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

여러분의 전략 문서, 반대로 뒤집어 보셨나요?

진짜 전략은 나쁜 것을 버리는 게 아니라, 좋은 것 둘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에요.

2026.03.03 | 조회 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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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angse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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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지식토킹

하고 싶은 말을 합니다. 주로 기술, 인문학, 경제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들어가며

구독자님, 회사에 '전략'이라는 제목이 붙은 문서가 있으세요? 아마 있을 거예요.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나요? "고객 중심", "품질 우선", "빠른 실행." 대부분의 전략 문서에는 이런 말들이 담겨 있어요.

솔직히 저도 예전에 이런 문서를 만들면서 뿌듯해했어요. "우리는 고객 중심으로 가겠다." 이러면 뭔가 방향을 세운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팀원들도 고개를 끄덕이고요.

그런데 최근에 읽은 글 하나가 이 생각을 정면으로 뒤집어 놨어요. 유니콘 기업을 두 개나 만든 창업자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건 전략이 아니라 그냥 좋은 말이라고요. 오늘은 '왜 대부분의 기업 전략이 그럴듯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작동하지 않는지', 그 구조를 한번 뜯어볼게요.


전략의 정의: 선택이 없으면 전략이 아니에요

이걸 이해하려면 먼저 '전략'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짚고 가야 해요. 우리가 이 단어를 너무 쉽게 쓰거든요.

로저 마틴이라는 사람이 있어요. 토론토대학교 로트만 경영대학원 학장을 역임했고, Thinkers50이 선정한 세계 1위 경영 사상가로 꼽힌 인물이에요(2017년 기준). 이 사람이 P&G의 CEO A.G. 래플리의 전략 자문을 맡았는데, 그 결과가 놀라워요. 래플리 재임 기간(2000~2009년) 동안 P&G의 매출은 2배, 이익은 4배로 뛰었고, 시가총액은 1,000억 달러 이상 증가했어요. 10억 달러 이상 매출을 내는 메가 브랜드가 10개에서 24개로 늘어났고요.

마틴은 전략을 이렇게 정의해요. "전략이란 선택의 통합적 집합이다." 선택이 없으면 전략이 아니라는 거예요. 마이클 포터도 1996년 HBR 논문에서 비슷한 말을 했죠.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고객 중심"을 볼게요. 이게 전략일까요? 반대를 생각해보세요. "고객을 무시하겠다"를 전략으로 내세울 회사가 어디 있어요? 반대편이 명백히 어리석은 선택이라면, 그건 진짜 결정이 아니에요. 그냥 좋은 말이에요. 이걸 플래티튜드(platitude)[^1]라고 해요. 누구나 동의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말.


반대 테스트: 30초 만에 전략을 검증하는 법

이걸 쓴 사람이 제이슨 코헨이에요. 소프트웨어 테스팅 기업 SmartBear를 창업해서 기업가치 약 18~20억 달러의 유니콘으로 키웠고, 이후 워드프레스 호스팅 기업 WP Engine을 설립해서 역시 유니콘으로 만든 사람이에요. 23년간 4개 회사를 창업했고, 부트스트랩[^2]과 3억 달러 이상의 벤처 펀딩을 모두 경험한 실전파죠.

코헨이 제안하는 검증법은 간단해요. "반대 테스트(Opposite Test)"라고 하는 건데, 내가 선택한 것의 반대편을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 반대편이 바보 같은 선택이면 전략이 아니에요. 반대편도 합리적인 대안이어야 진짜 전략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의 반대는 "불건강한 음식을 먹겠다"예요. 어리석죠. 그러니까 전략이 아니에요. 그런데 "한식 전문점을 하겠다" vs "퓨전 레스토랑을 하겠다"는요? 양쪽 다 합리적이에요. 이게 전략적 선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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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딜: 좋은 결과만 쏙 빼갈 수는 없어요

이 개념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있어요. Apple Notes와 Obsidian이에요.

Apple Notes는 통합된 매끄러운 UX를 선택했어요. 아이폰이든 맥이든 열면 바로 돼요. 대가는요? 플러그인이 없어요. 백링크도 없고, 내보내기도 제한적이에요.

Obsidian은 정반대예요. 확장성을 선택했어요. 플러그인이 800개가 넘고, 마크다운 기반이라 원하는 대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요. 대가는요? UX 일관성이 떨어지고, 학습 곡선이 높고, 동기화가 복잡해요.

핵심은 둘 다 좋은 선택이라는 거예요. Apple Notes가 틀린 것도 아니고, Obsidian이 틀린 것도 아니에요. 다만 각각의 선택에는 고통스러운 결과가 패키지로 따라와요. 코헨은 이걸 "패키지 딜"이라고 표현해요. 좋은 결과만 쏙 빼가고 나쁜 결과는 빼놓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와닿는 사례는 쿠팡이에요. 로켓배송이라는 전략적 선택을 했고, 그 대가로 수년간 수조 원의 적자를 감수했어요. 물류 인프라를 직접 구축해야 했고요. "빠른 배송도 하고 돈도 많이 벌겠다"는 처음부터 가능한 조합이 아니었어요. 토요타의 JIT(적시생산)[^3] 방식도 마찬가지예요. 재고 비용은 확 줄지만, 부품 하나만 안 와도 공장 전체가 멈추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해요.

이런 전략적 선택의 쌍을 정리하면 패턴이 보여요. 최저 가격 vs 프리미엄 가격(다이소 vs 애플), 소규모 팀의 심플함 vs 엔터프라이즈급 복잡성(Basecamp vs Salesforce), 최첨단 속도 vs 안정성(테슬라 초기 vs 토요타). 전부 양쪽 모두 성공한 기업이 있어요. 하지만 양쪽을 동시에 선택한 기업은 없어요.


선택의 시스템: 개별이 아니라 세트가 중요해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해요. 제가 이 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이에요.

"소규모 팀"이라는 선택과 "기능이 풍부한 제품"이라는 선택. 둘 다 개별적으로는 좋은 선택이에요. 그런데 이 둘을 동시에 하면 충돌해요. 적은 인원으로 수많은 기능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렇게 바꿔보면요? "소규모 팀" + "작은 코어 제품" + "확장 가능한 에코시스템". 이러면 각각의 선택이 다른 선택을 더 강하게 만들어줘요. 소규모 팀이니까 코어를 작고 단단하게 유지할 수 있고, 나머지는 에코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거예요.

로저 마틴이 P&G에서 실제로 사용한 프레임워크가 바로 이 원리예요. "전략 캐스케이드"[^4]라고 부르는 5가지 질문 — ①승리 열망은 무엇인가 ②어디서 경쟁할 것인가 ③어떻게 이길 것인가 ④핵심 역량은 무엇인가 ⑤이를 뒷받침할 관리 시스템은 무엇인가 — 이 다섯 가지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효과가 있다는 거예요. P&G가 메가 브랜드를 10개에서 24개로 늘릴 수 있었던 건, 개별 선택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선택들이 서로를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에요.

에자일 선언문[^5]에도 이 원리가 담겨 있어요. "포괄적인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에 가치를 둔다." 문서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평소에는 둘 다 하되, 충돌하는 그 순간에 뭘 우선할지를 미리 정해놓은 것, 이게 전략이에요.


오스왈드의 시선

GTM 전략을 수립해온 경험에서 보면, "균형 잡힌 전략"이라는 말이 나올 때 저는 경계해요. 그게 종종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다"의 다른 표현이거든요. 충분한 품질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도 없는,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 애매한 포지션. 저는 이런 상황을 수없이 봐왔어요.

제이슨 코헨도 자신이 SmartBear와 WP Engine 초기에 "모든 고객에게 Yes"라고 했던 것을 가장 큰 실수로 꼽아요. 유니콘을 두 개나 만든 사람이 하는 말이에요. "No"를 말할 수 있어야 전략이라는 거죠.

그리고 이건 기업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1인 크리에이터, 프리랜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분들도 마찬가지예요. "모든 주제를 다루는 채널 vs 특정 분야 집중", "높은 제작 퀄리티 vs 빠른 업로드 빈도" — 이것도 전략적 선택이에요. 양쪽 모두 성공 사례가 있어요. 핵심은 "둘 다 하겠다"가 아니라, 하나를 고르고 그에 따르는 고통스러운 결과까지 수용하는 것이에요.

다만 한 가지 덧붙이면, 전략은 영원한 게 아니에요. 시장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해요. 핵심은 **"지금 이 시점에서 일관된 선택 세트를 가지고 있느냐"**예요. 전략을 의도적으로 바꾸는 것과, 전략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에요.


마치며

정리하면 이래요.

하나, 반대편이 어리석은 선택이면 그건 전략이 아니라 좋은 말이에요. 여러분의 전략 문서를 꺼내서 반대 테스트를 해보세요.

둘, 전략적 선택은 패키지 딜이에요. 좋은 결과와 고통스러운 결과가 함께 와요. 고통을 수용할 각오 없이 좋은 쪽만 취하겠다는 건 전략이 아니에요.

셋, 개별 선택이 아니라 선택들의 세트가 서로를 강화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만들어져요. 회사든 개인이든, 그 선택의 세트가 만들어내는 정체성이 곧 경쟁 우위예요.

오늘 당장 한 가지만 해보시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전략 문서(혹은 머릿속의 전략)에서 가장 자신 있는 항목 하나를 골라서, 반대 테스트를 돌려보세요. 반대편도 합리적인 선택이라면, 축하해요. 그건 진짜 전략이에요. 반대편이 "누가 그렇게 하겠어?"라는 답이 나온다면 — 그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 참고자료 & 더 읽기

핵심 출처

  • Jason Cohen, "Strategic choices: When both options are good", A Smart Bear, 2026년 2월. : 오늘 뉴스레터의 핵심 프레임워크인 반대 테스트와 패키지 딜 개념이 담긴 원문이에요. 중간에 나오는 12가지 전략적 선택 테이블이 특히 볼 만해요.
  • A.G. Lafley & Roger Martin, Playing to Win: How Strategy Really Work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13. : 전략 캐스케이드 5가지 질문 프레임워크의 원전이에요. P&G 사례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요.
  • Michael Porter, "What Is Strategy?", Harvard Business Review, 1996년 11-12월호. : "전략의 본질은 무엇을 하지 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는 명제의 출처예요. 전략과 운영 효율성의 차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논문이에요.

배경 지식

유튜브 영상은 편집 중이에요 3월 12일에 업로드 예정이에요!


📝 용어 설명

[^1]: 플래티튜드(Platitude): 누구나 동의하지만 실제로 아무런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좋은 말이에요. "열심히 하자"처럼 반대할 사람이 없지만, 구체적으로 뭘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는 문장이 대표적이에요.

[^2]: 부트스트랩(Bootstrap): 외부 투자 없이 자기 자본과 초기 매출만으로 사업을 키우는 방식이에요. 투자를 받으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지분을 나눠야 하고, 부트스트랩은 느리지만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어요. 이것도 전략적 선택이죠.

[^3]: JIT(Just In Time, 적시생산): 재고를 미리 쌓아놓지 않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공급받는 생산 방식이에요. 토요타가 대표적으로 도입해서 '토요타 생산 시스템'이라고도 불려요.

[^4]: 전략 캐스케이드(Strategy Cascade): 로저 마틴과 래플리가 P&G에서 사용한 전략 수립 프레임워크예요. 5가지 질문(승리 열망 → 경쟁 영역 → 승리 방법 → 핵심 역량 → 관리 시스템)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 연결되면서 하나의 통합된 전략 시스템을 형성하는 구조예요.

[^5]: 에자일 선언문(Agile Manifesto): 2001년 17명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모여 작성한 소프트웨어 개발 철학이에요. "프로세스보다 사람을", "문서보다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우선한다는 4가지 가치와 12가지 원칙을 담고 있어요.

필자 안광섭은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OBF(Oswarld Boutique Consulting Firm) 리드 컨설턴트다. 대학에서 경영데이터 관리, 비즈니스 애널리틱스 등 데이터 분석을 가르치는 한편, 현장에서는 GTM 전략과 인공지능 전략 컨설팅을 이끌며 기술과 비즈니스의 접점을 설계하고 있다. AI 대화 시스템의 기억 아키텍처(HEMA) 연구로 학술 논문을 발표했으며, 매일 글로벌 AI 논문을 큐레이션하는 Daily Arxiv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KBMA 기술경영전문대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지은 책으로 《생각을 맡기는 사람들: 호모 브레인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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