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64 | 넣어 입기

천용성이 음악으로 못 먹고 살며 화내는 이야기 『내역서』#4

2022.06.28 | 조회 87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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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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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말

🐮생일과 생일사이

어제(6월 24일)은 《수몰》이 발매 된 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내일(6월 26일)은 『김일성이 죽던 해』가 발매 된 지 3년이 되는 날이고요. 하루 건너 하루 축하하는 건 좀 겸연쩍고, 어느 하루로 몰아주기는 좀 불공평하니 사잇날이 좋겠죠, 역시.

모두 축하합니다. 모두 축하해주세요. 

[용성의 추천] 천용성 - 김일성이 죽던 해

🐮천용성


천용성이 음악으로 못 먹고 살며 화내는 이야기 『내역서』#4

🐮넣어 입기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뭉개고 뭉개다 가지 않을 수 없는 때가 되어 어쩔 수 없이. 거리두기가 끝나니 바로 소집통지서가 날라왔다. 처음에는 전자문서로, 다음에는 우편으로, 다음에는 병사들이 직접 집으로 찾아왔다. 동대장한테도 한소리들었다. 빨리 빨리 받으면 서로 편하지 않겠냐며. 소득이 없는 입장에선 세리보다 동대장이 무섭다.

"[천용성]님은 "2022"년 현재 예비군 "10"년차 입니다." 예비군 앱―놀랍게도 그런 것이 있다―을 켜면 쓰여있다. 성실히 받았다면, 7년 차인 2019년도에 모든 훈련이 끝났을 것이다. 미룬 것을 후회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까. 훈련은 하나도 어렵지 않다. 두꺼운 바지에 다리를 넣는 것이, 옷을 맞춰 입고 모르는 남자들과 줄서 걷는 것이 싫을 뿐이다. 총도 별로 쏘고 싶지 않다. 되도록 미루고 싶다.

복장검사를 했다. 요새는 얼룩무늬 전투복을 입은 사람을 찾기 힘들다. 첫 훈련 땐 짬이 있어 보여 좋았는데 이제는 늙은 것이 부끄럽다. 상의를 빼 입는 신형 전투복이 보급되면서 구형 전투복의 상의도 빼 입게 되었다. 혹시 몰라 가져온 허리띠는 건빵 주머니에 넣어두었다. 보이지 않는데 굳이 찰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검사는 무사히 통과했다. 아무도 윗도리를 들춰보지는 않았다.

몇 달 전 홈플러스 앞에서 길을 건너다 생각했다. "아, 시대가 가고 있구나."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교복 상의를 바지에 넣은 남학생이 내 옆을 스쳐 갔을 뿐이다. 다만 그가 넣은 것은―언젠가부터 하복 상의로 많이 쓰이는―폴로셔츠였고, 그건 내가 절대 넣어 입지 않는 옷이었다. 그 넣어 입기는, "나는 너희와 다르다"는 선언이자 선긋기였다.

상의를 넣고 넣게 하는 사람들과 나(혹은 우리)를 구분 지으면서 자랐다. 교문을 통과하면 가장 먼저 셔츠를 뺐다. 그들과 같은 식으로 옷을 입고 싶지 않았다. "나는 너희와 다르다." 하지만 선언은 뒤집혔고 나는 옷을 빼어 입는 너희들 중 하나가 되었다. 누구도 기르지 않지만, 그들을 기르며 "해라 하지 마라" 말하는 이들과 같이 묶여. 그러니까 나는, 기성세대가 되었다.

바지통은 넓기도 좁기도 했다. 내가 자란 곳에선 교복은 좁게, 사복은 넓게 입었다. 학교는 6-9인치 정도로 줄인 바지를 입고, 수련회나 수학여행에선 '엠에프'나 '에코', '푸부', '칼 카니' 같은 것을 입었다. 대학에 입학할 쯤엔 모두―힙합을 하는 사람마저도―스키니 핏을 입었다. 하지만 그때도 상의는 모두 빼 입었다. 학생들이 빼 입고, 운동선수가 빼 입고, 군인들 마저 빼 입기 시작했을 때 새 세대는 결심했는지도 모른다. 선을 긋자.

쉬는 시간마다 틈틈이 전화기를 봤다. 친구에게 답장이 오지는 않았는가. 전날 새벽, 꽤 멀어진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 메일을 보냈다. 글을 쓰는 지금, 그가 나를 동대장처럼 여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 갔다 왔으면 됐지 뭘 또 예비군이야" 하고 투덜대듯, "이미 멀어졌는데 무슨 놈의 안부야" 하고. 답장은 오지 않았다. 올해는 훈련과 안부 묻기를 모두 마쳐야겠다.

🐮천용성


🔥특보🔥

⚡소음발광,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출연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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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소리웍스와 함께 두 번째 정규앨범 [기쁨, 꽃]을 발표한 부산 출신의 4-piece 포스트 펑크 밴드 ⚡소음발광이 2022년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출연을 확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오소리중앙회로 처음 소식이 전해진 것은 지난 6월 21일 화요일 밤 11시. 오소리 레귤러 멤버들에게는 수요일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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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으로 프로듀서 🍔단편선은 본인에게만 알려준 줄 알고 우쭐하고 있었는데 바로 다음날 멤버들에게 전체공개 해버렸으며 실은 🐚전복들의 고창일에게도 미리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소음발광의 펜타포트 출연 소식을 접한 네티즌은 "벌써 인천서 소음발광에 슬램 할 생각에 기분좋아짐" "이거 정말 '락페' 잖아 x나 좋아..." "와? 얘들아 슈게이징이 대세라니까" 등의 반응을 보이며 한껏 기대감을 표현했다. 오소리중앙회는 오소리웍스와 함께 작업을 한 뮤지션 중 처음 초대형 록페스티벌에 나가는 ⚡소음발광을 기려 오소리웍스를 빛낸 아티스트 및 관계자 등에게 수여하는 달밤에 오소리의 피에 미친 오소리훈장 수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음발광은 돌아오는 가을 발표할 싱글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쁨, 꽃]을 발표한 후 처음 맞은 겨울 시작된 더블싱글 [방]에 대한 작업기를 발매가 한 분기도 넘게 남은 상황에서 연재를 시작, 과연 남은 몇 개월 간 작업기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단편선 발행인


📺오소리뉴스📺

🐚전복들 @cosmicabalone

[공연] 7. 6(수), 18:00, 엑스코, '국제음악학술대회'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7. 2(토), 18:00, 커피한잔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공연] 7. 9(토), 20:00, 공상온도, 'Youth from Firework'

[공연] 7. 16(토), 20:00, 광안HQ, 'Busan Weekender'

[공연] 7. 17(일), 17:00, 오방가르드, 'Youth from Fire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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