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틀린 사람들이 사과 대신 멤버십을 파는 이유

예측의 실패는 인간적이지만,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구조는 종교적이에요.

2026.03.05
from.
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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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을 보셨나요? 2025년 하반기 1,480원대까지 치솟았던 환율이 2026년 1월 말 1,420원대까지 내려왔어요. 지금은 또다시 1,480원 근방이에요. 전 참고로 대부분의 거래를 달러로 하고 있어서 환율에 민감한 편이에요. 그런데 저보다 더 민감한 사람들이 있어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달러 2,000원 간다", "원화 망했다"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 그 사람들은 뭐라고 하고 있을까요?

"운이 좋았다." "시장의 광기다." "위기 속에는 항상 기회가 온다." "곱버스가 답이다."

저는 이 반응들을 보면서 묘한 기시감을 느꼈어요. 어디서 많이 본 패턴이거든요. 오늘은 환율 이야기가 아니라, 왜 경제 예측을 틀린 사람들이 사과 대신 멤버십을 파는지, 그 구조를 이야기해 볼게요.

달러 약세의 진짜 이유: 원화가 강해진 게 아니에요

먼저 팩트부터 짚어 볼게요. 최근 환율 하락을 두고 "원화가 강해졌다"고 해석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건 절반만 맞는 이야기예요.

달러 인덱스(DXY)[1]​를 보면 상황이 더 명확해져요. 2025년 1월 초 109~110 수준이었던 달러 인덱스가 2025년 말에는 99~100 수준까지 떨어졌어요. 지난 1년간 약 7~9%의 하락이에요. 즉, 달러 자체가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약세로 전환한 거예요.

왜 달러가 약해졌을까요? 몇 가지 구조적 이유가 있어요.

첫째, 미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에요. 2026년 1월 미네소타주에서 ICE(이민세관단속국)[2]​ 요원이 미국 시민권자를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 시위가 확산됐고, 민주당은 예산안 통과를 거부하며 정부 셧다운[3]​을 압박했어요. 미국 내정이 흔들리면 달러에 대한 신뢰도 함께 흔들리는 거예요.

둘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역풍을 맞고 있어요. 동맹국들에게 받아낸 투자 약속이 실행되지 않고 있고, 관세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불확실성이 세수 부족과 정치적 수세로 이어지고 있어요.

셋째, 연준(Fed)과 트럼프의 갈등이에요.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했지만, 파월 의장은 금리를 동결했어요. 연준 의장의 역할은 달러의 가치를 수호하는 것이고, 경제 지표상 금리를 낮출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핵심은 이거예요. 원화가 특별히 강해진 게 아니라, 달러가 미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으로 약해진 거예요. 한국은행도 2026년 1월 금통위에서 "원·달러 환율이 외환시장 안정화 조치 등으로 큰 폭 하락했다가 다시 1,400원대 중후반으로 높아졌다"고 밝혔고, 미국 재무부조차 "최근 원화의 약세는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평가했어요.

어떤 국가 지도자도 환율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어요. 트럼프가 "달러를 더 풀어야 해"라고 원해도 파월이 안 들으면 그만이고, 일본의 다카이치 사나에가 엔화를 올리고 싶다고 올라가는 것도 아니에요. 환율 시장은 정부 개입, 중앙은행 정책, 지정학적 사건, 수요·공급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이에요. 그런데 이걸 "이재명이 운이 좋아서"라고 말하는 건, 시장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왜곡하는 거예요.

이틀 만에 조용해진 폭락무새들

마침 이 원고를 쓰는 오늘(3월 5일), 아주 생생한 사례가 벌어지고 있어요.

지난 주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되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터졌고, 3월 3일 코스피는 7.24% 급락해 5,791까지 내려갔어요. 다음 날인 4일에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서 코스닥은 14% 폭락, 코스피 시가총액 377조 원이 이틀 만에 증발했어요. 9·11 테러 이후 최대 수준의 낙폭이었죠.

365일 내내 "곧 폭락이 온다"를 외치던 부정론자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높였어요. "봤지? 내가 뭐랬어?" "이제 시작이다." 자신들의 예측이 드디어 맞았다는 승리 선언이 쏟아졌죠.

그런데 오늘, 불과 이틀 만에 코스피가 반등하고 있어요. 과거 역대급 급락장을 분석해 보면 IMF나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코스피가 7% 이상 급락한 다음 날에는 대부분 반등했어요. 2001년 9·11 테러 때 12% 급락 후 다음 날 5% 반등한 것처럼요. 이번에도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회복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그러자 어떻게 됐을까요? 다시 조용해졌어요. "봤지?"를 외치던 목소리들이 감쪽같이 사라졌어요. 반등에 대해서는 아무 말이 없어요. 이게 바로 제가 말하고 싶은 구조의 축소판이에요. 맞으면 내 실력, 틀리면 침묵. 이런 패턴이 환율뿐 아니라 주식시장에서도 반복되고 있어요.

"폭락은 언젠가 온다" —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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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진짜 이야기가 시작돼요. 환율을 틀린 경제 유튜버들의 대응 패턴을 보면,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구조가 보여요.

1단계: 과격한 예측. "달러 1,800원, 2,000원 갈 겁니다." 확신에 찬 톤으로 공포를 조성해요. RP 환매 시장[4]​에서 승부를 보라는 식의 위험한 제안까지 곁들이기도 하죠.

2단계: 예측 실패 후 책임 회피. "운이 나빴다", "시장의 광기다", "아직 때가 안 됐다." 자신의 분석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대신, 외부 요인으로 책임을 돌려요.

3단계: 즉시 다음 예측으로 전환. "위기 속에 기회가 있습니다", "곧 폭락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이 사이클이 반복돼요.

여기서 제가 좀 냉정하게 말씀드릴게요. "폭락은 언젠가 온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에요. 경제 사이클의 속성상 하락은 반드시 와요. 문제는 '언제, 얼마나, 왜'인데, 그걸 맞추지 못하면서 "봐라, 결국 왔지?"라고 하는 건 전문성이 아니에요. 매일 "내일 비 올 거야"라고 말하면 언젠가 맞는 것과 다를 게 없어요.

진짜 프라이빗 뱅커(PB)나 퀀트[5]​ 전문가들은 유튜브에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아요. 환율 차익 거래는 증권사조차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영역이에요. 왜냐하면 정부 개입, 중앙은행 정책 변화, 지정학적 사건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에요.

세기말 휴거론과 경제 유튜버의 닮은 구조

여기서 흥미로운 교차점이 생겨요. 이 패턴,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나요?

1990년대 말, 한국은 IMF 외환위기의 충격 속에 있었어요. 그리고 동시에 세기말 휴거론[6]​이 유행했죠. "2000년에 세계가 멸망한다", "재산을 바치고 구원받아라." 멸망은 오지 않았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어요. 예언이 빗나가면? "우리의 기도 덕분에 미뤄졌다"고 했어요. 그리고 다음 날짜를 제시했죠.

심리학자 레이먼드 니커슨(Raymond Nickerson)이 1998년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확증편향[^7]은 "진위가 불확실한 가설을 부적절하게 강화하는 행위"로 정의돼요. 핵심은 이거예요. 사람들은 자기가 이미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해주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증거는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요.

경제 유튜버와 그 구독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도 정확히 이 구조예요.

  • 유튜버가 "환율 폭등한다"고 예측하면, 그 예측을 믿고 싶은 구독자들이 모여요.
  • 예측이 맞으면 "역시 선생님!" 확증이 강화돼요.
  • 예측이 틀리면? "시장이 아직 선생님 말을 못 따라간 거다", "운이 없었다." 반증은 무시돼요.
  • 이 과정에서 유튜버는 '경제 도사'에서 '교주'로 진화해요.

스탠퍼드 대학의 유명한 실험이 있어요. 사형 제도에 대해 찬반이 나뉜 학생들에게 동일한 연구 데이터를 보여줬더니, 양쪽 모두 자기 입장을 지지하는 데이터만 신뢰하고 반대 데이터는 "형편없는 연구"라고 평가했어요. 같은 데이터를 봐도 기존 신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해석하는 거예요.

그리고 여기에 한 가지 조건이 더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져요. 바로 경제적 불안이에요. 1990년대 말 IMF 시절에 휴거론이 힘을 얻었던 것처럼, 경제적으로 불안할 때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해요. 평소 같으면 "뭐래?" 하고 넘겼을 말이, 지금은 다르게 들리는 거예요.

심리학에서는 이걸 '신념보존(Belief Perseverance)'이라는 개념으로도 설명해요. 특정 신념이 한번 형성되면, 그 신념에 오류가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제시돼도 오히려 기존 신념을 더 강하게 유지하려는 현상이에요. 경제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을 보면 이게 실시간으로 벌어져요. "여러분 절 믿으시죠? 7번 눌러 볼까요?" 채팅창에 777, 1111이 쏟아져요. 저는 이걸 보면서 솔직히 놀랐어요. 경제 분석 채널이 아니라 종교 집회의 구조와 다를 게 없었거든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이 현상이 단순한 '유튜버 비판'을 넘어선다고 봐요.

GTM 전략을 수립해온 경험에서 비슷한 패턴을 많이 봤어요. 스타트업이 실패했을 때 "시장이 우리 제품을 아직 못 알아봤다"고 하는 것, 예술가가 "내가 10년 앞서 있었다"고 하는 것. 자기 분석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대신 외부 탓을 하는 건, 사실 다음 기회를 영원히 잃는 방법이에요. 투자자들은 실패를 인정하는 창업자에게 다시 투자하지, 시장 탓만 하는 창업자에게 투자하지 않거든요.

경제 유튜버들도 마찬가지예요. "내 분석이 이 부분에서 틀렸다. 이런 변수를 놓쳤다"고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신뢰가 올라가요. 예측은 틀릴 수 있어요. 환율 시장은 증권사 전문가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영역이니까요. 문제는 틀린 게 아니라, 틀렸다는 사실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는 구조예요.

데이터를 다루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진짜 위험한 건 예측 실패 자체가 아니에요. 예측 모델을 수정하지 않는 거예요. 틀린 예측을 '운'으로 치부하는 순간, 다음 예측도 같은 오류를 반복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정확한 예측'이 아니라 '구독자의 신뢰 유지'에 있기 때문에, 오류 수정보다 서사 유지가 더 중요한 거예요. 이게 분석가와 교주의 결정적 차이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최근 자칭 재림 예수를 주장하며 구독자들에게 수십억 원을 편취한 전직 글쓰기 강사 사건이 보도됐어요. 90만 유튜버였던 이 사람이 구독자의 신뢰를 무기로 금전적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경제 유튜버들의 멤버십 비즈니스와 구조적으로 닮아 있어요. 물론 동일선상에 놓을 수는 없지만, 신뢰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가 비판 없이 운영될 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최근 환율 하락은 원화의 강세가 아니라 미국 내부의 정치적 혼란에서 비롯된 달러 약세예요. 어떤 국가 지도자도 환율을 마음대로 올리거나 내릴 수 없어요. 그리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공포를 조장하고, 틀리면 책임을 회피하는 구조는 경제 분석이 아니라 신앙 비즈니스에 가까워요.

확증편향에 빠진 상태에서 빠져나오기는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니커슨의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편향은 극복 불가능한 게 아니에요. "내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그게 시작이에요. 혹시 주변에 특정 경제 유튜버의 예측에 깊이 빠져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질문을 던져보세요.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내가 틀렸다'고 말한 게 언제야?"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배경 지식

각주

  1. [1] 달러 인덱스(DXY): 유로, 엔, 파운드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평균 가치를 수치화한 지표예요.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달러 강세, 낮으면 달러 약세를 의미해요.
  2. [2] ICE(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불법 체류자 단속과 관세법 집행을 담당하는 미국 연방 기관이에요.
  3. [3] 정부 셧다운(Government Shutdown): 미국에서 의회가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때 연방 정부의 비필수 기능이 중단되는 상황이에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예산안이 없으면 공무원 급여 지급이 멈춰요.
  4. [4] RP 환매 시장: 환율 변동에 베팅하는 파생상품 시장이에요. 증거금 5%로 30~50배 레버리지를 걸 수 있어서, 코인 시장보다 변동 리스크가 큰 극고위험 시장이에요.
  5. [5] 퀀트(Quant): 수학·통계 모델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설계하는 금융 전문가예요. 정량적 분석(Quantitative Analysis)에서 유래했어요.
  6. [6] 휴거론: 종말이 오기 전 신자들이 하늘로 들어올려진다는 종교적 믿음이에요. 1990년대 말 한국에서 세기말 공포와 맞물려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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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와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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