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킬레우스가 전장을 떠나는 장면을 “유아적 파업”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대개 두 부류다. 첫째, 타인의 자존을 비용으로만 계산하는 사람들. 둘째, 자기 자존을 이미 값싸게 팔아버린 사람들. 그들은 말한다. “조직이 어려운데 개인 감정으로 빠지면 되나?” 말은 그럴듯하다. 하지만 그들이 숨기는 전제가 있다. 조직은 개인의 존엄을 보장하는가? 보장하지 않는 조직에서 개인에게만 ‘성숙’을 요구하는 것은, 윤리의 언어로 포장한 착취다.
호메로스의 세계에서 전쟁은 약탈로 운영되고, 약탈은 τιμή(τιμή, timē)를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전리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당신이 이 공동체에서 얼마짜리인가”를 나타내는 표식이었다. 그 표식을 총사령관이 자의적으로 찢어버리는 순간, 아킬레우스의 행동은 감정이 아니라 질서에 대한 응답이 된다. 그가 느낀 μῆνις(μῆνις, mēnis)는 “화남”이 아니라, 존재론적 계약 파기에 대한 격노다. 계약이 깨졌는데도 계속 싸우라는 요구는, 도덕이 아니라 공갈이다.
카카오페이, 신용카드로 간편결제를 지원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