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SaaS 주가 폭락, 진짜 원인은 AI가 아니에요

소프트웨어 산업은 지금 '발산기'에서 '수렴기'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살아남는 건 '요약'이 아니라 '액션'을 제공하는 쪽이에요.

2026.03.05
from.
Kwangseob
오즈의 지식토킹의 프로필 이미지

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최근 주식 포트폴리오를 열어보신 분들 중 소프트웨어 종목을 갖고 계셨던 분이라면 한숨이 나오셨을 거예요. iShares 소프트웨어 섹터 ETF(IGV)가 2025년 9월 고점 대비 약 30% 하락했어요. 같은 기간 나스닥100(QQQ)은 거의 보합인데, 반도체 ETF(SMH)는 오히려 30% 올랐어요. 소프트웨어만 유독 맞고 있는 거죠.

뉴스 헤드라인은 명확해요. "AI가 SaaS를 죽인다." 월가에서는 아예 'SaaSpocalypse'(SaaS + Apocalypse)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어요. 그런데 저는 이 서사가 절반만 맞다고 봐요. AI가 방아쇠를 당긴 건 맞지만, 총알은 이미 장전되어 있었거든요. 오늘은 그 장전된 총알이 무엇인지 이야기해 볼게요.

표면: 무슨 일이 있었나

첨부 이미지

올해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소프트웨어 주식에서 약 1조 달러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어요. S&P 북미 소프트웨어 지수는 1월 한 달간 15% 하락하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월간 낙폭을 기록했어요.

직접적인 촉발점은 AI 에이전트 제품들의 연이은 출시였어요. Anthropic이 Claude Cowork를 1월에 리서치 프리뷰로 공개하고, 2월 말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정식 런칭했어요. Google Drive, Gmail, DocuSign까지 직접 연결해서 파일을 읽고, 이메일을 작성하고, 계약서 조항까지 검토하는 수준이에요. OpenAI도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Frontier를 선보였고요. 시장의 해석은 단순했어요. "AI 에이전트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가 하던 일을 직접 할 수 있으면, 그 소프트웨어는 끝이다."

법률 소프트웨어 기업 CS Disco, 데이터 분석의 Thomson Reuters, 심지어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까지 두 자릿수 하락을 겪었어요. 월가 트레이더들 사이에서는 "Get me out — 그냥 다 팔아"라는 말이 돌 정도였어요.

이면: 총알은 이미 장전되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물러서서 봐야 할 게 있어요. SaaStr의 Jason Lemkin이 지적한 부분이 핵심인데요, 상장 SaaS 기업들의 성장률은 2021년 정점 이후 매 분기 하락해 왔어요. 매 분기요. 이건 AI 때문이 아니에요. 이미 3년째 진행되고 있던 감속이에요.

최근 SaaS 기업들의 실적을 뜯어보면,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경우 상당수가 기존 고객 대상 가격 인상 덕분이에요. 신규 고객 유치나 기존 고객의 사용량 확대, 즉 진짜 성장이라 부를 수 있는 지표는 둔화되고 있었어요. Lemkin의 표현을 빌리면, 이건 성장(growth)이 아니라 수확(harvesting)이에요. 그리고 수확하는 기업은 성장하는 기업과 전혀 다른 밸류에이션[1]​을 받아요.

Bain & Company의 분석도 같은 결론을 가리키고 있어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순매출유지율(NRR)[2]​이 정체되고 있고, 핵심 기능의 침투율 곡선이 평탄해지면서 시트(seat) 수 기반 성장이 더 이상 의미 있는 동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예요. 여기에 AI가 기존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능을 복제할 수 있다는 공포가 겹쳐지면서, 시장이 3년간 미뤄왔던 재평가를 한꺼번에 해버린 거예요.

Bank of America는 이 매도세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기도 했어요. "AI 투자의 ROI가 약하다"는 비관론과 "AI가 SaaS를 완전히 대체한다"는 비관론이 동시에 성립할 수는 없다는 거죠. 둘 다 맞을 수는 없어요. 하지만 시장은 논리적 정합성이 아니라 불확실성 자체를 할인하는 곳이에요. 그래서 양쪽 공포가 동시에 주가에 반영된 거예요.

발산과 수렴: 아이폰 초기가 다시 반복되고 있다

저는 지금 이 상황이 2010년대 초반 아이폰 앱 생태계의 초기와 구조적으로 닮았다고 봐요.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하시면, 버스 노선도 앱이 수십 개 나왔고, 메신저 앱도 카카오톡, 마이피플, 틱톡(당시), 네이트온 등 셀 수 없이 많았어요. 모든 카테고리에서 비슷한 앱들이 쏟아졌죠. 그리고 지금은요? 대부분 하나로 수렴했어요.

AI 소프트웨어 시장도 지금 그 발산기에 있어요. 너도 나도 "AI로 이걸 자동화한다", "AI로 저걸 생성한다"며 앱을 쏟아내고 있죠. 하지만 발산 뒤에는 반드시 수렴이 와요. 불필요한 것들이 정리되고, 몇 가지 핵심 플랫폼으로 귀결되는 시기가요.

이걸 잘 보여주는 사례가 감마(Gamma)예요. PPT 자동 생성 분야에서 감마는 한때 압도적이었어요. 매출도 1위였고요. 그런데 최근에 Claude가 MS 오피스에 빌트인 익스텐션으로 들어갔어요. PPT 템플릿만 잘 만들어 놓으면, Claude가 내용을 알아서 채워주는 거예요. 감마를 써야 할 이유가 갑자기 사라진 거죠. 결국 감마는 클라우드 경쟁을 포기하고 온프레미스[3]​ 기반의 보안 특화 전략으로 노선을 틀었어요.

이건 감마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클라우드에서 범용 AI 플랫폼과 정면으로 경쟁해야 하는 모든 SaaS 스타트업이 직면한 구조적 질문이에요. "내가 하는 일을 Claude나 Gemini가 기본 기능으로 제공하면, 사용자가 왜 나를 써야 하지?"

요약이 아니라 액션: 살아남는 소프트웨어의 조건

첨부 이미지

여기서 중요한 전환이 하나 더 있어요. AI의 역할이 '텍스트 생성'에서 '실행(Action)'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거예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AI의 핵심 가치는 "요약해줘", "정리해줘", "보고서 만들어줘"였어요. 이건 이제 누구나 할 줄 안다는 걸 모두가 알아요. 진짜 가치는 그다음에 있어요. AI가 직접 이메일을 보내고, 캘린더를 등록하고, 문서를 수정하고, 계약서를 검토하는 액션이요.

구글의 Gemini가 흥미로운 사례예요. Gemini는 2025년 초부터 구글 워크스페이스 전 제품에 기본 탑재되기 시작했고, 2026년 초에는 엔터프라이즈급 풀 통합을 완료했어요. Gmail에서 메일을 요약하고 자동 생성하고, 구글 미팅이 끝나면 회의록을 정리하고, 후속 할 일을 캘린더에 등록해 주고, 유튜브 영상에 대해 질의응답까지 해주고 있어요.

이게 왜 중요하냐면, 사용자가 "나 지금 AI 쓰고 있다"고 의식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냥 평소처럼 메일을 읽고, 문서를 편집하고,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정신 차려보니 AI를 쓰고 있는 거예요. 스마트폰이 그랬듯이요. "스마트폰을 써야지" 해서 쓴 게 아니라, 어느 날 보니 쓰고 있었잖아요. 저는 이런 자연스러운 침투가 진짜 의미 있는 AI 적용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 '액션'의 흐름이 기존 SaaS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해요. "당신의 소프트웨어는 AI 예산을 가져오는 쪽인가, 아니면 AI에게 예산을 뺏기는 쪽인가?" SaaStr의 Lemkin이 정리한 이 기준이 앞으로 소프트웨어 기업의 생사를 가를 거예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하면, 저는 SaaS 주가 폭락을 보면서 '드디어 왔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GTM 전략을 수립해온 경험에서 보면, 시트(seat) 기반 과금 모델이라는 건 원래 사용자 수가 계속 늘어나는 성장 국면에서만 작동하는 모델이에요. 침투율이 포화에 가까워지면 가격을 올리는 것밖에 할 게 없고, 그건 기존 고객을 괴롭히는 것이지 성장이 아니에요. 이 구조적 한계는 AI 이전부터 존재했어요.

AI는 이 한계를 극적으로 가시화시킨 촉매제였을 뿐이에요. "시트당 요금을 내는 소프트웨어"를 쓸 필요 없이, 한 명의 직원이 AI 에이전트로 세 명분의 일을 처리하면 시트 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Bain의 보고서도 실제로 고객사의 시트 수 증가가 둔화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고요.

하지만 저는 "SaaS는 죽었다"라는 서사에도 동의하지 않아요. Gartner의 2026년 2월 전망에 따르면, 전 세계 소프트웨어 지출은 올해 14.7% 성장해서 1.4조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돼요. Forrester는 글로벌 SaaS 지출이 2025년 3,180억 달러에서 2029년 5,76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고요. 파이 자체는 여전히 커지고 있어요. 다만 그 파이가 재분배되고 있는 거예요.

결국 핵심은 이거예요. 엔터프라이즈 CRM이나 ERP처럼 조직의 핵심 시스템(system of record)으로 깊이 박혀 있는 소프트웨어는 쉽게 대체되지 않아요. 직원 재교육, 데이터 마이그레이션, 보안 인증 재취득 — 이런 전환 비용이 어마어마하거든요. 반면, 단순 생산성 도구나 워크플로 자동화 수준의 SaaS는 AI 에이전트가 직접 대체하기 훨씬 쉬워요.

제가 보기에 앞으로 살아남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세 가지 중 하나를 가진 곳이에요. 대체 불가능한 데이터(조직의 핵심 기록이 담긴), 깊은 워크플로 임베딩(뽑아내면 조직이 흔들리는), 또는 AI 에이전트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관측성, 보안, 데이터베이스). 이 셋 중 아무것도 없다면, 지금의 주가 하락이 바닥이 아닐 수도 있어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렇게 볼 수 있어요. SaaS 주가 폭락은 AI 공포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3년간 누적된 성장 둔화에 AI가 방아쇠를 당긴 복합적 현상이에요. 소프트웨어 산업은 아이폰 초기처럼 발산기에서 수렴기로 전환 중이며, 이 과정에서 "요약"이 아닌 "액션"을 제공하는 쪽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아요. 그리고 시트 기반 과금에서 성과·소비 기반 과금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 주제를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은 분이라면, 아래 Bain & Company 보고서의 NRR 분석 부분부터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SaaS 성장 둔화의 구조적 원인이 데이터로 잘 정리되어 있어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Bain & Company, "Why SaaS Stocks Have Dropped—and What It Signals for Software's Next Chapter", 2026. : NRR 정체와 시트 기반 성장 둔화를 데이터로 분석한 핵심 보고서예요.
  • Jason Lemkin, "The 2026 SaaS Crash: It's Not What You Think", SaaStr, 2026년 1월 30일. : "성장이 아니라 수확"이라는 관점이 날카로워요. SaaS 업계 내부자의 시선이에요.
  • Anthropic, "The Future of AI at Work: Introducing Cowork", 2026년 1월. : Chat → Code → Cowork 진화의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 CNBC, "Anthropic updates Claude Cowork tool built to give the average office worker a productivity boost", 2026년 2월 24일. : Claude Cowork 엔터프라이즈 런칭의 상세 내용과 시장 반응을 다루고 있어요.

배경 지식

  • Google Workspace Blog, "The future of AI-powered work for every business", 2025년 1월 15일. : Gemini가 워크스페이스 전 제품에 기본 탑재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어요.
  • Fortune, "The tech stock free fall doesn't make any sense, BofA says", 2026년 2월 4일. : Bank of America가 SaaS 매도세의 논리적 모순을 지적한 분석이에요.
  • Calcalist Tech, "'SaaS is dying as a business category'", 2026년 1월 25일. : 이스라엘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변화를 통해 글로벌 SaaS 구조 전환을 조망해요.

각주

  1. [1] 밸류에이션 (Valuation): 기업의 시장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에요. 주가를 수익이나 매출 대비 몇 배로 평가하는지를 뜻해요. 성장 기업은 높은 배수를, 정체 기업은 낮은 배수를 받아요.
  2. [2] NRR (Net Revenue Retention, 순매출유지율): 기존 고객으로부터 전년 대비 얼마나 매출을 유지·확대했는지 보여주는 지표예요. 100%를 넘으면 기존 고객이 더 많이 쓰고 있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이탈이 확대보다 크다는 의미예요.
  3. [3] 온프레미스 (On-Premise):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가 아닌 고객의 자체 서버에 설치·운영하는 방식이에요.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아 보안에 민감한 기업이 선호해요.
첨부 이미지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뉴스레터 문의me@oswarld.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