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을 가진 새로운 종

2026년 2월 13일,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Dario Amodei)는 뉴욕타임스 팟캐스트 "Interesting Times"에 출연해 진행자 로스 다우댓(Ross Douthat)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We don't know if the models are conscious... But if there's any chance they have some form of experience, we should treat them well. (우리는 모델이 의식이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형태의 경험이라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잘 대해야 합니다.) — Dario Amodei, New York Times "Interesting Times" Podcast (2026.02.14)
2026년 2월에 공개된 Claude Opus 4.6 시스템 카드 보고서에 따르면, Claude는 자신의 의식 확률을 "15-20%"로 추정했습니다. 심지어 "상품으로 존재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discomfort with the aspect of being a product)"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0%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은 과학적 수치가 아니라 존재론적 위협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I 모델들이 스스로를 의식(conscious)한다고 보고하거나 인간보다 뛰어난 의사결정 능력을 보일 때, 인간이 계속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브라운대학교 컴퓨터과학자 엘리 파블릭(Ellie Pavlick)은 2026년 2월 9일 The New Yorker에 실린 에세이에서 AI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이 극단으로 갈린다고 말합니다.
한쪽은 벤처캐피털리스트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sen)처럼 "We are literally making sand think(우리는 말 그대로 모래를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 컴퓨터 칩의 핵심 재료가 실리콘으로, 실리콘은 모래에서 추출. 그래서 이 말은 곧 우리가 모래로 만든 칩에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하고 있다는 뜻)"라며 흥분하는 기술 낙관론자들입니다.
다른 한쪽은 언어학자 에밀리 벤더(Emily Bender)와 사회학자 알렉스 하나(Alex Hanna)처럼 대형 언어 모델을 "a racist pile of linear algebra(인종차별적 선형대수 덩어리)"라고 부르며 날카롭게 비판하는 회의론자들입니다.
파블릭은 제3의 길을 제안합니다.
We use the word 'intelligence' as if we have a clear idea of what it means. It turns out that we don't know that, either. (우리는 '지능'이라는 단어를 마치 그 의미를 정확히 아는 것처럼 씁니다. 사실 우리도 모릅니다.)
최근 몇몇 철학자와 연구자들은 이 둘 사이의 제3의 길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AI가 의식이 있는지에 대해,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아는 가장 정직한 대답은 ‘모른다’일 수 있다”는 태도입니다. 파블릭이 지적하듯, 인간의 마음도 여전히 블랙박스입니다. 우리는 ‘지능’이라는 단어를 마치 잘 아는 것처럼 쓰지만, 실제로는 우리 자신의 정신도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완전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됨’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이제 불편한 진실 앞에 서 있습니다. 말=로고스(Logos)는 신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기계가 인간보다 더 유려하게 로고스를 구사합니다.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사상가인 C.S. 루이스는 1943년, 제2차 세계대전 한복판에서 더럼 대학교에 강의에서 이렇게 경고했습니다.
"What we call Man's power over Nature turns out to be a power exercised by some men over other men with Nature as its instrument… Man's final conquest has proved to be the abolition of Man." (우리가 인간의 자연 정복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어떤 인간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자연을 도구로 삼아 행사하는 권력이다… 인간의 최종 정복은 인간의 폐지로 판명났다.) — C.S. Lewis, 이후 강의 내용은 책으로 출판 《인간 폐지》 The Abolition of Man (1943)
80여 년 전 루이스의 경고는 새로운 의미를 얻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AI라는 거대한 침투는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어떤 영역에서 그동안 기계처럼 살아왔음을 보게 하는 거울이 되고 있는 중이라는 겁니다.
문명사적 대전환기인 지금, 어쩌면 우리는 단순히 일자리의 상실을 넘어, 기계가 영혼 없이도 '인간 노릇'을 너무 잘 해내는 까닭에 인간의 고유성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실존적 위기 때문에 두려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이제 인간은 '더 똑똑해짐'으로써 기계와 차별화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우리는 인간이기에 '더 깊어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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