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날 아침이면 일찍 일어나 한 시간 정도 책과 신문을 읽는다. 피곤한 날에는 좀 더 눈을 붙이기도 하고, 평소보다 일찍 잠든 날에는 조금 더 일찍 일어나기도 하지만 보통 5시 50분쯤 몸을 일으켜 세운다.
일어나자마자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빈 속에 마시면 쓰리다. 그래서 아침에는 따뜻한 티를 마신다. 한 종류의 티만 마시다 보면 금방 질릴 것 같아 돈도 좀 썼다. 어차피 요즘에는 스타벅스 대신 집에서 글을 쓰기 때문에 아낀 커피값으로 집에서 마실 티를 구입했다. (역시 소비에는 합리화가 최고다.)
독서대에 꽂혀 있는 책은 전날 아침에 읽은 그대로다. 거기서부터 읽으면 된다. 따뜻한 티를 호호 불며 조금씩 입 속으로 넘기며 텍스트를 읽다보면 잠이 금세 달아난다.
작년 9월부터 12월까지는 카카오플백 호모부커스 시즌3를 했다. 이미 두 번의 시즌을 겪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운영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무척 힘든 시즌이었다. 파트너 매니저로 선정되어 지난 시즌보다 좀 더 신경을 쓴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10월에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면서 출퇴근 시간이 왕복 기준 지하철 3시간에서 도보 40분으로 줄었다. 덕분에 주로 지하철에서 책을 읽던 독서량도 줄어버렸다.
이사를 했던 10월부터 12월까지는 심하게 흔들린 채로 살았다. 항상 '저는 번아웃 안 와요'를 입에 달고 살던 나였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번아웃은 없었다. 그 비결을 묻는다면 예방이었다.
10년동안 플래너를 쓰면서 내가 썼던 시간을 기록해보니 어떤 달에 강하고 어떤 달에 약한지 반복되는 패턴이 보였다. 강한 달에는 조금 더 무리해도 됐고, 약한 달에는 평소보다 몸을 사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보통 12월과 1월이 강했고 7월과 11월이 약했다.
작년 4분기에 번아웃이 온 건 나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면서 평소 하던 일도 병제법 노하우가 쌓였으니 잘 처리할 거라 예상하지만 이사는 너무 큰 이벤트였다. 10월에는 1년 중 가장 적은 양의 책을 읽었고 11월에는 온라인에서 운영 중인 모임도 한 달 쉬었다.
예전에는 번아웃이 왔다는 사실을 부정하면서 무리하며 무너졌겠지만, 30대가 되면서 나를 조금 놓을 줄 알게 되었다. 인정하고 내려놓으니 그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호모부커스는 무사히 마무리되었고 독서량은 다시 평년을 찾아왔다. 독서 습관은 사라진 출퇴근 시간 대신 출근 전 아침 시간으로 옮겨왔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왔다. 움츠렸던 몸을 다시 피울 시기가 왔다.
어느덧 설 연휴가 코 앞까지 다가왔습니다. 그동안 쌓인 피로를 풀면서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랍니다. 다만 독서처럼 매일 반복하는 습관이 있다면 설날이라 넘어가는 대신 평소보다 양을 줄여 조금씩이라도 쌓아보세요. 연휴가 끝나고 습관을 이어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습관을 만드는데는 짧게 몇 달에서 길게 몇 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데는 단 며칠이면 충분하니깐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