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새로 시작한 것들
뜨개질을 시작했어요. 무엇인가 집중할 게 필요했거든요. 세상 많은 일 중 뜨개질을 선택한 것은, 뜨개질 장인 소라 씨의 이야기의 이야기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일 거예요. 다이소에서 파는 5mm 굵기의 1,000원짜리 대바늘 네 개랑, 털실 두 뭉치를 사서 장갑 뜨기를 하는 중이에요. 겉뜨기와 안뜨기를 번갈아 하는 고무뜨기를 구간을 지나, 지금은 겉뜨기만 계속하고 있어요. 조금 있으면 엄지손가락을 만들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요? 유튜브를 보면서 따라하고 있어요. 장갑 한쪽을 다 뜨고 나면, 다음 번엔 모자를 떠볼까 생각하고 있어요. 가을에도 쓸 수 있는 모자.
'포켓몬GO'도 시작했어요. 요즘 그거 누가 하나 싶지만, 하는 사람이 꽤 있더라고요. 친구가 해보자고 해서 시작했어요. 친구가 틈틈히 선물도 보내주고 해서 좋아요. 친구의 친구는 망나뇽으로 '용성군'이라는 기술도 쓰던데, 저도 얼른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요 며칠 아침에 커피 사러 갈 때만 잠깐 하다가, 오늘은 날이 선선해서 조금 오래 돌아다녔어요. 밖에 나온 김에 케이크도 먹고 초코라떼도 먹고. 피카츄도 잡고 잉어킹도 잡았어요. 제 트레이너 코드는 '7997 6544 6064'입니다. 추가해주세요.
"시작했어"라고 할만한 건 아니지만, 며칠 전에는 왼손으로 밥먹기도 시도해봤습니다. 중국집에서 유산슬 덮밥을 먹으면서 숟가락으로 한번, 며칠 뒤 튀김을 집어먹으면서 젓가락으로 한번. 익숙치 않은 손이다 보니 왠지 얼간이 같아 지더라구요. 입을 잘 못 찾아서 기름만 여기저기 묻히고. 마침 이번 주 유동 씨는 얼가니새에 대해 다뤘네요. 텔레파시가 통했군요. '-뽕'으로 끝나는 말을 외쳐야 할 것 같지만, 왠지 부끄러우니 생략할게요. 안녕!
🐮천용성
전유동의 동식물 탐구기 『새사람』 #5
🐤 얼간이
어릴 때 집중을 잘하지 못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니?”, “무슨 정신으로 살고 있니?”, “그냥 네, 네 하지 말고 집중해서 들어라.” 등의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나는 나를 얼간이라고 부른다. 내가 얼이 나갔을 때는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집중하는 것뿐인데 얼간이라는 말에 반박할 수 없어 분하기도 하고 정감이 가기도 한다.
열대와 아열대 대양에서 서식한다. 바다 위를 날다 물속 먹이를 발견하면 쏜살같이 잠수해 낚아챈다. 시속 100Km에 가까운 속도로 수면에 부딪히지만 다치는 일은 없다. 얼굴에 있는 공기주머니가 충격을 흡수해주기 때문이다. 바람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선형의 비행자세, 날렵한 신체의 선. 무리를 지어 사냥하는 이들의 모습은 역동적이고 환상적이다. 이 새의 이름은 얼가니새. 사다새목과에 속한다.
얼가니새의 영명은 Booby다. 바보를 뜻하는 스페인어로 보보Bobo에서 온 것이다. 얼가니 취급은 순전히, 타고난 성격 때문이다. 항해 중인 배에 앉는 습성과 사람을 피하지 않는 순한 성격이 결합 되어 대항해시대 대양을 횡단하는 선원들에게 쉬이 잡히곤 했다. (위장 폭탄을 가리키는 말, 부비트랩의 부비는 얼가니새를 지칭하는 것이다) 모자란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연구자들은 조류의 생활을 연구하기 위해 새의 발에 가락지를 끼운다. 얼가니새의 가락지를 확인하는 법은 간단하다. 나뭇가지를 하나 들고 둥지에 있는 새를 쿡쿡 찌르면 끝. 도망치지도 피하지도 않고 귀찮다는 듯 일어나 가락지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종종 얼가니새를 볼 수 있다. 태풍으로 인해 방향을 잃은 새가 부산, 제주 등지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이번 달에는 경남 양산에서 푸른얼굴얼가니새가 탈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얼가니새의 첫 공식 방문은 1970년, 매킨섬에서 출발한 성조 암컷 얼가니새였다. 매킨섬은 태평양 피닉스제도의 섬으로, 발견지로부터 7,320Km나 떨어진 곳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왔니? 얼가니새만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얼가니새만 멍청하거나 딱하게 보이는 것은 역시나 이름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얼가니새는 푸른얼굴얼가니새, 붉은발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가 있다.
갈라파고스 제도에 사는 푸른발얼가니새를 가장 좋아한다. 다소 뜬금없는 컬러매치가 엉뚱해서 귀엽다. 푸른발얼가니새는 발이 푸를수록 건강하다. 이 푸른색은 얼가니새가 먹는 물고기의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로부터 오는 것이다.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들은 자신의 푸른 발을 번갈아들며 암컷 주위를 맴돈다. 맹렬하거나 열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구애도 푸른발얼가니새의 귀여운 포인트다. 푸른 발로 자신의 건강과 사냥 실력을 뽐내며 구애를 한다. 춤을 추고 상대에게 작은 가지와 자갈을 내민다.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나는 큰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함께 엮인 뮤지션들은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다. 자책감과 배신감 때문에 사람을 만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의 웃음과 말을 떠올리며 새벽을 태우곤 했다. 스스로가 너무 작게 느껴졌다. 하지만 요즘, 많은 것이 나아졌다.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는 지금의 여정이 큰 힘이 되고 있다. 과민했던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다.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 섬세한 사람이 되고 싶다. 웃음과 상상이 가득한 사람이 되고 싶다. 바깥 것을 바라보며 날을 세우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것들을 바라보는 얼간이가 되고 싶다. 계산 없는 순수한 웃음으로 솔직한 나를 보여주고 싶다.
내 발도 점점 짙어지고 있거든.
🐤전유동
🌟별책부록🌟
오일링Oiling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 🌟별책부록🌟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마다 음악가들의 demo, 라이브 부틀렉, 그 외 여러 재미있는 것들을 제공합니다.
레귤러 멤버 한 바퀴가 돌았어요! 원래는 저번 호였으나 별책부록을 드려야한다는 사실을 발송 직전에야 알아서 이번 호에서 ,,, 이번 호의 별책부록은 최근 이원정의 복귀와 함께 다음 음원을 준비하고 있는 🐚전복들의 히트송 〈봄나물〉입니다. 고창일과 이원정이 함께 만든 곡으로 이원정이 없는 동안에도 🐚전복들의 시그니처송으로 매번 공연에서 빠짐없이 연주되었죠. 오래전 발매된 음원과는 다른, 현재의 라이브와 가장 닮아 있는 버젼입니다.
오소리웍스의 사운드클라우드, 또는 아래의 링크에서 지금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oundcloud.com/osoriworks-production/cosmic-abalone-spring-weed-2019-demo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8. 14(토), 재미공작소(문래), 《수몰》 코멘터리 룸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8. 22(일), 14:00, 복합문화공간 에무(광화문), 격조하지만 격조있게, 거리두기 콘서트(격조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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