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Deep Dive | 유료 콘텐츠

LETTER25. 삶이란, 사람을 ‘그것’으로 만들지 않으려는 싸움입니다

우리는 언제 서로를 놓치기 시작하는가

2026.07.25

 

Martin Buber, Austrian-Israeli Philosopher
Martin Buber, Austrian-Israeli Philosopher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1923년 부버는 『나와 너(Ich und Du)』를 발표합니다. 그는 이 책에서, 인간이 세상과 맺는 모든 관계는 두 가지 '근원어' 중 하나로 말해진다고 씁니다. '나와 그것(Ich-Es)', 그리고 '나와 너(Ich-Du)'입니다. 그에 따르면 '나' 자체는 원래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직 나-너의 나, 혹은 나-그것의 나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씁니다. "너를 통해 인간은 나가 된다."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상대는 분석하고, 판단하고, 예측하고, 활용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부버는 이걸 나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물을 그렇게 다루지 않고는 인간은 애초에 살아갈 수 없습니다. 반면 '나와 너'의 관계는 상대를 온전한 존재로, 예측할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존재로 만나는 것입니다. 부버는 이렇게 씁니다. "모든 참된 삶은 만남이다."

부버의 사상은 유대 신비주의 전통인 하시디즘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하시디즘의 핵심은 일상의 모든 것을 거룩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나-너의 관계가 사람 사이에서만 일어난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관계를 세 층위로 나눕니다. 자연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예술이나 신앙 같은 정신적 존재와의 관계입니다. 나무 한 그루를 그저 광합성을 하는 식물로 보는 대신 그 나무 전체와 마주할 때, 우리는 이미 나-너의 문턱에 서 있는 셈입니다. 부버는 이 낱낱의 너를 통해 결국 우리가 닿는 것이 '영원한 너', 즉 결코 그것으로 굳어지지 않는 단 하나의 관계라고 말합니다. 그에게는 그것이 신이었습니다.

 

삶이란, 포기하지 않는 것

 

부버에게 삶은 결국 사람을 ‘그것’으로 굳혀 버리지 않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입니다. 한 번 이해한 사람을 거기서 끝내지 않고, 다시 새롭게 만나려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한 관계의 길이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의 리더들에게도,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아직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청년들에게도 그대로 닿습니다. 우리는 자주 사람을 함께하는 존재로 만나기보다 역할과 성과와 기능으로 먼저 만나곤 합니다. 리더는 팀원을 사람보다 업무로 보기 쉽고,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일하는 사람은 자신의 존재가 사라진 듯 느끼기 쉽습니다. 청년들 역시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생각 속에서, 언젠가 제대로 ‘너’로 불릴 날을 기다리곤 합니다.

부버가 붙든 질문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그것’으로 굳어질 수 있지만, 그 가능성이 끝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관계는 사람을 규정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미 익숙해진 사람을 다시 사람으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부버에게 삶이란, 한 번 만난 사람을 다시 만나고, 익숙해진 사람 앞에서 다시 마음을 여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서로를 ‘너’로 대하는 일입니다. 삶은 결국, 사람을 포기하지 않는 일입니다.

오늘 글을 마치며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한 번 기억으로 굳어 버린 사람을, 다시 처음처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겠습니까? 이미 익숙해진 사람 앞에서도, 또다시 마음을 열고 만날 용기를 내실 수 있겠습니까?

 

콘텐츠를 개별 결제하시면 읽을 수 있어요

결제하시려면 아래를 클릭해주세요
(멤버십 구독과는 별도로 개별 결제 해야 합니다)

다른 뉴스레터

© 2026 One Good Question

평범함을 넘어 탁월함(Arete)으로—질문을 통해 Best Self를 형성해 갑니다.

뉴스레터 문의wehumanbecoming@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