있던 오래된 베이스를 가지고 처음 연주를 시작해 결국 전공으로 씬에 들어올 준비를 하는 친구도 있고, 이미 밴드 동아리를 거쳐 나보다 훨씬 멋지게 활동하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나름대로 내 교육의 결과이자 희망들이다. (그래서 그 친구들을 아는 분들은 자꾸 날 선생님이라고 부른다….음악할 때는 선생님이고 싶지 않았지만,, 여튼)
‘우리는 무엇을 원하는지 결코 알 수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단 하나의 삶만을 사는 것이라서, 전생과 비교할 수도 없고, 앞으로 다가올 우리의 삶에서 완벽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라더라. 밀란 쿤데라가. 그래서 난 아마도 계속해서 불완전한 교사로 존재할 것이고, 마찬가지로 완전해 지려고 노력중인 아이들에게 살을 붙이려 나름의 짐을 지고 고군분투 하게 될 것 같다. 책임감과 죄책감, 참 다르지만 비슷한 단어들.
🐚전복들 🐈박은아
🔥특보🔥
오소리웍스 2022 S/S 시즌 떡밥 모음집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000yongsung
[공연] 3. 5(토), 20:00, 아이다호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3. 13(일), 19:00, 클럽 헤비(대구)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3. 1(화), 17:00, 일기스테이(춘천), 'One Take Demo'
[공연] 3. 5(토), 18:00, 살롱문보우, '허심탄회'
[공연] 3. 12(토), 19:00, 클럽 헤비(대구), '이소와 숲으로 간 친구들'
[공연] 3. 16(수), 19:30, 스페이스 브릭, 'Another Brick In The Acoustic VOL.1'
의견을 남겨주세요
슈가루
오일링 늘 재미있어요! 전용성 엘피도 잘 받았습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블루누
최근엔 백신 맞은 다음날 비척거리며 사와서 먹었던 연어덮밥이 참 맛있었어요.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