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ing#11 | "아빠, 다음부터는 프로펠러 모자 쓰고 데리러 와줘."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3

2021.06.08 | 조회 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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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링Oiling

독립음악 프로덕션 오소리웍스의 아티스트들이 직접 만드는 인디팝 문예지, 오일링Oiling 입니다. 프로듀서 단편선과 아티스트 천용성, 전복들, 전유동, 후하, 보일, 소음발광, 선과영이 함께 읽고 씁니다.

편집인의 말

🐮기준 하나! 기준 둘!

이번 작업은 꽤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어요. 실은 조금 얕잡아 봤거든요. 1집 때의 경험도 있고 하니 좀 더 수월할 거라 생각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었던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제가 해야 하는 일이나 하기로 한 일은 1집 때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힘든 건 정신적인 문제였어요.

1집 때는 별 기대가 없었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않는대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망하면 딴 일 하면 되니까. 제작을 위해 약간의 빚을 졌지만 크지는 않았습니다. 몇 달 일하면 갚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스스로를 몰아붙이지도 않았습니다. 못하면 못하는 대로 치고 불렀습니다.

그런데 2집에는 1집 보다 더 많은 자원이 투입 되었고, 망하면 정말로 망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영업이나 판매에 대한 부담이 있던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상업적인 목적으로―물론 저희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제작 되는 음반의 기준을 내가 충족시킬 수 있을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단편선 씨는 "아무도 천용성에게 노래를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기대를 놓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저만 겪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에 음악을 굉장히 잘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저는 흉내도 못 내는 그런 음악들을 만들곤 하죠. 가끔 데모를 들려주곤 하는데, 들으면 정말 좋고, 정말 좋아서 할 말이 별로 없어요. "좋아"가 전부입니다. 식상하지만 어쩌겠어요, 정말 좋은데. 근데 그 친구들은 그 좋은 음악을 만들고도 불안해 하고 조바심을 내더라고요. 아마 저와는 다른 기준을 갖고 있어서겠죠.

이주의 코너는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입니다. 벌써 세 번째네요. 이번 주 이야기는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창일 씨의 노안도 남 일 같지 않고(사실 저는 몇 년 남았는데, 그때까지 실컷 놀려 먹을 생각입니다), 팡이의 패션-기준과 고민도 남 일 같지 않습니다. 음악과 삶에 대한 창일 씨의 건강한 기준과 지향을, 저도 팡이도 전수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천용성


전복들 고창일의 육아일기 『기타팝파』 #3

🐚"아빠, 다음부터는 프로펠러 모자 쓰고 데리러 와줘."

안경을 맞췄습니다. 눈이 잘 안 보이더라고요. "이제 나도 중년인가"하는 생각에 살짝 상심할 뻔 했습니다. 아내는 노안이 온 거라며 놀리더군요. 그런데 잘 안 보이는 게 꼭 나쁜 일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모든 게 다 잘 보이는 세상도 피곤하지 않을까요. 노안이 오자마자 이런 말을 하니까 믿음이 안 가시겠지만.

유치원 버스가 올 시간이었습니다. 팡이와 함께 집을 나섰습니다. 유치원 버스에 탄 아이들이 저를 뚫어지게 쳐다 보더군요. 엉망으로 엉킨 머리에 새 안경을 쓴 팡이 아빠가 승객들에게 꽤 큰 반향을 준 것 같습니다.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어 손을 흔들고 점프를 해가며 아이들에게 잔망스러운 인사를 보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저, 고창일. 경솔의 아이콘.

하원하는 팡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팡이가 말하더군요.

팡이   나는 아빠 머리가 왕자님 같고 멋있는데*
아빠   오~ 진짜? 아빠가 멋있다는 사람 팡이 뿐이야. 사랑해
팡이   그게 아니고 애들은…
아빠   왜 무슨 일인데?
팡이   나는 예전 아빠 머리도 왕자님 같고 지금 머리도 왕자님 같은데

(편집자 주: 팡이는 유튜브로 말을 배워, 아빠와는 다르게 완벽한 표준어를 구사한다고 합니다.)

팡이는 아빠가 개성 있고 알록달록한 옷을 입는 걸 좋아합니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집을 나설 준비를 하면 “아빠 오늘 너무 멋져. 공연 잘하고 와”하며 볼에 뽀뽀를 쪽 해주는데. 하, 천연 몰핀이 따로 없습니다. 근데 아이들은 ‘너네 아빠 이상하다’고 놀렸다고 합니다. 머리도 이상하고, 쓴 모자도 이상하고, 안경도 이상하고.

팡이   우리 아빠 엄청 멋진데😢

자기 취향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서운했나 봅니다. 동시에 본인의 취향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어요. 잠깐 망설이다가 더 유니크한 주문을 합니다.

팡이   아빠 다음부터는 프로펠러 모자 쓰고 데리러 와줘. 그거 완전 멋진데.

팡이는 매일 아침 엄마와 실랑이를 합니다. 어떤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갈지 결정하느라요. 공주님 패션은 이제 질린 것 같습니다. 짧은 바지도 싫어하고 딱 붙는 옷도 싫어해요. 근데 아빠의 복장에 대해서는 꽤나 관대합니다. 유난히 개성을 강조해요. 여섯 살 팡이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인가봐요.

아버지-엄니가 저를 낳을 때보다 열 살을 더 먹었습니다. 취향이 늙고 몸이 낡는 것도 이젠 낯설지 않습니다. 늙고 낡았지만 취향이 있는 음악가로, 멋쟁이 아빠로 남고 싶습니다. 이상한 옷을 입고 이상한 노래를 하지만 “조금 달라도 괜찮아”하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기타팝파로 낡고 싶습니다.

🐚고창일


[이주의 추천곡]Peach Pit- Peach Pit

🔥특보🔥

🐚전복들X🐤전유동 전전쇼 성황리에 모두모두 종료🔥

🐚전복들의 《전복코믹스》 EP, 🐤전유동의 〈디플로도쿠스〉 싱글 발매를 기념해 서울, 대구에서 개최된 〈전전쇼〉, 그리고 👿소음발광의 초대로 성사된 〈소음측정파티 VOL.2〉까지, 총 3회로 진행된 🐚전복들과 🐤전유동 조인트 공연이 모두 종료되었다.

특히 👿소음발광과 부산의 오방가르드가 주최한 〈소음측정파티 VOL.2〉는 투어의 마지막답게 어마어마한 공연을 펼쳤다는 후문.  🐤전유동의 세심한 인디포크-팝부터 기타팝의 🐚전복들을 지나 "다 죽여버려"로 시작한 👿소음발광의 라이브까지. (🐤전유동이 공연 끝난 다음날 인천으로 올라가는 차에서 "부서진다 ~ 낙하의 춤 ~"을 백번 불러서 모두들 피곤해했음을 기록해둠.)

부산 & 경남 지역 대표 특산물 ― 소음발광 "다 죽여버려"

🐚전복들과 🐤전유동은 이번 〈전전쇼〉 종료를 기점으로 새로운 작업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올해 가을쯤, 만날 수 있을까?

🍔단편선 특파원


🔥특보🔥

😙후하, 쇼케이스 예매 시작 도대체 언제할 거임 (2021년 6월 6일에 송고한 특보임)

오는 6월 19일 토요일, 20일 일요일 양일로 예정된 😙후하의 〈Spring 발매 기념 쇼케이스〉의 예매가 시작되지 않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쇼케이스날까지 불과 2주도 안 남은 상황이지만 포스터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것.

정작 😙후하는 태평한 상태. 평균 하루에 한번 씩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라고 물어보는 🍔프로듀서에게도 특유의 허허실실한 태도로 "금방 됨 (웃음)"이라고만 답하는 상황. 이러한 상황과 관련, 전화를 통해 취재를 요청한 기자에겐 😙후하의 리더 🧑🏻성진영은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어차피 언제 열어도 1분컷 매진일텐데 급할 필요가 없다. 🍔프로듀서가 쓸데없이 조급해하는 것. 하여간 🍔프로듀서가 문제다."라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1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1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2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2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3
그래서 예매의 상태가? VOL.3

한편 쇼케이스 티켓 오픈과 더불어 공개해 이슈몰이를 할 계획이던 〈우표를 붙여요〉의 뮤직비디오가 티켓 오픈보다 먼저 공개되어 잔잔한 파문을 몰고 오고있다…

🍔단편선 특파원


📺오소리뉴스📺

🐮천용성 @yongsung000

[음반] 5. 26(수) - 6. 16(수), 천용성 2집 《수몰》 발매 후원 텀블벅

[공연] 6. 26(토) / 6. 27(일), 상상마당(홍대), 천용성 2집 《수몰》 쇼케이스

🐚전복들 @cosmic_abalone

[공연] 6. 26(토), 클럽 헤비(대구), 조제해시 EP 발매 기념 공연 ― 그밤그밤그밤

😙후하 @hoohaa.seoul

[공연] 6. 19(토) / 6. 20(일), 채널1969(연남), 《Spring》 쇼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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