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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작은 내 심장 소리에 감동하게

아프리카 여행기 / 다시 읽었던 책 3

2024.05.23 | 조회 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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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이제는 정말 여름이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걷는 길 모두 그늘인 하루 되시길 바랄게요 :)


Thu

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다시 읽었던 책 2

 

  • 잠보! 아프리카!

첫발을 디딘 다음 날, 태양 아래 잔지바르 시내를 둘러볼 틈도 없이 당장 아침부터 일정이 잡혀 있었어요. 비몽사몽 일어나 다 뜨지도 못한 눈으로 부랴부랴 준비를 했습니다. 착용할 시간이 없어 렌즈를 들고 밖에서 껴야 할 정도였어요. 그럼에도 불평 하나 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리웠기 때문입니다. 다합을 떠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바다가 그리웠거든요. 지금도 여름이 되자마자 바다가 그리워 또 다른 여행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 보면, 어쩌면 관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배를 타고 나가 마주한 잔지바르 바다는 다합만큼 예뻤습니다. 아니, 다합보다 더 예뻤어요. 연한 초록빛이었다, 에메랄드빛이었다, 진한 쪽빛이었다가. 바뀌는 바다색을 구경하느라 멀미하는 줄도 몰랐어요. 손을 뻗으면 손가락 사이를 파고드는 물결에 기분이 좋았어요. 배가 멈추고, 샌드뱅크를 한 바퀴 돌아본 후엔 수박씨 멀리 뱉기, 얼굴이 많이 붙이기 같은 의미 없지만 우리를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들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맨발로 모래를 밟을 때마다 꼭 누군가의 어디를 모래로 덮어버리는 버릇이 있는 저는, 민주의 발을 덮다 종국에는 인어공주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늘 아래에서, 익숙하지만 또 언제나 사랑해 마지않는 지중해와는 조금 다른 인도양을 바라보며 여유를 부렸어요. 느긋이 바닷가를 걷고 돌아갈 때 마주한 윤슬은 언제나처럼 예뻤고요. 바람이 충분히 불어준 덕에 돛의 힘만으로도 배가 나아갔습니다. 모터 동력 없이도 나아가는 배는 이때 처음 보았어요.

돌고래와 수영하는 상상을 해보신 적 있나요? 저는 매끈한 돌고래를 볼 때마다 항상 생각해 왔어요. 언젠가 꼭 돌고래 옆에서 수영을 해보고 싶다고요. 그렇게 꿈만 꾸던 것을 갑자기 잔지바르에서, 그것도 9월에 이루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지만요. 고대해왔던 만큼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스쿠버 장비를 차고 있어 몸이 자유롭지 않았던 거북이와의 유영과는 달리, 이번엔 맨몸으로 수영할 수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신나 있었어요.

그러나 능위에서 진행된 돌핀 투어는 생각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돌고래의 빠른 속도에 아무리 빨리 발을 차도 따라잡기가 힘들었거든요. 그러니 타이밍을 잘 맞추어 보트가 정지하자마자 주저 없이 바로 물에 뛰어들어야만 그들의 꼬리 끝에라도 스쳐볼 수 있었습니다. 차마 돌고래들을 먼저 만져보지는 못하고 따라만 다니다 우연히 스쳤을 때가 되어서야 매끈한 피부를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상처가 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물에 잠기면 사방에서 피융피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새 소리 같기도, 사이렌 소리 같기도 한 이 소리가 듣기 좋았어요. 평생 기억에 남을 경험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나 아주 신나 있었으면서도 마음 한쪽이 어딘가 불편했습니다. 잔지바르 정도로 돌핀 투어가 활발한 지역이라면, 그들에 대한 이해가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그렇지 않았거든요. 돌고래들을 쫓아가는 여러 대의 보트와 모터 소리에 가책을 느꼈습니다. 거북이와 스쿠버 다이빙을 했을 땐 소음도 없었고, 지나치게 따라다니지도 않아 더욱 비교가 되었어요. 다시 한번 관광과 지속 가능성은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빌 게이츠의 음넴바 섬 근처로 이동한 뒤엔 스노클링이 이루어졌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처음 들어가는 바다는 너무 추웠지만, 금방 익숙해질 것을 알고, 바다에 들어갔을 때의 기분 좋음이 더 커서 망설일 이유가 없이 뛰어 들었어요. 그리 깊지 않아 저의 반쪽짜리 프리다이빙으로도 바닥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성게가 많아 조심해야 했지만요. 눈에 들어온 물고기를 하나 골라 따라다니다, 또 혼자 헤엄치며 자유를 느끼다, 장난을 치다가, 나중엔 배의 한 켠에 누워 여유를 청했습니다. 오랜만이 아닌데도,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지는 행복이었어요.

 

 

  • 다시 읽었던 책, <고양이 여행 리포트>

안녕하세요, 다시 읽었던 책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이 시리즈를 어렴풋이 떠올렸을 때부터 단박에 떠오른 책을 소개해드릴 거예요.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인만큼 제가 오랫동안 애정해온 책입니다. 드디어 소개해드릴 수 있어서 기쁘네요.

2014년 즈음의 어느 날, 책을 하나 꼭 사오겠다며 받아낸 용돈으로 고양이와 관련된 도서를 열심히 찾았던 기억이 납니다. 서점의 한 칸을 열심히 둘러봤는데 마음에 딱 들었던 게 없었어요.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이 책을 골랐을 겁니다. 첫 만남이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못 했네요. 하지만 읽은 뒤에는 당시 몇 안 되는 가장 좋아하는 책중 하나가 되었죠.

그 이후에는 이사를 1번 겪으면서 책장이 사라졌어요. 더 이상 읽지 않던 위인전 전집과 같은 오래된 책들을 버리면서 제가 당시 좋아하던 만화책도 내놓아야 했죠. 그렇게 버린 책이 꽤 되었지만 이 책만큼은 지켜냈어요. 10년이 넘는 세월을 지켜낸 새하얀 양장본은 모든 모서리에 때가 탔고 찍힘 자국도 생기고 종이도 다 바래버렸습니다. 그동안 저는 이 책을 좋아했던 이유를 잊어버렸어요. ‘내가 이 책을 참 좋아했었지‘라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기에, 초등학생 시절의 제 취향을 담은 일종의 관념적 상징이 되고 만거죠. 이 기회를 통해 다시 읽어서 그 의미를, 이유를 다시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잃지 않았다. 잃기는커녕 나나라는 이름과 사토루와 산 5년을 얻었다. 그러니까 그렇게 미안한 표정 짓지 말라고. 고양이는 자신이 처한 운명은 뭐든 엄숙하게 받아들이거든. 지금까지 유일한 예외는 다리가 부러졌을 때 사토루를 떠올린 것뿐이야.

<고양이 여행 리포트> 20쪽

이번 책은 바로 아리카와 히로 작가의 <고양이 여행 리포트>입니다. 2019년에는 영화로도 나왔었죠? 그때도 영화 나온 김에 집에 있는 책을 다시 펼쳐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넘기는 데에만 5년은 더 걸렸네요. 끝까지 읽고 책장을 덮은 지금은 그만큼의 세월이 걸릴만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읽으려는 엄두가 안 났는지 이제는 알겠어요.

저는 책을 읽기 전에 앞이나 뒤에 있는 지은이나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는 편이에요. 그러고나서 첫 문장을 읽어보면 이 책이 제가 읽을 책인지 안 읽을 책인지 감이 오더라고요. 이 책은 권남희 번역가님이 옮겨주셨습니다. 옮긴이의 글을 보니 <고양이 여행 리포트>를 읽은 독자들이 다들 이 책을 전철에서 읽으면 안 된다고 얘기했다고 하더라고요. 번역가님은 무심코 전철에서 읽다가 눈물을 흘리셨대요. 번역을 위해 책을 읽으면서도, 번역 작업 과정에서도 몇 번을 우셨다고 합니다.

제가 느낀 눈물 포인트는 특유의 건조한 듯한 말투라고 생각합니다. 고양이 나나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말투 역시 나나의 것이에요. 독자는 나나의 눈으로 다양한 풍경을 보고, 나나의 귀로 주인인 사토루의 이야기들을 듣죠. 그렇게 보고 들은 것들에 대한 나나의 차분한 감상 몇 마디를 읽다보면 마음 속에서 뭔가 자꾸 차오르더라고요. 고양이의 단단한 말투가 오히려 감정을 자극하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저 역시도 글을 읽다가 몇 번 울음을 참았고, 결국 다 읽어갈 즈음에는 엉엉 울고 말았답니다. 그러니 저도 경고에 힘을 실도록 하겠습니다. 절대 전철에서 이 책을 보지 마세요.

 

알고 있었어? 나는 사토루의 고양이가 되기 전부터 사토루를 꽤 마음에 들어했어. 사토루를 만나는 것이 즐거움이었어. 지금은 가장 큰 즐거움이야. 나나라는 이름을 얻고, 사토루와 함께 산 5년을 얻고, 나는 그 시절의 몇십 배, 몇백 배나 사토루를 좋아하니까.

<고양이 여행 리포트> 296쪽

<고양이 여행 리포트>의 화자는 고양이 나나죠.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나나의 주인인 사토루예요. 어떠한 사정으로 인해 나나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는 사토루는 나나와 함께 차를 끌고 그들을 직접 찾아가요. 일종의 면접이죠. ‘이 집에 나나를 맡겨도 괜찮을까’를 보기 위한 것이겠죠.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이 여행의 과정은 나나의 관점에서 전개됩니다.

제가 이 작품을 특별히 여겼던 지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우리가 인간이기에 반려동물에 대한 이야기도 인간의 관점에서는 그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이 작품은 반려동물의 관점을 알려줘요. 턱없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지만, 우리는 늘 궁금하잖아요. 얘가 지금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저 야옹이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이 맞는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은 없는지 등등.

이 작품에서는 그런 것들을 궁금해할만한 주체가 사토루가 아닌 나나예요. 그리고 나나는 현실의 우리와 다르게 사토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고 말이 통하고 있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죠. 그리고 그걸 사토루에게 전해주기 위해 계속 표현해요. 사토루도 그만큼 나나의 사랑을 받고 있다는걸 알리기 위해서요. 허구의 이야기라는 걸 알지만, 제 고양이도 나에게 이만큼의 사랑을 느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더라고요. 그렇다면 무척 안심이 될 것 같았어요.

나나를 맡길 집을 찾기 위해 시작한 이별여행이지만, 사실 사토루는 나나를 누군가에게 보낼 생각이 없어요. 나나 역시 그걸 알아요. 그걸 알기에 모른척해주는 것에서도 사토루를 향한 나나의 사랑과 이해, 배려를 느낄 수 있습니다. 말투에서, 행동에서, 생각에서 모두 느껴져요. 그래서 글을 읽다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이 고양이가 제 주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알겠어서요. 이 담담한 고양이는 결국 여행의 끝에 어디에 도달해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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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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