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의 말
🐮기준 하나! 기준 둘!
이번 작업은 꽤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실은 조금 얕잡아 봤거든요. 1집 때의 경험도 있고 하니 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해야 하는 일이나 하기로 한 일은 1집 때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힘든 건 정신적인 문제였어요.
1집 때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않는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망하면 딴 일 하면 되니까. 제작을 위해 약간의 빚을 졌지만 크지는 않았습니다. 몇 달 일하면 갚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도 않았습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치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2집에는 1집 보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 되었고, 망하면 정말로 망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업이나 판매에 대한 부담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업적인 목적으로―물론 저희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제작 되는 음반의 기준을 내가 충족시킬 수 있을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단편선 씨는 "아무도 천용성에게 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놓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만 겪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음악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흉내도 못 내는 그런 음악들을 만들곤 하죠. 가끔 데모를 들려주곤 하는데, 들으면 정말 좋고, 정말 좋아서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좋아"가 전부입니다. 식상하지만 어쩌겠어요, 정말 좋은데. 근데 그 친구들은 그 좋은 음악을 만들고도 불안해 하고 조바심을 내더라고요. 아마 저와는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서겠죠.
이주의 코너는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입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이번 주 이야기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창일 씨의 노안도 남 일 같지 않고(사실 저는 몇 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실컷 놀려 먹을 생각입니다), 팡이의 패션-기준과 고민도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음악과 삶에 대한 창일 씨의 건강한 기준과 지향을, 저도 팡이도 전수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천용성
전복들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 #3
🐚"아빠, 다음부터는 프로펠러 모자 쓰고 데리러 와줘."
안경을 맞췄습니다. 눈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이제 나도 중년인가"하는 생각에 살짝 상심할 뻔 했습니다. 아내는 노안이 온 거라며 놀리더군요. 그런데 잘 안 보이는 게 꼭 나쁜 일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게 다 잘 보이는 세상도 피곤하지 않을까요. 노안이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하니까 믿음이 안 가시겠지만.
유치원 버스가 올 시간이었습니다. 팡이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유치원 버스에 탄 아이들이 저를 뚫어지게 쳐다 보더군요. 엉망으로 엉킨 머리에 새 안경을 쓴 팡이 아빠가 승객들에게 꽤 큰 반향을 준 것 같습니다.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손을 흔들고 점프를 해가며 아이들에게 잔망스러운 인사를 보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 고창일. 경솔의 아이콘.
하원하는 팡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팡이가 말하더군요.
팡이 나는 아빠 머리가 왕자님 같고 멋있는데*
아빠 오~ 진짜? 아빠가 멋있다는 사람 팡이 뿐이야. 사랑해
팡이 그게 아니고 애들은…
아빠 왜 무슨 일인데?
팡이 나는 예전 아빠 머리도 왕자님 같고 지금 머리도 왕자님 같은데
(편집자 주: 팡이는 유튜브로 말을 배워, 아빠와는 다르게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합니다.)
팡이는 아빠가 개성 있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 걸 좋아합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면 “아빠 오늘 너무 멋져. 공연 잘하고 와”하며 볼에 뽀뽀를 쪽 해주는데. 하, 천연 몰핀이 따로 없습니다. 근데 아이들은 ‘너네 아빠 이상하다’고 놀렸다고 합니다. 머리도 이상하고, 쓴 모자도 이상하고, 안경도 이상하고.
팡이 우리 아빠 엄청 멋진데😢
자기 취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서운했나 봅니다. 동시에 본인의 취향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잠깐 망설이다가 더 유니크한 주문을 합니다.
팡이 아빠 다음부터는 프로펠러 모자 쓰고 데리러 와줘. 그거 완전 멋진데.
팡이는 매일 아침 엄마와 실랑이를 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갈지 결정하느라요. 공주님 패션은 이제 질린 것 같습니다. 짧은 바지도 싫어하고 딱 붙는 옷도 싫어해요. 근데 아빠의 복장에 대해서는 꽤나 관대합니다. 유난히 개성을 강조해요. 여섯 살 팡이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가봐요.
아버지-엄니가 저를 낳을 때보다 열 살을 더 먹었습니다. 취향이 늙고 몸이 낡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늙고 낡았지만 취향이 있는 음악가로, 멋쟁이 아빠로 남고 싶습니다.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노래를 하지만 “조금 달라도 괜찮아”하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기타팝파로 낡고 싶습니다.
🐚고창일
🔥특보🔥
🐚전복들X🐤전유동 전전쇼 성황리에 모두모두 종료🔥
🐚전복들의 《전복코믹스》 EP, 🐤전유동의 〈디플로도쿠스〉 싱글 발매를 기념해 서울, 대구에서 개최된 〈전전쇼〉, 그리고 👿소음발광의 초대로 성사된 〈소음측정파티 VOL.2〉까지, 총 3회로 진행된 🐚전복들과 🐤전유동 조인트 공연이 모두 종료되었다.
특히 👿소음발광과 부산의 오방가르드가 주최한 〈소음측정파티 VOL.2〉는 투어의 마지막답게 어마어마한 공연을 펼쳤다는 후문. 🐤전유동의 세심한 인디포크-팝부터 기타팝의 🐚전복들을 지나 "다 죽여버려"로 시작한 👿소음발광의 라이브까지. (🐤전유동이 공연 끝난 다음날 인천으로 올라가는 차에서 "부서진다 ~ 낙하의 춤 ~"을 백번 불러서 모두들 피곤해했음을 기록해둠.)
🐚전복들과 🐤전유동은 이번 〈전전쇼〉 종료를 기점으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올해 가을쯤, 만날 수 있을까?
🍔단편선 특파원
🔥특보🔥
😙후하, 쇼케이스 예매 시작 도대체 언제할 거임 (2021년 6월 6일에 송고한 특보임)
오는 6월 19일 토요일, 20일 일요일 양일로 예정된 😙후하의 〈Spring 발매 기념 쇼케이스〉의 예매가 시작되지 않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쇼케이스날까지 불과 2주도 안 남은 상황이지만 포스터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정작 😙후하는 태평한 상태. 평균 하루에 한번 씩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라고 물어보는 🍔프로듀서에게도 특유의 허허실실한 태도로 "금방 됨 (웃음)"이라고만 답하는 상황. 이러한 상황과 관련, 전화를 통해 취재를 요청한 기자에겐 😙후하의 리더 🧑🏻성진영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어차피 언제 열어도 1분컷 매진일텐데 급할 필요가 없다. 🍔프로듀서가 쓸데없이 조급해하는 것. 하여간 🍔프로듀서가 문제다."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쇼케이스 티켓 오픈과 더불어 공개해 이슈몰이를 할 계획이던 〈우표를 붙여요〉의 뮤직비디오가 티켓 오픈보다 먼저 공개되어 잔잔한 파문을 몰고 오고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음반] 5. 26(수) - 6. 16(수), 천용성 2집 《수몰》 발매 후원 텀블벅
[공연] 6. 26(토) / 6. 27(일), 상상마당(홍대), 천용성 2집 《수몰》 쇼케이스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6. 26(토), 클럽 헤비(대구), 조제해시 EP 발매 기념 공연 ― 그밤그밤그밤
😙후하 @hoohaa.seoul
[공연] 6. 19(토) / 6. 20(일), 채널1969(연남), 《Spring》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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