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백만 년과 1,275년이 만난 오후
— 한-파나마 우호의 탑, 그리고 비오무세오
아마도르 코즈웨이에는 두 개의 시간이 나란히 서 있습니다. 하나는 751년 신라의 석공이 깎은 돌탑, 다른 하나는 3백만 년 전 바다 밑에서 솟아오른 땅의 기록입니다. 지난 8월 세대통합 모임은 이 두 시간을 하루에 걸어보는 코스로 꾸렸습니다.
이번 모임의 기획 의도는 분명했습니다. 파나마 땅에 이미 서 있는 '한국'을 함께 보되, 그 앞에 한인만 서 있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파나마 현지 친구 다섯 분을 초대했고, 해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페인어로 진행했습니다.
첫 번째 시간 — 한-파나마 우호의 탑

운하의 태평양 쪽 입구를 등지고 선 이 탑의 본명은 경주 불국사 다보탑, 대한민국 국보 제20호입니다.
'많은 보물의 탑' 이라는 이름을 스페인어로 옮기면 la pagoda de muchos tesoros. 이 한마디에 파나마 친구들의 표정이 먼저 밝아졌습니다. 통일신라 751년, 불국사가 창건된 그해에 세워진 탑으로, 원 탑의 높이는 10.29m입니다.
다보탑이 특별한 이유는 그 형태에 있습니다. 십(十)자 모양 평면의 기단에 사방으로 돌계단을 두고, 그 위에 사각과 팔각과 원이 층층이 겹쳐 올라갑니다. 같은 형태의 석탑이 세계 어디에도 없습니다. 마주 선 석가탑이 한국 석탑의 '정석'이라면, 다보탑은 '파격'입니다. 두 탑을 나란히 세운 까닭은 『법화경』에서 과거의 부처 다보불이 현재의 부처 석가모니의 설법을 증언하는 장면을 돌로 옮긴 것입니다.
이 탑은 왜 파나마에 있는가
1513년, 바스코 누녜스 데 발보아가 파나마 지협을 넘어 유럽인 최초로 태평양에 도달했습니다. 파나마는 그 500주년인 2013년을 '국가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당시 대통령 영부인 마르타 리나레스를 위원장으로 하는 태평양 발견 500주년 기념 국가위원회를 꾸려 2011년부터 기념사업을 준비했습니다. 파나마 정부가 한국의 전통 기념물 기증을 요청하자, 우리 정부가 다보탑으로 응답한 것이 이 탑의 출발점입니다.

- 2013년 12월 4일 - '한-파나마 우호의 탑' 기증식, 높이 약 10m, 무게 130톤의 실물 크기 복제탑으로, 우리 정부가 중남미에 기증한 다보탑 가운데 실물 크기는 파나마 처음입니다. 기증식에는 양국 인사 약 200명이 참석했습니다.
- 2014년 11월 14일 - 탑 발치의 한-파나마 우호의 정원 개원. 파나마 운하 개통 100주년을 맞춘 일정이었습니다.
당시 조병립 주파나마 대사가 현지 일간지 라 에스트레야에 밝힌 '왜 하필 다보탑인가'는 세 가지였습니다. 석가탑과 짝을 이루는 균형의 미학이 정치·경제·문화 전방위에서 균형 있게 발전해온 양국 관계를 닮았다는 것, 8세기 신라의 탑이 해상왕 장보고가 바다로 나아간 시대의 증인이며 그 용기가 태평양에 닿은 발보아의 용기와 통한다는 것, 그리고 본래 나라의 안녕과 풍요를 빌며 세운 탑이니 양국의 번영을 비는 마음과 정확히 겹친다는 것.
여기에 우연 하나가 더해집니다. 파나마의 다보탑은 운하의 태평양 쪽에, 경주의 다보탑도 한반도의 태평양 쪽에 서 있습니다. 같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두 탑이 마주 보는 셈입니다.
안내판에서 확인한 것

현장에서 준비하지 않았는데도 도움이 된 것이 있었습니다. 안내판이 한글과 스페인어로 나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해설을 듣던 분들이 자연스럽게 판 앞으로 다가가 각자의 언어로 같은 문장을 읽었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점도 같았습니다. 12년 전 이 탑을 세운 분들이 남겨둔 배려가 그날 해설의 절반을 맡아준 셈입니다.
두 번째 시간 — 비오무세오(Biomuseo)
탑에서 도보권에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붉고 노란 강판 지붕이 보입니다. 라틴아메리카에 유일한 프랭크 게리 건축물입니다. 게리는 1970년대부터 파나마인 아내를 따라 이 나라를 드나들었고, 2000년에 설계를 수락했습니다. 얽혀 있는 원색 강판은 취향이 아니라 의미입니다. 기둥은 나무줄기, 보는 가지, 겹쳐진 지붕은 열대우림의 캐노피를 뜻하고, 색은 파나마의 새·어류·산호·식물과 전통 의상의 색을 옮긴 것입니다.

전시는 아홉 개 전시실로 이어지는데, 이번 관람에서 가장 발이 오래 멈춘 곳들을 옮깁니다.
파나마라마 (Panamarama) — 열 개의 스크린이 사방과 위아래를 둘러싸는 영상실입니다. 관람이 아니라 파나마의 생태계 안에 들어가 서 있는 감각에 가깝습니다.
다리를 만들다 (Building the Bridge) — 지구 내부의 힘이 어떻게 이 좁은 땅을 바다 밑에서 밀어 올렸는지를 손으로 만져 확인하는 방입니다. 파나마가 원래 '없던 땅'이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게 다가옵니다.
갈라진 바다 (Oceans Divided) — 반원통형 수조 두 개가 나란히 서 있습니다. 한쪽은 태평양, 한쪽은 카리브해. 원래 하나였던 바다가 지협이 솟은 뒤 서로 다르게 진화한 결과를 물고기의 색과 형태로 바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두 수조를 번갈아 보는 것만으로 설명이 끝나는 전시입니다.
세계가 충돌하다 (Worlds Collide) — 이번 관람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약 3백만 년 전 파나마 지협이 완성되어 북미와 남미가 처음 연결되자, 그때까지 서로를 몰랐던 두 대륙의 동물들이 이 좁은 통로로 서로를 향해 밀려들었습니다. 학계가 '대아메리카 생물 교환(Great American Biotic Interchange)' 이라 부르는 사건입니다.

전시실은 그 순간을 실물 크기 조각들의 스탬피드로 재현합니다. 남쪽에서 북으로 올라간 쪽에는 거대 땅나무늘보(메가테리움), 등에 골판 갑옷을 두른 글립토돈, 날지 못하는 거대 육식조 '테러 버드'(티타니스) 가 있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간 쪽에는 마스토돈과 검치호가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크기입니다. 나무늘보라는 이름에서 우리가 떠올리는 그 느린 소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올려다봐야 하는 몸집으로 서 있습니다. 갑옷을 두른 글립토돈은 소형차만 합니다. 남쪽으로 내려간 검치호와 북쪽으로 올라간 나무늘보가 이 좁은 땅 위에서 마주쳤을 장면이 영상으로 함께 제시되는데, 이 대목에서 관람이 한참 멈췄습니다.
그리고 이 스탬피드에는 조각으로 남지 않은 결말이 있습니다. 이 만남 이후 남미의 고유 대형 동물 상당수가 사라졌습니다. 오늘 우리가 아는 아메리카의 동물 지도는, 파나마라는 땅이 생기면서 다시 그려진 지도입니다.
인간의 발자취 (The Human Path) — 열여섯 개의 기둥이 지협에 살아온 사람들과 자연의 관계를 시간 순으로 풀어냅니다. 일부가 야외에 열려 있어, 전시를 보다 고개를 들면 실제 파나마의 하늘과 바다가 이어집니다.
비오무세오의 전시 내용은 파나마대학교와 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STRI) 가 1910년 첫 탐사 이후 한 세기 넘게 축적한 연구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박물관이 스스로 내세우는 문장은 이렇습니다. "파나마가 어떻게 세계를 영원히 바꾸었는가." 관람을 마치면 이 문장이 과장이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게 됩니다.
3백만 년 전에 두 대륙을 이어붙인 땅에서, 1,275년 전 신라의 탑을 사이에 두고 두 나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눈 오후. 이 코스를 이 순서로 짠 것이 이번 모임의 가장 잘한 일이었습니다.
다음에 방문하실 분들께


개인적으로 방문 계획이 있으시다면, 한 가지만 권합니다. 파나마 친구 한 분과 함께 가십시오.
안내판이 한글과 스페인어로 나란히 적혀 있으니 여러분이 곧 그날의 가이드가 됩니다. 우리 국보를 소개하고, 친구의 나라가 어떻게 두 대륙을 이어붙였는지 되돌려 듣는 그 왕복 대화가 바로 우정입니다.
- 위치: 구글맵 https://maps.app.goo.gl/TntA6PWTBU2MqK2g6?g_st=awb
- 추천 순서: 우호의 탑 → 비오무세오(생태박물관)
- 비오무세오 관람 시간: 화~금 09:00–15:00 / 토·일 10:00–15:00 (월요일 휴관)
- 입장료(파나마 국민·영주권자): 성인 B/.10, 어린이(5~17세) B/.6, 65세 이상 B/.5, 4인 패키지 B/.24 — 신분증 지참
- 입장료(비거주자): 성인 B/.20, 어린이 B/.12
- 추천 시간대: 늦은 오후. 관람 후 운하 입구로 해가 넘어가는 풍경이 압권입니다
- ※ 요금·운영시간은 변동될 수 있으니 방문 전 홈페이지 확인 바랍니다.
자료 출처 링크
- 외교부 보도자료, '한-파나마 우호의 탑' 기증식 개최 (2013.12.5)
- 주파나마 대한민국 대사관, 한-파나마 우호의 정원 개원식 공지 (2014.11)
- La Estrella de Panamá, "El lazo entre Panamá y la pagoda Dabotap" (조병립 대사 기고)
- Biomuseo 공식 홈페이지 — 상설전시 및 관람 정보 (2026.9.2 확인)
- Revista Panorama de las Américas, "The Biomuseum" (2026.1.6)
- Mongabay, "Meet Biomuseo: the world's first biodiversity museum" (2015.3)
2026년 한인회비 납부 안내
파나마 한인회 연간 회비는 가족 $250 | 개인 $150로 책정되어있습니다.회원은 파나마에 6개월 이상 거주하는 대한민국 국민 및 영주권자로 하되 파나마 시민권자 한인 후손을 포함합니다
소중히 모인 회비는 더불어 함께사는 아름다운 한인사회를 위하여 소중히 사용할 것을 약속 드리며 사용 내용은 아래와 같이 전체 공개로 투명하게 보고 드립니다. 또한 2021년 7월 정식 파나마 정부 재단 등록에 따른 계산서 발행 또한 준비중입니다.
2026년 한인회비 및 후원내역
- 2026년 1월 3일 : 한현준 한인회 부회장 $250 (BG)
- 2026년 3월 1일 : 김지영 현대건설 지사장 $250 (BG)
- 2026년 3월 4일 : HPH JOINT VENTURE $2,000 (BG)
- 2026년 3월 6일 : Ksure 파나마 지점 $250 (하나은행)
- 2026년 6월 17일 : 포스코 인터내셔널 $250 | 한글학교 후원금 $500
- 2026년 8월 19일 : 대사관 재외동포재단 지원금 $1,500 (재외동포청)
- 2026년 8월 31일 : 송연근 부장 $250
계좌 납부
- KEB HanaBank | 계좌명 ASOCIACION DE LOS COREANO EN PANAMA | 계좌번호 61004-1001-21
- Banco General | 계좌명 ASOCIACION DE COREANOS EN PANAMA | 계좌번호 : CUENTA AHORRO 04-78-96-209139-9
한인회 결산 및 감사보고 : https://www.haninpanama.org/ACP_Intro/audit-result
Libro Puentes 8월 후기 및 9월 모임 안내
8월 후기 — 제제의 세계를 다시 만나다
8월 29일 토요일, 한-파 우정의 탑과 Bio Museo를 함께 걸은 뒤 식당에서 독서 모임을 이어갔습니다. 이번 달 선정 도서였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와 《연금술사》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한 가지 이야기가 참가자들 사이에 강한 공감을 남겼습니다.
어릴 때 동화처럼 읽었던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어른이 되어 다시 펼쳤을 때, '성장소설'로 기억하였다가, 주인공 제제에게 가해지는 폭력의 묘사가 충격적으로 다가왔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쓰인 문장이 오히려 그 아픔을 더 선명하게 전달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알아챘습니다. 명작을 다시 읽는 일은 결국 달라진 자기 자신을 만나는 일이라는 것을 또 한번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세부 후기는 별도 소식지로 전달 드릴 예정입니다.
9월 모임 안내 — 한강, 《채식주의자》

9월 Libro Puentes는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습니다. 한강 특유의 아름답고 불편한 문체를 가장 강렬하게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자, 인터내셔널 부커상 수상작이기도 합니다. 한 여성이 어느 날 고기를 거부하면서 시작되는 이 이야기는, 개인의 선택이 가족과 사회와 충돌할 때 무엇이 남는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묻습니다.
한국어판과 스페인어판(La vegetariana) 모두 준비되어 있으니, 편한 언어로 읽어 오시면 됩니다. 다 읽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 일시: 2026년 9월 11일 (금) 저녁 7시
- 선정 도서: 한강 《채식주의자》 / 《La vegetariana》
- 구매 안내: 한국어 전자책 — 교보문고, YES24, 리디북스 스페인어 전자책 — Amazon Kindle España, Casa del Libro, Kobo
- 참가비: 무료
- 장소: 추후 공지 참가 문의: WhatsApp 6104‑1004
3월 커피 두 잔으로 시작한 Libro Puentes가 벌써 일곱 번째 챕터를 넘기고 있습니다. 다음 페이지에서 만나요.
주파나마 대한민국 대사관 - 파나마 주간 동향
[7.27.- 8.2. Mulino 대통령, 페루 대통령 취임식 참석 및 운하청 통행량 제한 조치 고려 안 함 등]
ㅇ 주요 이슈: 바로보기
△︎ Mulino 대통령, Keiko Fujimori 페루 대통령 취임식 참석
△︎ Hoyos 외교차관,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순방 계기 협력 확대
△︎ 파나마, 첨단기술 국가 아젠다 발표
△︎ 주미 파나마대사관 주요 외교활동 성과 발표
△︎ 운하청, 통행량 제한 조치 고려 안 함
△︎ 환경운동연합, 광산 감사 부실 지적 등
[8.3.- 8.9. Mulino 대통령 일본 외무상 방문 계기 양국 협력 확대 논의 및 운하청 추가 흘수 제한 조치 부과 등]
ㅇ 주요 이슈: 바로보기
△︎ Mulino 대통령, 일본 외무상 방문 계기 양국 협력 확대 논의
△︎ Mulino 대통령, 콜롬비아 신임 대통령 취임식 참석
△︎ Martinez-Acha 외교장관, 외교 다변화 및 신시장 개척 중심 대외정책 강조
△︎ 운하청, 추가 흘수 제한 조치 부과
△︎ 코스타리카, 통상분쟁 관련 합의 제안 등
[8.10.- 8.16. Mulino 대통령-미 헤그세스 장관 양자회담 및 운하청 통항 예약 시스템 관련 해명 등]
ㅇ 주요 이슈: 바로보기
△︎ 미주카르텔대응연합포럼 개최 및 Mulino 대통령 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 양자 회담
△︎ 교육부 장관 전격 교체
△︎ 러-우 군 연계 파나마 국민 약 30명 신원 및 안전 확인 중
△︎ 콜롬비아 강진 관련 연대 및 지원 의사 표명
△︎ 통상장관, 구리광산 관련 정보 및 기술 기반 결정 강조
△︎ 운하청, 통항 예약 시스템 관련 해명
△︎ 파-코스타리카 무역분쟁 관련 통상장관 회동 등
[8.17.- 8.23. Mulino 대통령 미 의회 대표단 면담 및 운하청 통행량 제한 조치 부과 등]
ㅇ 주요 이슈: 바로보기
△︎ 파 대통령, 미 의회 대표단 면담
△︎ CK Hutchison, 파나마 정부 상대 추가 국제중재 제기
△︎ 중 대사, 파-중 해운협정 진전 언급
△︎ 파 외교장관, 엘살바도르 공식 방문
△︎ 일본 해군 훈련함, 파나마 기항 예정 보도
△︎ 운하청, 일일 통행량 제한 조치 부과
△︎ 유엔 ECLAC, 파 성장률 4.4% 전망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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