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밥플릭스Ⅰ- 블랙 미러 시리즈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예전과 달리 식당, 술집, 카페를 가면 귀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홀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밥, 술, 커피를 마시면서 영상을 보다가 깔깔대는 사람들이 많죠. 부담 없이 보기 편한 영상 댓글에는 '왔다. 내 밥 친구'라는 문장이 달리곤 합니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 '빠더너스'의 문상훈 씨는 이런 영상들을 가리켜 '밥플릭스'라고 지칭하면서 크게 화제가 되었죠.

여러분들은 일상생활에서 편하게 보는 영상이 있으신가요? 밥을 먹거나 혼술을 하거나 운동을 할 때 BGM(Background Music)처럼 켜두는 모든 영상이 이에 포함됩니다. 밥플릭스라는 말처럼 OTT에도 그러한 영상들이 참 많죠.

지극히 개인적이고 아주 심하게 취향 탈 수도 있는 OTT 연구소 연구원 춘식의 밥플릭스 리스트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첫 번째 작품은 넷플릭스의 '블랙 미러 시리즈'입니다.

Ⅰ. '블랙 미러'라는 시리즈

'블랙 미러'는 여러 포스터가 존재하지만 깨진 유리 같은 검은 화면과 웃는 얼굴이 새겨진 포스터가 가장 유명합니다. 'Black Mirror'는 말 그대로 '검은 화면',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고장이 나서 작동하지 않는, TV나 핸드폰, 컴퓨터의 꺼진 화면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의역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대 문명 사회를 나타내기도 하죠. 21세기 전 세계 어디든 문명의 이기를 누리려면 전기를 제공받아야 하는데 화면이 꺼졌다는 것은 문명 시스템의 어떤 부분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시리즈는 원래 영국의 무료 공영 방송 채널 'Channel 4(이하 채널 4)'에서 방영되었습니다. 채널 4는 영국 공영 방송 BBC와 달리 공적 자금을 지원받지 않고 운영하는 방송으로 광고와 같은 수익 창출을 통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는 공공 서비스 방송입니다.

채널 4에서는 시즌 1과 시즌 2,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방영되었습니다. 시즌 1은 2011년 12월, 시즌 2는 2013년 2월에 방영되었고, 2014년에 크리스마스 스페셜이 선보였죠. 현재 크리스마스 스페셜과 시즌 2는 넷플릭스에서 시즌 2로 묶어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시즌 1 첫 화를 봤을 적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기술 발전과 도덕, 윤리, 인간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은 발가벗고 한강 공원 한가운데서 억지로 춤추는 사람의 기분과도 같았습니다. 인간성에 관한 날카로운 통찰은 누군가에게 짜릿함을, 어느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을 선사했죠. 하나 확실한 건 그게 어떤 느낌이었던 간에 다음 시즌을 기다리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밥플릭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겁지 않나?'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 충분히 이해합니다. 내용이 불편할 수도, 무거울 수도 있죠. 확실한 건 작업을 하면서도, 운동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 미스터리 유튜브 채널, 공포 사연을 읽어주는 채널을 듣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끔 저런 채널을 들을 때면 '현실성이 없다', '이야기를 억지로 만들었는지 개연성이 떨어진다'라고 생각될 때가 많습니다.

'블랙 미러'는 아주 잘 만든 단편 영화 모음집을 보는 느낌입니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전 에피소드를 보고 후회하는 경우는 적죠. 각본가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가 남다르다고 느껴집니다. 시즌 1이 시작된 2011년부터 14년이 지난 지금, 해당 시리즈에 나왔던 이야기들 가운데 현실 세상에서 조금씩 실현되는 내용들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들도 함께 나타나고 있고요. 각본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연출 역시 좋습니다. 괜히 에미상을 받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죠.

Ⅱ. 최애 에피소드 추천

블랙 미러 시리즈의 최대 장점은 옴니버스 구성을 하고 있어, 첫 화부터 끝까지 볼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원하는 제목을 보고 보고 싶은 회차를 골라볼 수 있죠.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넷플릭스 코리아'를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예고편을 보고 총 몇 개의 에피소도르 구성됐는지, 이번에도 옴니버스로 나올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흥미로웠죠.

🎬 연구원 춘식이 인상적으로 본 에피소드

: 시간이 된다면 모든 시즌, 모든 에피소드를 보시길 추천합니다. 시즌별로 추천작을 정리했습니다. 꼭 봤으면 하는 추천작 옆에는 별 표시를 해두었으니 참고하세요. 스포일러성 내용을 소개하면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에 흥미로운 주변 정보만 전달해 드립니다.

시즌 1

핫 샷(15 Million Merits)

- '아 저 배우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영화 <겟 아웃(Get Out)> 배우 대니얼 칼루아가 맞다.

당신의 모든 순간(The Entire History of You)

- 주인공 리암 역을 맡은 토니 켑벨은 영화 <혹성탈출> 리부트 시리즈에서 코바의 목소리를 연기했음.

시즌 2

화이트베어(White Bear)

⭐화이트 크리스마스(White Christmas)

-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때는 시즌 2로 분류되어 있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2014년 크리스마스 특별판으로 공개된 에피소드.

시즌 3

⭐샌 주니페로(San Junipero)

- 2017년 에미상에서 TV 리미티드시리즈·영화 부문 각본상을 수상.

- 에피소드 마지막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Belinda Carlisle의 'Heaven Is A Place On Earth'.

보이지 않는 사람들(Men Against Fire)

⭐미움 받는 사람들(Hated In the Nation)

시즌 4

⭐USS 칼리스터(U.S.S. Callister)

- 시즌 4 메인 예고편에 소개된 작품.

- 2018 에미상에서 TV영화 작품상 및 미니시리즈, 영화 및 드라마 스페셜 부문 각본상을 수상.

⭐시스템의 연인(Hang The DJ)

- 에피소트 마지막에 나오는 음악은 영국 맨체스터 출신 밴드인 The Smiths의 1986년 싱글 'Panic', 가사 중에 'Burn down the Disco, Hang the blessed DJ(디스코는 불태워버려, 그걸 튼 DJ는 교수형에 처하자)'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가사에서 제목을 따온 걸로 추정.

- 참고로 더 스미스 보컬이었던 모리세이가 쓴 가사인데 이 내용으로 인해 한때 197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흑인 디스코 음악을 저격하면서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함.

- (해당 에피소드를 보고) 인상적이었다면 시네마 시선 2022년 3월호 기고한 연구원 춘식의 글을 읽는 걸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