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중간관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지난주 흥미로운 소식이 두 건 겹쳤어요. Meta가 Reality Labs 직원 1,000명의 직함을 'AI 빌더'로 바꿨고, Block의 잭 도시는 자신과 6,000명 직원 사이의 관리 계층을 2~3단계로 줄이겠다고 선언했어요. 궁극적으로는 "모든 직원이 저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까지 했죠.
기사 헤드라인만 보면 '중간관리자의 종말'처럼 보여요. 하지만 저는 좀 다른 곳을 보고 있어요. 이건 관리자를 없애는 이야기가 아니라, 관리라는 기능을 누가, 어떻게 떠안느냐에 대한 이야기거든요.
🏷️ 직함이 바뀐 것과 구조가 바뀐 것은 다르다
먼저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살펴볼게요.
Meta의 Reality Labs에서는 기존 직함이 세 가지로 재편됐어요. 'AI 빌더', 'AI 팟 리드', 'AI 오그 리드'. 팟 리드는 일상적 실행을 관리하고, 오그 리드는 인사 평가와 승진을 담당하되 AI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요. 팀 규모 자체는 변하지 않았어요.
Block은 좀 더 급진적이에요. 잭 도시와 세쿼이아 캐피탈의 룰로프 보타가 공동 발표한 에세이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에서 이들은 로마 군대부터 프로이센 참모 조직까지 역사를 소환하며, 이제 AI가 '인텔리전스 레이어[1]'로서 계층 구조를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관리자 대신 DRI(직접 책임자)[2]와 '플레이어-코치'가 일한다는 거예요. 제가 괜히 2023년 부터 꼬치코칭을 운영했던게 아니에요! 예상했다구요!
하지만 여기서 짚어야 할 게 있어요. Block은 2026년 2월, 전체 인력의 40%인 4,000명 이상을 해고했어요. 2025년 매출총이익이 전년 대비 17% 성장한 상황에서요. 해고 발표 직후 주가는 20~25% 뛰었어요. 즉, 이 '조직 혁신'은 순수한 철학적 실험이 아니라 대규모 구조조정의 서사적 포장이기도 해요.
StockX의 공동창업자이자 리더십 컨설턴트인 크리스 코프먼의 표현을 빌리면, "TV 디너 접시에서 콩을 옥수수 칸으로 옮긴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 중간관리자 감소는 이미 구조적 추세다

Meta와 Block만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Indeed에 따르면 2025년 중간관리자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12.3% 감소했어요 (전체 공고도 줄었지만요). Korn Ferry의 2025년 보고서에서는 전 세계 직원의 41%가 자기 회사에서 관리 계층이 줄었다고 응답했어요. Gartner는 2026년까지 기업 5곳 중 1곳이 AI로 조직 구조를 평탄화하고, 현재 중간관리자 직위의 절반 이상을 없앨 것이라고 예측했어요.
2023년에는 전체 해고의 3분의 1이 중간관리자였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건 AI 이전부터 시작된 흐름이에요. 팬데믹 기간 동안 기업들이 더 작고 평평한 팀으로도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한 거죠. AI가 이 흐름에 연료를 부은 셈이에요.
🧪 자포스의 교훈: 관리자를 없앤다고 관리가 사라지진 않는다
이 대목에서 2013년 자포스(Zappos)의 실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어요.
당시 CEO 토니 셰이는 홀라크라시[3]를 도입해 모든 관리자 직위를 없앴어요. 직함도, 보스도, 전통적 조직도도 폐지했죠. 결과는? 직원의 18%가 퇴사 패키지를 받고 떠났어요. 남은 직원들은 의사결정권의 모호함과 책임 소재 불분명에 시달렸어요. 홀라크라시의 복잡한 거버넌스 규칙은 오히려 '계층 구조보다 더 복잡한 계층 구조'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았죠.
아이러니한 건, 자포스가 아마존의 자회사였기 때문에 SOX(사베인스-옥슬리법)[4] 규정상 명확한 보고 체계가 필요했다는 거예요. 그래서 HR 시스템에는 여전히 보고 라인이 남아 있었어요. 표면은 수평이지만 내부는 수직이었던 셈이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린다 힐 교수도 비슷한 지적을 해요. 소규모 교차기능팀이 혁신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팀 간 협업을 조율하는 '브릿저(bridger)' 역할의 인간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거예요. "사고와 전문성의 다양성 없이 혁신이 일어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게 그의 판단이에요.
자포스의 실험과 지금의 차이가 있다면, 당시에는 AI라는 조정 도구가 없었다는 점이에요. Block이 말하는 '인텔리전스 레이어'가 자포스 때 빠져 있던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증명된 건 없어요.
오스왈드의 시선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움직임의 절반은 진심이고 절반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봐요.
저는 MBA를 졸업했었는데 당시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공부했었어요. 그리고 그때 보고 들었던 사례 중 가장 많이 봤던 건 기업이 조직 구조를 바꿀 때는 항상 두 가지 동기가 섞여요. 하나는 진짜 효율화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에 보내는 시그널이에요. Block이 인력 40%를 줄이면서 매출은 성장하고 주가는 20% 뛴 상황을 보세요. 월스트리트가 보상하는 건 '평평한 조직'이 아니라 '적은 인건비'예요.
그렇다고 이게 완전히 허구라는 건 아니에요. AI가 중간관리자의 업무 중 정보 중계, 진행 상황 추적, 리소스 배분 같은 조정 기능을 상당 부분 자동화할 수 있다는 건 사실이에요. 문제는 관리자가 하는 나머지 — 동기 부여, 갈등 조정, 맥락 판단, 경력 개발 멘토링 — 이건 AI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는 거예요.
넷플릭스의 전 인사 책임자 패티 맥코드의 말이 정확해요. "AI가 인간을 방정식에서 빼지는 않을 거예요. 공장이 그랬듯, 일부 작업을 빼는 거죠." 관리자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관리의 포트폴리오가 재편되는 거예요. 루틴한 조정은 AI에게, 인간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은 '플레이어-코치'에게. 이건 제거가 아니라 재분배예요.
제가 진짜 걱정하는 건 다른 지점이에요. 관리 기능이 분산되면, 책임도 분산돼요.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 책임이냐"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해요. 자포스가 실패한 핵심 이유도 바로 이거였어요. AI 인텔리전스 레이어가 조정은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책임을 질 수는 없거든요.
마치며
- Meta와 Block의 조직 개편은 '중간관리자 제거'가 아니라 관리 기능의 재배치예요. 직함은 바뀌지만 관리의 본질적 필요는 사라지지 않아요.
- 이 흐름의 절반은 진짜 AI 기반 효율화이고, 절반은 투자자에게 보내는 시그널이에요. 두 동기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어요.
- 진짜 질문은 "관리자가 필요한가"가 아니라 "분산된 관리 기능의 책임을 누가 지는가"예요.
산타클라라 대학의 조엘렌 포즈너 교수가 말한 것처럼, 직함과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새로운 성과 목표와 측정 방식이 뒤따라야 해요. "결국 중요한 건 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항상 해왔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하게 되거든요." Block의 실험이 진짜인지, 아니면 TV 디너의 콩과 옥수수를 옮긴 것에 불과한지는 앞으로 12개월이 말해줄 거예요.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Jack Dorsey & Roelof Botha,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 Block, 2026. : 오늘 뉴스레터의 핵심 1차 자료예요. 로마 군대부터 AI까지의 조직론을 펼치는 에세이예요.
- "Goodbye, middle managers. Hello, 'player-coaches' and 'org leads'", Business Insider, 2026. : Meta와 Block의 조직 변화를 가장 상세히 다룬 기사예요.
- "Jack Dorsey's 'AI-Native Company' Is a Compelling Piece of Storytelling", TechBuzz.ai, 2026. : Block의 에세이에 대한 균형 잡힌 비평이에요. 비전과 현실의 간극을 잘 짚어요.
배경 지식
- "Middle managers are getting laid off—but their role is 'more important than ever'", CNBC, 2025.
- "Beyond the Holacracy Hype", Ethan Bernstein & John Bunch, Harvard Business Review, 2016. : 자포스 홀라크라시 실험의 학술적 분석이에요. 자기 조직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균형 있게 다뤄요.
- "Hierarchy on Steroids: Ten Years After Zappos Went Holacratic", Markus Brinsa, Medium, 2025. : 10년이 지난 시점에서의 회고예요.
각주
- [1] 인텔리전스 레이어 (Intelligence Layer): Block이 제안한 개념으로, AI가 회사 내부 데이터(코드, 티켓, 디자인 문서 등)를 분석해 업무를 조율하는 시스템이에요. 사람 관리자가 회의와 보고를 통해 하던 정보 중계를 AI가 대신하는 구조라고 생각하면 돼요.
- [2] 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특정 프로젝트나 문제에 대해 한시적으로 최종 책임을 지는 개인이에요. 영구적 관리자 직위가 아니라 과제별로 지정되는 역할이에요. 애플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실리콘밸리에서 널리 쓰여요.
- [3] 홀라크라시 (Holacracy): 2007년 브라이언 로버트슨이 만든 자기 관리 시스템이에요. 관리자와 직함을 없애고, '서클(circle)'이라 불리는 자율적 팀 단위로 조직을 운영해요. 보드게임 룰북처럼 상세한 '헌법'이 있는 게 특징이에요.
- [4] SOX (사베인스-옥슬리법): 2002년 엔론 사태 이후 제정된 미국 기업 회계 투명성 법률이에요. 상장 기업에게 명확한 내부 통제 구조와 보고 체계를 요구하기 때문에, 완전한 수평 조직과 법적으로 충돌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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