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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커뮤니티는 왜 거의 다 실패할까

커뮤니티의 본질은 '플랫폼'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에요.

2026.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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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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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혹시 이런 말 들어보셨나요? "우리 회사도 커뮤니티 하나 만들면 안 될까?"

스타트업 대표님들, 마케터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이 질문이 정말 자주 나와요. 디스코드 채널 하나 파고, 슬랙 워크스페이스 하나 열면 고객들이 모여서 제품 이야기도 하고, 서로 도와주고, 심지어 개발 로드맵에도 기여해 줄 거라는 기대. 솔직히 이 그림이 너무 매력적이긴 해요.

실제로, 요즘 가장 핫한 OpenAI도, 구글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인공지능, 클라우드 관련 커뮤니티를 만들었지만 활성화에는 실패했어요. 마지막에 올라온 글이 수일 전이고 질문을 올려도 답변 조차 제대로 달리고 있지 않아요. 오히려 레딧과 같은 유저 커뮤니티가 더 잘 작동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현실은 좀 다른거죠. 아니, 많이 다르다고 해야 정확해요. 대부분의 기업 커뮤니티는 만들어진 지 몇 달 안에 조용해지고, 그 조용함이 눈에 보이는 순간 사실상 끝이에요. 오늘은 이 '커뮤니티 만능론'의 함정과, 그래도 제대로 돌아가는 소수의 커뮤니티가 가진 공통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커뮤니티 만능론이라는 행복 회로

많은 기업이 커뮤니티를 만들 때 이런 시나리오를 그려요. 제품 업데이트를 올리면 고객이 반응하고, 누군가 문의를 올리면 다른 고객이 답해주고, 오픈소스 기여도 일어나고, 개발 방향에 대한 피드백도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온다. 한 마디로 '선순환'이죠.

문제는 이 선순환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래전부터 알려진 법칙이 하나 있어요. 90-9-1 법칙[1]​이라고 하는데, 커뮤니티 멤버의 90%는 읽기만 하고, 9%는 간헐적으로 반응하며, 실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1%에 불과하다는 거예요. UX 리서치 분야의 권위자 야콥 닐슨이 2006년에 처음 정리한 개념인데, 위키피디아의 경우 전체 방문자 중 실제 편집에 참여하는 비율이 0.2%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도 있어요.

물론 최근 연구에서는 이 수치가 좀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어요. 소규모 브랜드 커뮤니티에서는 참여율이 33%까지 올라간다는 데이터도 나오고 있거든요. 하지만 이건 잘 관리된 커뮤니티의 이야기예요. 대부분의 기업 커뮤니티는 그 수준에 도달하기 전에 무너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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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 더미'가 되는 메커니즘

왜 무너질까요? 커뮤니티는 목적 중심으로 움직이기 때문이에요. 낚시 커뮤니티에 가는 사람은 낚시를 더 잘하고 싶어서 가고, 여행 카페에 가는 사람은 저렴한 패스를 구하거나 사진 찍어줄 동행을 찾으려고 가요. 명확한 목적이 있죠.

그런데 기업이 만든 커뮤니티는 어떨까요? 고객은 바보가 아니에요. "아, 결국 뭔가 팔려는 거구나"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아요. 그 순간 참여의 동기가 확 낮아지는 거죠.

여기에 플랫폼의 투명성이라는 문제가 겹쳐요. 슬랙이나 디스코드 같은 실시간 채팅 플랫폼은 커뮤니티의 건강 상태가 모든 멤버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요. 마지막 메시지가 한 달 전이라면? 새로 들어온 사람이 그 정적을 깨고 첫 마디를 꺼내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속초에 황태 요리로 유명한 식당이 있는데, 양옆과 대각선에도 비슷한 식당이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30분을 기다려서라도 그 한 곳만 가요. 옆집은 자리가 비어 있는데도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붐비는 곳에 가고 싶어 하고, 텅 빈 곳을 피해요. 커뮤니티도 똑같아요. 한 번 정적이 깔리면, 그 정적 자체가 사람들을 밀어내는 힘이 돼요.

담당자 한 명만 글을 올리고 있는 디스코드 채널. 같은 사람의 글만 쌓여 있는 슬랙 워크스페이스. 이건 커뮤니티가 아니라, 커뮤니티의 시체예요. 그리고 그 시체가 모든 멤버의 눈에 보인다는 게 치명적이에요.

제대로 돌아가는 커뮤니티의 공통 패턴

그러면 정말 되는 곳은 뭐가 다를까요? 제가 관찰한 패턴은 크게 세 가지예요.

첫째, 반복적 존재감이에요. 한국 AI 회사 중에 Twelve Labs(트웰브랩스)라는 곳이 있어요. 비디오 이해 AI를 만드는 회사인데, 누적 투자금이 약 1억 달러를 넘었어요. 그런데 이 회사는 창업 초기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Multimodal Weekly라는 온라인 밋업을 열고 있어요. 지금까지 40회를 넘겼고, 한 번도 쉬지 않았어요. 자기 제품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경쟁사 연구원을 초청하기도 하고, 새로 창업한 대표를 모시기도 하고, 멀티모달 AI 생태계 전반에 걸친 대화를 해요. 이게 핵심이에요. "우리는 늘 여기에 있어요. 언제든 오세요"라는 메시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거죠.

둘째, 참여에 대한 리워드 설계예요. 유명 스트리머들이 왜 자기 카페를 운영하는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와요. 팬들이 거기에 짤방을 올리고, 사연을 올리고, 웃긴 글을 올리는 이유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트리머가 그걸 읽어주고 리액션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이 '리액션'이 곧 리워드죠. 침착맨 님 같은 경우도 원래 네이버 카페를 운영하다가 자체 사이트 게시판으로 전환했는데, 핵심 구조는 같아요. 참여하면 보상이 돌아온다는 기대감이 커뮤니티를 살아 있게 만드는 거예요.

셋째, 붕괴가 보이지 않는 형태를 선택하는 거예요. 이게 의외로 중요해요. OpenAI, Anthropic, Google 같은 회사들이 굳이 슬랙이나 디스코드 채널을 따로 만들지 않고, 포럼 형태나 레딧 같은 스레드 기반 커뮤니티를 선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포럼은 마지막 글이 일주일 전이어도 '죽은' 느낌이 덜해요. 반면 채팅방은 24시간 안에 대화가 없으면 바로 체감되죠. 뉴스레터도 비슷한 원리예요. 독자들끼리 서로 누가 읽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운영이 다소 느슨해져도 '죽은 커뮤니티'라는 인상을 주지 않아요. 일종의 '하프 커뮤니티'가 가능한 거죠.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커뮤니티 만능론의 피해자를 너무 많이 봐왔어요.

GTM 전략을 수립하면서 수많은 스타트업과 일했는데, 거의 예외 없이 "커뮤니티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리고 거의 예외 없이 같은 패턴으로 실패해요. 디스코드 열고, 채널 10개 만들고, 기프티콘 뿌려서 사람 모으고, 3개월 후에 시체 더미가 되고, 커뮤니티 매니저가 욕먹고. 이 사이클이 계속 반복돼요.

제가 특히 안타깝게 보는 건 커뮤니티 매니저분들이에요. 커뮤니티가 잘되면 당연히 자기 일을 한 거고, 망하면 — 그리고 대부분 망하는데 — 자기 탓이 돼요. 구조적으로 좋은 커리어를 쌓기 어려운 포지션이 되어 버리는 거죠.

제가 보기에 핵심은 이거예요. 커뮤니티는 만드는 게 아니라 길러내는 거예요. 처음부터 몇 천 불짜리 커뮤니티 플랫폼 플랜을 사고 마케팅을 뿌려서 수백 명을 모으는 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10명을 직접 만나고, 그 10명이 진짜 활성 사용자가 되게 하고, 거기서 20명, 100명, 1,000명으로 천천히 키우는 거예요.

기프티콘 뿌려서 리드 따오는 건 안 어려워요.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커뮤니티의 활성 멤버가 되느냐?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예요. 그리고 이 차이를 리더들이 먼저 이해해야, 현장에서 일하는 마케터와 커뮤니티 매니저가 제대로 된 전략을 펼칠 수 있어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첫째, 대부분의 기업 커뮤니티는 실패하는 게 기본값이에요. 이걸 먼저 인정해야 해요. 둘째, 살아남는 커뮤니티의 비결은 플랫폼이나 규모가 아니라, 반복적 존재감과 참여의 리워드 설계에 있어요. 셋째, 붕괴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를 고르는 것도 전략이에요.

커뮤니티를 만들기 전에, 한 가지만 자문해 보세요. "우리 멤버가 여기 와서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직 커뮤니티를 만들 때가 아닐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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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출처

배경 지식

참고 사례

각주

  1. [1] 90-9-1 법칙: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참여의 불균형을 설명하는 법칙이에요. 전체 멤버의 90%는 읽기만 하고(러커), 9%는 가끔 반응하며, 1%만이 실제로 콘텐츠를 만든다는 거예요. 2006년 야콥 닐슨이 체계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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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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