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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대한 편견 / 좋아하는 게 뭔지 늘 고민하는 당신에게

2024.06.06 | 조회 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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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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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좋아하는 게 뭔지 늘 고민하는 당신에게

 

  • 잠보! 아프리카!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웃고 떠들다 보니 순식간에 3일이 지나갔습니다. 어느새 잠비아에 도착했어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을 2박 3일간의 열차 여행은, 23년 한 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될 만큼 인상 깊었습니다. 새벽 두시가 다 되어서야 종착역에 도착했어요. 밖으로 나가기엔 위험했기에, 역 안에 아예 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냈어요.

현지인, 외국인 할 것 없이 같은 열차에서 내린 모두가 그곳에 머물렀습니다. 그 동안 저와 몇몇 동행들은 루사카로 가기 위해 버스 가격을 흥정했습니다. 기차 여행 동안 계속 마주쳤던 중국인 아저씨 한 분도 함께하기로 했어요. 그렇게 타게 된 16인승 버스는 생각보다 더 힘들었습니다. 앞선 레터에서 언급했듯, 저는 가치가 있다면 힘든 여행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힘들었어요. 말만 버스이지 봉고차에 가까웠던 차 안에는 열여섯 명의 사람이 꾸역꾸역 타 있었고, 트렁크는 닫히지 조차 않아 로프로 고정시켜 둔 채 출발해야 했습니다. 특히 제 자리는 좌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제대로 앉기조차 어려운 곳이라 더더욱 그랬어요. 폐소공포증과 공황 증세가 있던 일행들은 차라리 진심으로 기절 시켜주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말하거나, 깜깜한 새벽임에도 내렸다가 아침에 다시 이동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했을 정도로 힘들어 했습니다.

그렇게 어찌저찌 루사카에 도착했지만, 숙소까지는 또 30분 이상을 걸어가야만 했어요. 힘들지만 어쩌겠어요? 우연찮게도, 그 버스에 있던 동양인 일곱 명-한국인 5명, 기차에서 만난 중국인 아저씨, 버스 옆자리에 앉았던 일본인 슈고상/이 모두 같은 숙소를 예약 했었기에 다 함께 걸어가게 되었습니다.

아프리카 대도시 중 하나인 케이프타운
아프리카 대도시 중 하나인 케이프타운

잠비아의 수도인 루사카는 꽤 번화한 곳이었어요. 큰 쇼핑몰이 위치해 있었고, 각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유럽의 작은 마을 못지않은 수준이었습니다. 이전에 잠깐 머물렀던 다르에스살람과 이후에 이동하게 될 보츠와나의 가보로네, 나미비아의 빈트후크도 마찬가지였어요.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저는 아프리카에 관심이 많았던 만큼 다른 사람들보다 관련 지식이 많았고, 그만큼 편견도 많이 걷어낸 상태였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대도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프리카의 대도시들은 유럽과 크게 다를 바 없었어요. 책 <팩트풀니스>에서 언급되었던 빈곤률의 하락을 체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도 이제는 정말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치안 및 부정부패 문제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직접 경험하기도 했으니까요. 다르에스살람에서 택시를 탔을 때, 비자가 필요하지 않음에도 필요하다고 시비를 걸며 차를 멈춰 세우고는, 이유 없이 금전을 요구한 경찰도 있었거든요. 또 어디를 가든 삐끼가 많았고, 종종 인종차별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여러분의 생각처럼 낙후된 곳만은 아니라는 것을 꼭 한 번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중국의 원조를 받은 타자라 열차
중국의 원조를 받은 타자라 열차

그들이 모든 아시안에게 ‘니하오’라고 인사하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볼 수 있는 동양인은 중국인이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정말 차별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중국인밖에 알지 못해서 그러는 경우가 많았어요. 타자라 열차조차 중국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고,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곳곳에 중국의 원조 흔적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인이 아니라고 말해주며 한국어 인사를 가르쳐주면 그대로 인사해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들이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더위 때문입니다. 그 더위를 직접 경험해 보면 알 수 있어요. 낮 시간에 일을 피하고, 최대한 조금씩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 탈진하게 되는 날씨거든요. 게으른 것이 아닌 그들만의 템포로 살아가는 것이죠. 지중해성 기후에 사는 사람들이 여름에 시에스타를 갖는 것과 다를 바 없어요.

혹시 구독자도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던 편견이 있었다면, 이번 레터가 조금이나마 해소되는 계기가 되셨길 바랍니다😎


  • 좋아하는 게 뭔지 늘 고민하는 당신에게

네 번의 다시 읽었던 책 시리즈 어떠셨나요? ‘이런 책도 있었구나’ 내지는 ‘이 사람은 이 책의 이런 부분을 좋아하네’하고 그저 생각해주신다면 그걸로 오케이입니다. 제가 몇 주 전에 초중고 생활기록부를 발급 받았다고 했었죠. 사실 이 기록을 발급 받은 가장 큰 목적은 도서 목록이 아닌 장래희망 칸이었습니다. 고등학교에서는 비영리기구 근무를 장래희망으로 해서 생기부와 자소서를 만들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번 주에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자원활동가로 근무합니다.

환경영화제 자소서를 작성할 때 며칠 전 읽었던 생기부가 많이 생각 나더라고요. 그때 당시의 저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을 찾아보면서 걱정 많고 화 많은 시기를 보냈습니다. 어떤 분이 똑똑해지기 위해 뉴스를 보기 시작했는데 걱정만 많아졌다고 하는 말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정말 맞는 말이라며 웃었습니다. 이렇게 걱정 가득한 스스로에게서 벗어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이 삶에 지쳐 있었습니다. 아무리 화를 내도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고요. 고등학교 시절이 지난 후 약 3년 간은 그냥 외면하고는 했습니다. 어쨌든 전 제 삶을 즐겨야 했거든요. 어린 날의 저는 누가 편의점에서 과자를 사준다고 하면 1개만 고르는 아이였습니다. 더 사줄테니 고르라고 하면 소심하게 고개를 내젓고는 했죠. 마트에 가면 보이는 장난감도 쉽게 사달라고 하지 못했습니다. 사달라고 했다가도 엄마가 안 된다고 하면 ‘나중에 사줘’라고 말하는 아이였죠. 좋아하는 것 없이 살아왔기에 제 취향이 뭔지도 잘 몰랐습니다. 뭘 할 때 제가 즐거워하는지도요. 그렇게 천러의 좌우명은 제 좌우명이 되었습니다. “해봐야 알지~”

즐길 수 있는 건 즐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동아리도 경험하며 새로운 친구도 사귀면서 공동체에서 저나 제 의견이 수용 받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상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 일들을 저는 하나하나 소중하게 경험했고 기억했습니다. 그런 즐거운 일들이 저에게도 어쩌다 한 번씩은 괜찮을 정도의 일상이 되고 나니 저의 취향이라는 게 점점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 이 레터를 시작했습니다. 취향을 만드는 게 제게 어느 정도는 의무가 된 상태였죠.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과 어울리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마주하게 된 제 생기부는 생기 넘쳐 보였습니다. 취향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했던 제가 취향도 잘 모르고 걱정만 많던 3년 전의 저를 부러워했네요. 그래서 아무리 다양한 경험을 해도 사람이 잘 변하지는 않는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인턴을 구하며 쓰던 자소서는 정말 쓰기 싫어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환경영화제 자소서는 정말 쉽게 써지더라고요. 제가 평소에 관심이 많은 주제로 하는 행사였어서요. 그렇게 별로 관련 소식을 찾아보지도 않고 일회용품 잘만 쓰던 삶을 3년이나 살아놓고서는 여전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3년 간 겪은 다양한 활동이 의미 없어진 건 절대 아닙니다. 그 경험들 속 만난 인연이 소중하고, 그 경험을 통해 배운 것들이 인생에 큰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좁게는 최근 자소서를 쓸 때에도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고요. 현재의 제 장래희망은 고등학생 때보다 불투명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그때보다 걱정을 덜 합니다. 각자의 삶의 속도가 다르다는 걸, 어떤 길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이제는 알거든요. 무언가를 새로 경험하는 일을 이 글을 보는 여러분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취향과 취미를 적립하는 일을 계속 해주었으면 합니다. 그렇게 다양한 취미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저에게는 삶을 사는 데 있어서 열정의 불꽃을 지피는 즐거움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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