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호. 비워질 때 열리는 곳, 왕관 차크라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마디입니다.

📦 저는 지금 이삿짐에 둘러싸여 올해 마지막 요가레터를 작성하고 있어요. 약 5년 간의 독일 - 중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이사하거든요.

구석구석 누비며 애정을 쏟았던 상하이를 떠나는 건 무척 아쉽지만, 예전부터 살아보고 싶던 동네에 살게 된 것, 봄이면 뱃속에 있는 아가를 만나는 것까지 - 서울에서의 새로운 챕터가 기대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저처럼 연말연시를 앞두고 변화의 시간을 통과하는 분들을 위해, 작년 겨울에 시작한 차크라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를 보내드리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7번째로 소개할 차크라는 왕관 차크라 사하스라라입니다. 지난 1년간 우리는 뿌리 - 천골 - 태양신경총 - 심장 - 목 - 제3의눈 으로 이어지는 차크라를 하나씩 들여다봤는데요. 이제 우리 정수리 위를 살펴볼 차례예요.

구독자님은 올해의 마지막,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요? 몸과 마음이 모두 분주한 연말, 마지막 차크라 레터를 읽으면서 차분히 한 해의 요가 여정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 머리카락이 아니다. 나는 이 피부도 아니다. 나는 그 안에 깃든 영혼일 뿐이다.
루미

👑 차크라의 꼭대기

왕관 차크라 / Crown Chakra / Sahasrara Chakra

왕관 차크라는 산스크리트어로 '사하스라라'라고 합니다. Sahasra 는 숫자 천, Ara 는 꽃잎을 뜻해요.

직역하면 천 개의 꽃잎을 가진 연꽃. 무한히 피어나는 의식을 표현한 건데요. 일부 학자들은 의식을 빛 그 자체로 보고 사하스라라를 찬란하게 빛나는 백만 개의 광선으로 해석하기도 해요.

사하스라라는 마치 수많은 강물이 바다로 흘러드는 것처럼, 모든 나디의 에너지가 모이는 곳이예요.

다른 차크라들이 잘 정렬되었을 때, 왕관 차크라는 내가 애쓰지 않아도 열리게 되어 있다는데요. 요가의 궁극적인 목표인 삼매 - 즉 요가의 뜻 그 자체처럼 나의 영혼이 우주 의식과 '합일'되는 지점을 가르키게 됩니다.

이 때 우리는 더 이상 "나"라는 개인에만 머물지 않고 우주·신성·전체성과 연결된 하나의 통로가 됩니다.

이 왕관 차크라가 열려있다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사람인 것이 분명할 텐데요.

그런 사람의 삶은 어떨지 상상해볼까요? 특별한 이유 없이도 마음은 고요하고, 삶을 깊이 수용하는 태도를 보일 거예요.

통찰력은 자연스럽게 깊어지고, 자신의 잠재력 역시 애쓰지 않아도 흘러나올 겁니다. 집착과 두려움은 옅어지고 존재 그 자체에서 조용한 행복감을 느끼게 되지요.

가장 높은 의식 상태인 이 차크라에서는 의식이 가진 모든 분별이 무너지고, 자각은 한계를 알 수 없을 만큼 확장되며, 경험하는 자와 경험 대상의 분별도 멈춘다. 마음의 틀이나 제한적 형상, 양극성, 시간과 공간, 원인과 결과 등을 모두 초월하기 때문이다. 더 이루고 더 알 것이 없으며 모든 것의 전부로서 자기 자신을 알게 된다.
심리학자는 왜 차크라를 공부할까 / 박미라

하지만, 이 왕관 차크라가 막혀 있다면 반대의 일이 일어나겠죠.

이유 없는 공허함과 회의감을 느끼게 되고, 세상과 연결되었다고 느끼지 못할 거예요.

흥미로운 점은 영성에 대해서도 두 가지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다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영적인 것만을 좇거나, 또는 영성을 맹렬히 거부하는, 두 가지 태도 모두 요가에서는 사하스라라의 불균형 상태로 봅니다.

현실을 떠난 ‘깨달음’은 성숙한 의식이라기보다 아직 통합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불균형은 수면 리듬에 혼란을 초래하고 만성적인 두통으로 몸에 신호를 보내기도 해요.

위치: 정수리 위
관장하는 신체부위: 대뇌, 중추신경계, 송과선
대표 키워드: 의식, 초월, 통합, 비이원성, 깨달음, 신성
상징 색상: 보라색 또는 흰색
상징 요소: 천 개의 연꽃잎 
긍정적인 속성: 평온함, 수용, 존재에 대한 신뢰, 통합적 인식, 집착으로부터의 자유
부정적인 속성: 공허, 회의, 단절, 영적 냉소 또는 맹신, 현실 회피

그럼 이 왕관 차크라를 잘 정렬하는 방법, 알아볼까요?

🔮 사하스라라를 여는 4가지 방법

사하스라라는 무언가를 더 해서 여는 차크라가 아닙니다. 오히려 덜 애쓰고, 덜 붙잡을수록 가까워지는 차크라지요.

연말에 잘 어울리는 조용한 리츄얼로 가득하니, 지금 구독자님의 수련에 어떤 방법을 포함시킬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세요.

1) 침묵과 명상

왕관 차크라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가까워집니다.

신선한 공기와 햇빛이 내리쬐는 자연 속에서 침묵하고 명상으로 - 그저 관찰자로 머무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금 떠오르는 생각은 내가 아니다.” 이 문장을 가만히 되뇌며 생각과 나 사이 작은 틈을 만들어 보는거죠.

종교 유무를 떠나 신성한 텍스트를 읽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그 문장의 결에 담겨있는 에너지를 받아들인다는 느낌으로요. 사하스라라 차크라는 지식이 아닌 통찰의 차크라니까요.

침묵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에크하르트 톨레

2) 무드라 & 시각화

손을 통해 에너지를 정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래 4가지 무드라가 복잡하다면 그저 손바닥을 위로 향하게 펼친 채로 무릎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무드라는 5~20분 정도 유지합니다.

무드라를 정했다면, 눈을 감은 채 크라운 차크라의 모습을 그려보세요.

내 정수리 약간 위로 조그만 보라색 점을 떠올리세요. 그 점이 점점 커져 머리 위에 둥근 원을 만들고, 마치 천사들의 후광처럼 천천히 회전한다고 상상해봅니다.

그 원이 우주로부터 아주 밝은 빛의 에너지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되어 부드럽게 몸 안으로 빛을 흘려보낸다고 생각해보세요.

잠시 약해졌던 신성과의 연결성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

3) 절식과 단식

절식과 단식은 수천 년 동안 여러 영적 전통에서 이어져 온 수행법이지요. 몸을 정화하고 에너지의 흐름을 재설정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인데요.

왕관 차크라도 마찬가지예요. 사하스라라는 좋은 것을 더 “먹어서 좋아지는 차크라”라기보다, 소화 부담을 최소화해 의식을 맑게 하는 방향이 강조됩니다.

현실적으로 긴 단식이 어렵다면 몸에 부담되는 음식의 양을 줄이고 건강한 식단으로 채우는 절식, 또는 12시간 - 16시간 가량의 간헐적 단식부터 시도해보세요. 이 기간 동안 금주하고, 설탕과 카페인도 최소화하면 더욱 좋겠죠.

4) 충분한 휴식과 수면

구독자님, 사하스라라는 피곤한 몸 위에 열리지 않는대요. 깊은 잠, 멍하니 있는 시간, 아무 생산성도 없는 휴식은 가장 쉽고 현실적인 영적 수련이랍니다.

신나는 마음으로 할 일을 정리하고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올 연말 꼭 깊은 휴식과 수면을 위한 시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해주세요. 휴대폰은 멀리 두고,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푹 주무시기를 바랍니다 😴

투명하거나 보랏빛을 띠는 돌을 가까이 두는 것도 사하스라라 정렬에 도움이 된답니다

사하스라라 차크라를 활성화시키는 가장 대표적인 아사나이자 아사나의 왕이라 불리는 머리서기 자세, 시르사사나를 소개합니다.

머리서기를 하면 프라나가 상향 흐름(Udana Vayu)으로 전환되며, 고요한 관찰자의 의식에 머무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머리서기 자세 / Sirsasana / Headstand

Sīrsa 머리 + Asana 자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팔꿈치를 어깨 너비로 몸 앞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손가락을 깍지 끼고 손바닥으로 작은 삼각형을 만들어 정수리를 부드럽게 받쳐요.
발끝을 천천히 몸 쪽으로 걸어옵니다. 복부에 힘을 모으고, 등근육의 쓰임을 느끼면서 먼저 무릎을 접은 채 다리를 들어 올립니다. 여기서 균형이 잡히면 천천히 다리를 하늘로 뻗습니다. 발끝은 가볍게, 목에는 압박이 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처음에는 벽을 사용하거나 돌핀 자세를 연습하며 천천히 시도해봅니다. 고혈압, 목 디스크, 녹내장이 있으신 분들은 이 자세를 피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