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새해부터 꾸준히 하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WorkFlowy에 오늘의 문장과 오늘의 생각을 남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1월의 어느 날에는 카피라이터 이시은님이 쓴 책 <오랜 시간, 다정한 문장>를 읽었다. 언제나 좋은 책은 우연히 찾아오고, 책 속의 문장은 국수 먹듯이 후루룩 읽힌다. 나는 예전부터 그런 책을 좋아했고 그런 문장을 동경해왔다.
좋은 문장은 언제나 삶에 적용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오늘의 문장을 읽으며 '그렇지. 사람은 언제나 준비된 적이 없지. 그렇다면 이제 시작하면서 하나씩 준비해볼까?'라고 생각하며 내 삶에 쉽게 적용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책 속에서 찾은 문장은 쉽게 찾은 정답에 가깝다. 정답을 알고 나면 문제는 시시해보인다. 문제가 막힐 때마다 정답부터 찾으려고 하는 행동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도 반복된다. 빨리 퇴근하고 싶은 마음에 자꾸 쉬운 길을 찾게 되고 그러다 한 번 꼬이기 시작하면 몇 날 며칠을 야근으로 보상해야 한다. 그렇게 야근을 마치고 마주한 밤은 그 어떤 순간보다 비루할 수 없다.
삶이 비루할 수록 우리는 과거를 찾는다. 과거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현재가 힘든 나머지 후회가 섞인 한숨을 내뱉고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그렇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에 확신을 가진 사람들은 많지 않다. 설령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할 지라도 쉬운 건 아니다. 세상에는 확신을 꺾는 일이 훨씬 많으니까. 그러니 우리가 추구해야할 것은 확신이 아니라 주변에서 끊임없이 방해하더라도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버티기 위해서는 도망쳐야 한다. 힘들고 지칠 때 도망칠 곳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어떤 장소가 될 수도 있고, 음악이 될 수도 있다. 아니면 기대고 있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이 하나라도 없다면 버틴다는 건 꽤 지옥 같은 일이다. 여전히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버티고 있다면 그건 본인에 대한 직무유기다. 얼른 찾아나서라. 앞으로의 삶을 위해.
과거의 나는 확신이 없던 나머지 계속 불안에 떨었고 그때마다 불안의 근원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글을 썼다. 거의 매일 발행되는 내 글을 보고 어떤 독자는 '저 분은 글 쓰는 거 정말 좋아하시는 구나'라고 생각했을테지만 매일이 불안했을 뿐이다. 여전히 불안한 지금도 종종 글을 쓴다. 그리고 쓰면서 정리되지 않은 불안한 생각을 글로 명확하게 표현함으로써 스스로를 안심시킨다. 그것만으로 글의 역할은 충분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어떤 것에도 버틸 준비가 됐다. 그래서 어쩌면 이시은 작가님의 '준비된 사람이 시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작한 사람이 비로소 준비가 되는가보다'라는 문장에 깊게 공감했는지도 모르겠다.
때론 쉽게 찾은 정답보다 어렵게 찾은 해답 하나가 내 삶을 크게 흔드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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