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 나의 우주를 돌려줘!
며칠 전 DM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 홍대 ○○○○○입니다🙂 / 공연 섭외하고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 관심있으시면 링크를 통해 신청해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링크를 눌렀습니다. 공연신청서가 있는 페이지로 연결 되었습니다. "뮤지션 소개 및 앨범 소개", "인스타그램 계정", "유투브대표영상", "음원 발매 여부"를 적어 보내라 하더군요.
기분이 나빴습니다. 포인트가 수두룩했어요. 친구한테 이런 DM을 받았노라 이야기하니, 자신도 당했다며 다른 사례를 알려주었습니다. 그건―개인의 무엇인가를 직접 침해하는―불법에 가까운 행위였어요. 저도 처음 DM을 받은 게 아니었어요. 지난번엔 완곡하게 거절을 했더니 한층 더 버르장머리(뭐라 달리 표현할까요?) 없는 DM을 보내더군요. 이들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까마귀 고기를 먹고 예의란 것을 모두 까먹은 걸까요.
가장 슬픈 것은, 이들이 "우주"와 "문화"를 간판에 내걸고 있다는 것입니다. 쓸 수 있는 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사라지고 있어요. 애초에 잘 쓰지도 않았지만, 이제는 입에 올리는 것조차 모욕적인 '청춘'이나 '감성'처럼요. '인디'도 점점 그렇게 되어 가고 있고, 그래도 가끔은 쓸만했던 '우주'도 이제는 쓰고 싶지 않아졌어요. 괜찮은 단어엔 시원찮은 녀석들이 너무나 잘 달라붙어요. 이네들은 말을 망쳐 놓고 다른 단어로 도망치지요. 저는 그게 너무 화나고 슬퍼요.
🐮천용성
전유동의 동식물 탐구기 『새사람』 #6
🐤 까마귀 우는 곳에 나는 갈래
까마귀의 어원은 15세기에 등장한 ‘가마괴‘라는 단어에서 시작한다. 가마는 검다는 뜻이고 괴는 ’고이‘의 준말로 새를 뜻한다. 고이는 옛말 고리의 다른 형태이다. 고리는 고이, 구리, 가리 등으로도 쓰여 오늘날 왜가리, 딱따구리, 꾀꼬리 등에 흔적이 남아있다. 간단하게 까마귀는 검은 새를 뜻한다. ‘까만 마귀’라서 까마귀인 것이 아니다.
까마귀는 참새목 까마귀과 까마귀속에 속하는 커다란 새다. 잡식성으로 열매, 곤충, 작은 포유류, 양서류 등을 먹는다. 숲이나 숲과 가까운 도시에서 주로 발견된다. 떼까마귀, 큰까마귀, 큰부리까마귀, 까마귀 중 우리가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큰부리까마귀다. 검지 않은 까마귀도 많다. 까치, 어치, 잣까마귀, 물까마귀, 물까치 등도 모두 까마귀과이다.
까마귀는 동·서양의 여러 이야기에―고구려 고분 벽화에 그려진 삼족오는 태양에 사는 까마귀이다―등장한다. 한때는 신의 전령이나 사랑의 다리를 놓아주는 새 같은 좋은 배역을 맡았지만 요새는 악역을 주로 맡는다. 염라대왕은 까마귀에게 죽음을 전하는 일을 맡겼다. 하지만 썩은 고기에 정신이 팔려 명부를 잃어버린 까마귀는 아무 이름이나 적당히 불러버렸고, 그 결과 죽을 사람은 살고 살 사람들은 죽게 되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도 유명하다. 노아는 주변에 마른 땅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까마귀와 비둘기를 날려보냈는데 까마귀는 돌아오지 않고 비둘기만―올리브 가지를 물고― 돌아왔다. 역시나 썩은 고기에 정신이 팔려서였다.
까마귀는 사회성이 발달한 동물이다. 이들은 서로의 경험을 나누기도 하고, 모여서 재판을 벌이기도 하며, 장례식을 치르기도 한다. 어떤이는 까마귀 장례식을 죽은 동료를 애도하는 행동이라고 설명하고, 또 어떤이는 동료의 사인을 밝혀 위험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설명한다. 어느 날, 남산한옥마을 거닐다가 부리를 맞대고 모인 까치 세 마리를 보았다. “작당이라도 하나?” 궁금함에 쳐다보던 나와 눈이 마주친 까치들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흩어져버렸다. 그때의 어색한 표정과 행동은 정말 사람 같았다.
까마귀의 영특함을 얘기하기 시작하면 입이 마를지도 모른다. 까마귀가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있다. 주어진 도구를 사용할뿐만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맞게 변형하기도 하며, 심지어 도구를 얻기 위한 도구인 메타툴Metatool을 사용하기도 한다. 기억력도 좋다. 자신이나 동료를 괴롭힌 누군가를 기억하고, 자신에게 잘 해 준 은인을 기억한다. 한쪽에겐 보복을, 한쪽에겐 환대를 전한다. 문제해결 능력도 탁월하다. 네덜란드에서 까마귀 자판기를 만들었다. 주위에 있는 쓰레기를 가져오면 먹이가 나오는 방식이다. 주위의 다른 새들과 달리 몇 번의 훈련으로 인과관계를 파악한 까마귀들은 공원에 있는 담배꽁초와 쓰레기들을 가져와 먹이로 바꿔갔다. 나중에는 쓰레기 대신 돌을 가져오는 얌체족들도 생겨났다.
새의 뇌에는 뇌 활동을 담당하는 시냅스가 다른 포유류들보다 두 배 많다. 새의 지능이 낮다는 것은 인간의 편견과 오해다. 서로 다른 개체들을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는 행위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새들은 위성의 도움 없이 항로를 알 수 있다. 개미들은 비가 오기 전 모래 둑을 짓는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들여다보면서 각자의 환경에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갈 뿐이다. 새로운 EP를 준비하며 다른 뮤지션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보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들여다볼 시간이 된 것 같다. 누군가에게 태양의 새가 되든 죽음의 새가 되든 상관 없다. 바르게 열심히 살래.
🐤전유동
🔥특보🔥
오소리웍스, 사업자 등록과 함께 세불리기에 나서
주옥 같은 명반을 연달아 발매하고 있으나 씬에선 '사업자 하나 없는 주제에'라며 업신여김 당하기 일쑤였던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가 드디어 사업자등록을 마쳤다. 종목은 '음악 및 기타 오디오물 출판업/경영 컨설팅업/매니저업/공연기획업/광고 영화 및 비디오물 제작업/작곡가/가수'.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종목을 두루 갖춘 개인사업자 계의 라이징스타가 깜짝 등장한 것.
오소리웍스의 대표 🍔박종윤(36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실 오래전부터 등록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본업인 직장일과 프로덕션을 병행하다 보니 도무지 시간이 안 났다. 이제 어엿한 연예기획사로서 K-POP, 댄스음악 위주의 엔터 업계에 인디팝으로 도전장을 내미려 한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한편 SM 엔터테인먼트의 강타와 같은 포지션인 🐮천용성 이사는 "그동안 프로덕션을 프로덕션이라 부르질 못하고, 어디 가서 오소리웍스 이야기만 하면 '그거 동아리 아님?'이라는 반응만 돌아와 큰 상처를 받아왔다"며 "이번 사업자등록을 통해 그동안의 한이 조금이라도 치유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한편 오소리웍스는 사업자등록을 맞아 세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의 4인조 포스트 펑크 밴드 ⚡소음발광을 레귤러 멤버로 받아들이게 된 것. 이미 오래전부터 음반 제작을 함께 해오고 있었으나 정식으로 단체 카톡방에 초대하게 되었다. (오소리웍스는 단체 카톡방 초대가 곧 정식 가입으로 신규 아티스트에 대한 높은 수준의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대규모 공채를 진행, 프로덕션 역사상 첫 직원을 채용해 애플, 구글, 테슬라에 비견될만한 대단위의 경영혁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편선 특파원
🌟별책부록🌟
오일링Oiling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특별한 🎁선물, 🌟별책부록🌟입니다. 매월 마지막 주마다 음악가들의 demo, 라이브 부틀렉, 그 외 여러 재미있는 것들을 제공합니다.
이달의 별책부록은 🐮천용성의 [수몰]의 타이틀곡, '있다'의 2018년 demo 버젼입니다. 2018년이니 첫 앨범인 [김일성이 죽던 해]가 발표되기도 전에 만들어진 demo에요. 드럼, 플룻과 클라리넷, 비브라폰 등이 가미되어 큰 스케일로 완성된 정규 앨범의 버젼과는 다른, 포크기타, 피아노, 오르간 정도 만을 활용해 만들어진 소박한 편성이에요.
오소리웍스의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지금 바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soundcloud.com/osoriworks/chun-yongsung-were-2018-demo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공연] 9. 17(금), 19:30, 프리즘홀(홍대), Connect
🐤전유동 @jeonyoodong
[공연] 8. 31(화), 2021 서교레코즈 온라인 버스킹
[공연] 9. 6(월), 20:00, 네스트나다(홍대), 먼데이 프로젝트
[공연] 9. 17(금), 19:30, 프리즘홀(홍대), Connect
[공연] 9. 24(금), 19:00, 네스트나다(홍대), 뉴비떼잔치
😙후하 @hoohaa.seoul
[공연] 9. 11(토), 카페 언플러그드(홍대)
[공연] 9. 26(일), 아이다호(망원)
⚡소음발광 @soumbalgwang_official
[이벤트] 9. 24(금), 오방가르드(부산), 소음발광 2집 [기쁨, 꽃] 음감회 in 부산
[이벤트] 10. 1(금), 오르간바(대구), 소음발광 2집 [기쁨, 꽃] 음감회 in 대구
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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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ri
안녕하세요! '가마'가 검다는 뜻이었다니, 그럼 가마우지도 검은색이어서 붙은 이름인걸까요? 저는 최근에야 Hania Rani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알게 되었어요. 종종 피아노 연주곡이 듣고 싶을 때 찾아 듣는데, 이렇게 또 만나니 반갑네요. 사업자등록을 마친 오소리웍스 모두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개개비오촌당숙
가마우지의 가마도 똑같이 검다라는 뜻이래요! 뒤에 붙는 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네요:) Saari님의 건승과 행복도 오소리 식구들이 기원할게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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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포
오일링, 정말 좋아요,,,ㅠㅠㅠㅠ 오일링 계속 연재해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이 좋은 글들을 널리널리 알리고 싶은데,, 혹시 오일링들의 일부분 글들을 캡쳐해서 sns에 공유하며 오일링으로 들어올 수 있는 통로를 함께 올리는 것이 가능하려나요,,?? 글 내용의 일부분들을 외부유출(?)을 하면 안 된다면 다른 방법으로 홍보할게욯ㅎㅎㅎ 부담없이 답변해주세효,,,,♡
오일링Oiling (535)
안녕하세요, 오소리웍스입니다. 답변이 상당히 늦어버렸네요 ,,,! 오일링의 일부분 글을 캡쳐해 SNS로 공유하시는데는 문제가 없습니다. (상업적인 이용이 아니니까요.) 다만 출처 등에 대해선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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