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호] 원숭이도 취향은 확고하다

빅토리아 폭포와 악마의 수영장을 만나다! / 먹는 걸 좋아하는 사람의 음식 이야기

2024.06.20 | 조회 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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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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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지조 있는 먹부림을 위하여


  • 잠보! 아프리카!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다시 여행기로 돌아와 볼까요? 잠비아로 이동한 가장 이유는 세계 3 폭포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 보기 위해서 였어요. 잠비아와 짐바브웨 사이에 걸쳐 있어, 꼬박 하루 동안  사이트를 모두 돌아보았답니다.

숙소가 리빙스턴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잠비아 사이트를 먼저 방문했어요.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저희를 맞이해 주는 수많은 원숭이들과 함께, 국립공원을 둘러볼 있었습니다. 다만, 잠비아 사이트에서는 흔히 알고 있는 빅토리아 폭포, 즉 메인 폴이 보이지 않아요.  우기가 아니었기 유량이 많지 않아 감흥이 덜했습니다. 분명 높이가 대단했음에도요. 그래도 당시 저는 유럽의 문화관광-예를 들면 성당, 교회, 박물관- 지쳐 있었던 터라 자연관광을 하는 상당히 좋았던 같아요. 정글 같기도, 숨겨진 유적 같기도 했던 푸릇푸릇한 국립공원을 구경하다 보니 생각보다 더워서 반팔이었던 소매는 어느새 나시가 되어 있었습니다.

잠비아 사이트를 둘러보고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마주친 원숭이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아까만 해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원숭이를 정말 오랜만이다라는 생각을 하며 그저 신기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원숭이 마리가 자꾸 무섭게 저를 따라오더라고요. 들고 있던 물과 음료수 때문인가 싶어 물을 던졌습니다. 음료수만은 포기할 없었거든요. 그러나 색을 구분하는지 다가와 음료수를 뺏으려 들어 결국 음료수마저 던져야만 했습니다. 저는 나약하게도 그냥 물과 음료수를 모두 잃은 사람이 것이죠......하하 물이 아닌 음료수만을 원하는 확고한 취향도 어이가 없었는데, 병을 바닥으로 기울여 내용물을 흘린 후 마시는 모습을 보고는 말을 잃었습니다. 아주 똑똑한 친구였어요. 살다 살다 원숭이에게 음료수를 뺏기다니…그래도 이 정도로 똑똑한 원숭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하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짐바브웨 사이트로 넘어갔습니다. 잠비아 쪽과는 달리 이곳은 정말 정비가 되어 있었어요. 원숭이들도 훨씬 작고 귀여웠고요.

무엇보다 명성에 맞게 폭포가 훨씬 아름다웠습니다. 메인폴에서 쏟아지는 폭포가 장관이었어요. 높이와 유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나가는 길마다 물이 계속해서  정도였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보고 싶어질 만큼 가치가 있는 풍경이었어요. 그리고 그림처럼 걸려 있는 무지개. 운이 좋으면 쌍무지개도 있다고 하던데, 저는 보지 못했어요. 그러나 어느 쪽에서 봐도 아주 선명하고 원형에 가까운 무지개를 만날 있었습니다. 빨강부터 보라까지 모든 색을 찾을 있는 무지개를 오랜 시간 바라보는건 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었습니다. 짐바브웨 사이트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잠비아 사이트를 먼저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역시 가볍게 걷기 좋도록 만들어져 있어, 걸어가면서도 번씩이나 너무 좋다!’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메인폴, 그러니까 반대편에는 악마의 수영장' 이라고 불리는 곳이 있는데요. 마치 곧 절벽으로 떨어질 듯해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사실은 바위가 막고 있어서 떨어질 가능성은 적지만요. 

다음날 아침, 아주 일찍부터 일어나 이곳으로 향했습니다. 아마존 익스프레스를 타는 듯한 보트를 타고 잠베지 강을 지나왔어요. 들어가기 전, 수영복만 남기고 탈의해야 하는데,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정말 정말 추웠습니다. 줄을 잡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유속도 셌어요. 앞서 떨어질 일은 거의 없다고 언급했지만, 물살에 휩쓸리게 되면 그대로 절벽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습니다. 저는 무섭지는 않았는데 원체 추위를 잘 타는지라 상당히 추워했던 기억만 있습니다. 오들오들 떠는 몸과, 파래진 입술로 사진을 남겼어요. 그래도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 즐거웠습니다. 이곳 악마의 수영장은 수위가 낮아지고 물살도 약해진 9월에서 10월 사이에만 개방되는 곳이거든요. 어쩌다보니 좋은 타이밍에 잘 맞춰왔던 거예요.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아프리카에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많이 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앞으로는 떨어질 듯한 절벽, 하늘에는 걸려있는 무지개, 쓸려 보낼 듯한 물살에 몸을 맡긴 나. 언제 또 다시 해볼 경험이겠어요!

 


  • 지조 있는 먹부림을 위하여 - 김치찌개, 뼈해장국

레터에서 갑자기 라면과 김치 이야기라니. 가볍고 친근하게 느껴지셨을련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국물 요리 두 가지를 가져왔습니다. 한식으로 시작한 김에 아직은 좀 한식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고 싶어서요. 짧은 인생이지만 그동안 거쳐온 음식 중엔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게 아무래도 한식이니까요. 제가 집밥으로 먹는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국물 요리 2개는 바로 이것입니다.

 

1. 평생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김치찌개

보통 김치찌개냐, 된장찌개냐로 취향이 나뉘죠. 바로 전까지 저는 확고한 취향이 없다고 얘기했지만 이 취향만큼은 확고합니다. 저는 된찌보다 김찌를 더 좋아합니다. 나이가 들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일단 현재까지의 저는 늘, 언제나, 항상 김치찌개를 더 좋아했습니다. 사실 오늘도 점심과 저녁에 김치찌개를 먹었어요.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꼭 김치찌개를 먹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것 치고 뜸한 이유는 일단 요리의 주체가 제가 아니며, 한 번 만들 때 3일은 먹게끔 한 냄비를 잔뜩 끓여주시는 엄마의 큰 손 덕분입니다. 그 정도로 먹고 나면 한동안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아, 김치찌개 중에는 또 파가 갈리고는 하죠. 돼지고기를 넣는지, 참치캔을 넣는지. 저는 강경 돼지고기 파입니다. 음식 다양하게 먹는 거 좋아한다면서 또 강경이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참치 김치찌개는 학교 급식으로 많이 먹었었는데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캔참치로는 찌개의 진한 맛을 내기가 힘듭니다. 그것은 맑은 김치찌개를 먹고 싶을 때 넣어야죠. 그리고 제 취향은 진한 국물이기 때문에 저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진한 국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가끔 국물이 조금 부족한 김치찌개를 먹기도 해요. 김치찜과 김치찌개 그 사이… 전 그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김치찌개에 양파가 김치만큼 잘 보이는 게 좋습니다. 제가 양파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짜장면 소스에 있는 양파도 남기지 않고 먹을만큼 양파를 좋아합니다. 최근에는 집에 토마토가 많아서 엄마가 김치찌개를 만들 때마다 토마토를 통째로 같이 넣고 끓여주는데요. 김치가 신맛이 덜 할 때 넣으면 좋을 것 같고, 이때에는 고춧가루를 조금 더 넣으면 좋습니다. 그냥 신김치 넣고 끓인 김치찌개랑 똑같아지거든요.

 

2. 우리 집 감자탕이 참 맛있는데

제가 사는 동네가 바뀔 때마다 그쪽의 감자탕집은 다 방문해보았지만요. 아무리 먹어봐도 저희 집 감자탕만큼 맛있는 감자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모든 관광객들이 가는 성수의 그 감자탕집… 여러분이 한국인이라면 줄 서서 먹을 정도는 아닙니다. 여러분이 사는 동네의 감자탕집이 더 뜨끈하게 잘 할 거예요. 제가 갔을 때는 고기 뼈다귀 안쪽이 차가웠었거든요. 대기가 길다보니 최대한 빠르게 메뉴를 내어드려야 하기 때문에 이걸 가끔 놓치시는 것 같아요. 동네의 감자탕집을 권유 드리는 이유는 감자탕 자체가 성수 같은 관광지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다가 시끄럽고 정신 없는 곳에서 먹을 만한 메뉴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어느 동네나 있는 게 감자탕집이니까요.

아무데나 가도 맛있는 뼈해장국이지만 저희 집 감자탕을 가장 좋아하는 이유는 뭘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워낙에 외식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외부에 약속이 있어서 그들과 밖에서 먹는 건 그게 목적이니까 상관이 없지만 동네에서 그 가게로 가서 밥을 먹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배달을 많이 이용하는 이유도 가게에 가기 귀찮아서가 큽니다. 집에서 감자탕을 하면 그 수고를 덜 수 있잖아요. 그래서 좋아하는 것도 있습니다.

근데 가장 큰 이유는 저희 집에 솥이 있습니다. 정말 말 그대로의 가마솥… 있습니다. 아궁이에 나무를 넣고 불을 지펴서 가마솥을 데우는데요. 거기에 오랜 시간 푹 끓인 감자탕은 정말 맛있습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실수로 두 번 쓴 게 아니라 정말 두 번 말할 정도로 맛있어서요. 시래기와 감자(감자)와 감자(고기)만 넣고 푹 끓인 감자탕이 너무 맛있어요. 저희 집에서는 숙주인지 콩나물인지를 넣지 않고, 뼈에서 살이 쉽게 떨어질 때까지 아주 하루종일 끓입니다. 그러다보면 육수에도 고기의 맛이 베어서 정말 깊은 맛을 내거든요. 이 맛있는 걸 여러분 모두가 알아야 하는데… 어디 가게가 아니라 집이라 죄송합니다. 저만 먹어서 유감스럽습니다. 근데 정말 감자탕집은 왠만하면 맛있으니까 오늘 저녁은 동네에서 먹는 뼈해장국 어떠세요.

 

다 적어놓고 보니 그냥 엄마 손맛 자랑이었던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는 저희 엄마 음식이 최고입니다. 저희 집은 외식을 잘 안 했었어요. 가부장 아버지한테 붙잡힌 어머니가 삼시세끼 다른 반찬, 다른 국으로 만드셔야 했었죠. 최근에서야 조금 탈출을 하셨는데 습관이 남아 있으셔서 본인부터 하루에 김치찌개 두 번 먹는 건 좀 싫어하시더라고요. 요리하기 귀찮은데 어쩔거야. 어쨌든, 집에서 너무 맛 좋은 음식을 먹고 자라다 보니까 혼자 해먹으면서 그 맛을 내려면 한참을 걸리겠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걱정을 조금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 한식 취향은 엄마 손맛이 되었을테니까요. 여러분은 부모님이 해준 음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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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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