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된 서사를 건드릴 땐 주의해야 합니다

🙋‍♂️안녕하세요. OTT 연구소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를 준비하면서 '봄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 일상에도 따스함이 닿기를 기원합니다.'라고 썼다가 며칠 전 폭설이 내린 걸 봤네요. 눈이 오더라도 봄은 올 테니 다들 따뜻한 계절 잘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3월이 다가오면서 OTT에도 신작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예고편만으로도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도 있고, '괜찮을까' 싶은 작품도 보입니다.

여러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이 하나 보였습니다.

'이미 완성된 서사에 이야기를 더하네. 흠... 괜찮을까?'

이야기가 끝난 소재, 주제를 갖고 다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리메이크 영화나 드라마가 호평보다는 혹평을 많이 받는 이유도 이미 끝난 서사를 잘못 다뤄 기존 이야기를 망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얼마 전 공개된, 그리고 나올 예정인 작품들을 통해 '완성된 서사를 다루는 것'에 관해 말해보려 합니다.

🕶 서사를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한 발 - 데어데블: 본 어게인

넷플릭스에서 디즈니 플러스로 돌아온 <데어데블 본 어게인> /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새로운 시즌은 디즈니 플러스에서 하지만 과거 2015년과 2016년, 2018 마블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데어데블 시리즈를 선보입니다. 데어데블 시리즈는 시즌 1 1화부터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우주, 외계인 침공을 이야기하기에 다소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어벤져스와 달리 데어데블과 헬스키친 친구들의 이야기는 뉴욕 한가운데서 지금 당장 일어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이야기였기 때문이죠.

시즌 1과 2는 대척점에 선 두 주인공의 시작과 성장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인물인지, 왜 저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 서사의 당위성과 어떻게 캐릭터가 형성되었는지 이야기합니다.

시즌 1 1화가 시작되면 체구가 작은 한 아이가 도로 위에서 위험에 처한 할머니를 구하다가 쓰려지고 트럭에 있던 화학약품이 얼굴 쪽으로 쏟아져 시력을 잃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아이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밤에는 자경단으로 활동하는 맷 머독(찰리 콕스)이 되죠. 이어 성인이 된 맷은 성당에서 신부에게 자신이 저지른 폭력에 관해 고해성사를 합니다.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 어린 시절 트라우마로 인해 힘겨워하는 윌슨 피스크(빈센트 도노프리오)도 등장합니다. 덩치가 크고 통통한 아이는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망치를 듭니다. "그걸로 뭘 할 거냐? 뚱보 자식아."라는 말에 분노하는 아이. 그대로 아버지를 내려치고 그가 즉사하자, 어머니는 아이가 보는 앞에서 톱을 가져오라 말합니다.

데어데블 시즌 1과 2는 미숙한 자경단 맷 머독이 헬스키친을 수호하는 악마 '데어데블'로 성장하는 과정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진 뒤,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내면의 악당을 일깨우는 윌슨 피스크가 킹핀으로 각성하는 모습이 동시에 나옵니다.

이 시리즈는 디펜더스라는 헬스키친의 어벤져스로 이어지지만, 제시카 존스와 퍼니셔를 제외하면 나머지 멤버들의 솔로 드라마는 아쉬운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이 모인 <디펜더스>도 그렇죠. 데어데블 시즌 3는 전투 이후, 청력을 상실한 매튜(멧 머독)가 이를 극복하는 모습, 윌슨이 감옥에서 나와 재기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그리고 중요 인물인 엘렉트라와 벤 포인텍스터(불스아이)가 등장해 긴장감을 줍니다.

이러한 서사는 <데어데블: 본 어게인>에서 완성될 것으로 보입니다. 잔악한 본성을 숨기고 뉴욕 시장이 된 윌슨 피스크(킹핀)는 도시를 집어삼키려 하고 로펌 일에 집중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맷 매독(데어데블)은 도시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 애를 씁니다. 여기에 미치광이 살인마로 변한 포인덱스터(불스아이)와 새롭게 등장하는 화이트 타이거, 그리고 모든 악인을 제거하려는 프랭크 캐슬(퍼니셔) 등등 수많은 인물들이 어둠의 끝에서 만날 준비를 마쳤습니다.

'악인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라는 맷의 의지는 이뤄질 수 있을까요? 어쩌면 '악인이라는 자들은 그 누구도 인간답게 살아갈 가치가 없는 존재다'라며 이를 처단하려는 퍼니셔의 말이 더 맞지 않을까요?

우선 3월 5일(한국 시각) 공개된 1화와 2화는 잘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드라마는 잘 쌓아올린 서사의 마지막 방점을 찍을 수 있을까요?

※ 드라마 <데어데블> 시즌 1, 2, 3와 <퍼니셔> 시즌1, 2, <데어데블: 본 어게인>과 <제시카 존스> 시즌 1, 2, 3, <디펜더스>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데어데블: 본 어게인 공식 예고편 / 출처 : 유튜브 마블 코리아 채널

🔪어쨌든 끝이 났는데 다시 관뚜껑을 열어버린 - 덱스터 : 오리지널 씬

OTT 연구소 초창기부터 구독하신 독자라면 '명작 몰아보기' 시리즈를 기억하실 겁니다. 4년 전,에 올렸던 명작 몰아보기 두 번째 작품이 오늘 이야기할 '덱스터' 시리즈죠. 시즌 8로 종영한 걸작 드라마입니다. '마지막 시즌 결말이 다소 아쉽다', '맥 빠진다'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주인공 덱스터 모건을 연기한 마이클 C. 홀의 인생 작품으로 꼽힐 정도로 연기, 각본 모두 훌륭했죠.

지난 뉴스레터 마지막에 그해 가을(2021년 가을)에 후속 시즌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주인공을 맡았던 마이클 C. 홀과 덱스터 팀 역시 시즌 8 결말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고 <덱스터: 뉴 블러드>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장소에서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내용을 담았었죠. 현재 왓챠에서 해당 시즌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결과만 얘기하자면 닫힌 관뚜껑을 열었는데 완벽한 결말은커녕 더 답답하고 개연성 떨어지는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마무리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13일(미국 시각) 덱스터를 방영했던 미국 케이블 채널 '쇼타임'에서 <덱스터: 오리지널 씬>을 방영합니다. 전 시즌 주인공이었던 배우 마이클 홀이 제작자로 참여하기도 했죠. 드라마는 덱스터(마이클 C. 홀)이 죽어가는 장면에서 시작해 과거로 넘어갑니다.

'오리지널 씬'이라는 제목처럼 시즌 1보다 앞선, 프리퀄 이야기를 다뤘죠. 아직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어 평가는 유보하려고 합니다. 다만, 캐스팅은 아주 훌륭했다는 평을 확인했습니다. 이전 시즌을 제대로 마무리도 못 하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이어갔다면 위험성이 더 커졌을 텐데 제작진이 이야기를 앞으로 돌린 걸 보고 영리한 선택을 했다고 보입니다.

다만 올여름, 시즌 10이 될 <덱스터: 레저렉션>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뉴스에 따르면 덱스터가 살인할 때마다 그의 정신 속에서 조언하는 역할로 나온 양아버지 해리 모건 역의 제임스 레마가 해당 시즌에 복귀한다는 소식입니다. 과연 '부활'이라는 뜻처럼 화려하게 돌아올 수 있을까요? 아직 마치지 못한 결말을 잘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Original Dexter Star Confirms Return for Dexter: Resurrection: "I'm Gonna Be in That Too!" (덱스터 데일리, 2024.12.30)

※ <덱스터 시즌 1>에서 <시즌 8>은 왓챠와 쿠팡플레이에서, <덱스터: 뉴블러드>는 티빙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덱스터: 레저렉션> 예고 영상 / 출처 : 덱스터 온 파라마운트+ 쇼타임 공식 유튜브

😆 왕좌를 계승하고 있습니다 -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크라임씬 제로

<무한도전>만큼은 아닐지라도 팬덤이 굉장히 탄탄한 예능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KBS에서 방영했던 <홍김동전>이고, 다른 하나는 JTBC 간판 예능이었던 <크라임씬> 시리즈 입니다. 각 방송국 유튜브 채널에서 실시간 보기가 진행되면 적게는 천여 명에서 많게는 3, 4천 명까지 시청자들이 관람하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선 크라임씬은 지난해 JTBC 콘텐츠를 상영하는 OTT 채널 TVING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되었습니다. 정종연 PD가 연출했던 <여고추리반>에 이은 두 번째 TVING 오리지널 추리게임 시리즈이기도 했죠.

1월 19일 프롤로그를 시작으로, 2월 9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10회차 에피소드가 모두 공개되었습니다. 이전 시즌과 마찬가지로 윤현준 PD가 메가폰을 잡았고, 장진, 박지윤, 장동민의 기존 멤버에 키, 주현영, 안유진 세 명의 신규 멤버가 합류했습니다. 새 멤버보다 기존 멤버를 부르짖는 일부 팬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나쁘지 않은 시즌을 보냈습니다. 다만 '회차가 적다', '새 멤버들의 연기는 좋은데 추리는 아쉽다'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가을 공개를 목표로 <크라임씬 제로>가 촬영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장진, 박지윤, 장동민, 안유진에 시즌 2에서 크게 활약한 배우 김지훈 씨가 합류한다고 알려졌죠.

🔖 김지훈이 돌아왔다..'크라임씬 제로' 장진·박지윤·장동민·안유진 이어 합류 (조선일보, 2025.1.6)

<도라이버: 읽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포스터 / 출처 : 넷플릭스 공식 홈페이지

강력한 마니아층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인해 지난해 1월 18일 눈물의 고별 방송을 했던 <홍김동전>은 넷플릭스에서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이하 '도라이버')>로 부활하게 됩니다.

김숙, 홍진경,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 5명 멤버가 그대로 참여하면서 제작진도 큰 변화 없이 이어져 <홍김동전> 시즌 2라는 평가가 정확하다고 보입니다. 홍김동전은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공중파라는 플랫폼의 명확한 호불호와 한계, 제작진의 아쉬운 기획력, KBS를 등에 업었지만 홍보가 부족한 점 등 악재가 많았습니다. 이에 반해 도라이버는 '구개념 버라이어티'라는 기존 설정과 멤버들의 합, OTT로 옮겨오면서 풀려난 여러 제약들로 인해 우선 멤버들이 이야기 나누는 모습만 봐도 재미있습니다.

30분이 되지 않는 짧은 상영시간을 바탕으로 길게 못 웃길 바에야 '짧고 강하게 빅재미를 추구하겠다'라는 목표로 시청자에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조금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3월 7일 기준) 공개된 에피소드는 재밌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