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좋은 기억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프리카 여행기 / 다시 읽었던 책 2

2024.05.16 | 조회 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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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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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다시 읽었던 책 2


  • 잠보! 아프리카!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작년 가을, 갑작스레 아프리카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던 저를 기억하시나요? 오랜만에 여행기를 쓰고 싶기도, 쓰기에 좋은 타이밍이기도 한 것 같아 그때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왜 반년도 더 지난 지금 이야기를 하냐고 물으신다면이제서야 적기가 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실시간으로 적어 내려간 글의 생생함과 현장감은 당연히 따라올 수 없겠지만, 어떤 여행은 오히려 시간이 지난 후 되돌아보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제겐 아프리카가 그러했고요. 여행 중엔 이동만으로도 바빠 시간이 없었고, 돌아온 직후엔 너무 붕 떠 있던 터라 땅에 발붙일 시간이 필요했거든요. 한 달 반이라는 긴 기간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걸지도 모르겠어요. 수개월이 지난 지금은 힘들고, 벅차고, 붕 떠 있던 감정들 대신 정제된 언어들로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계기부터 시작해 볼까요? 당시엔 계획에도 없던 일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아프리카 여행은 그 때가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 번은 일어날 일이었어요. 제가 시기를 조금 앞당겼을 뿐이고요. 진로 때문에, 혹은 그저 여행자로서, 원래부터 이 대륙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흔히들 아프리카라는 대륙을 하나의 나라마냥 퉁쳐서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 안엔 무려 55개국이 존재하는데도요. 문화와 사람보다는 더운 날씨와 사막, 그리고 사파리의 동물들을 먼저 떠올리고요. 게다가 여기엔 흔히 검은’, ‘가난한’, ‘위험한같은 부정적인 수식어들이 따라 붙곤하죠.. 그러나 저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이런 편견에 가려져 있을 뿐,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곳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이미 여행 난이도가 비교적 낮은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모로코와 이집트를 다녀온 바 있었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아프리카, 즉 사하라 이남에 위치한 국가들은 어떨지 더욱 궁금해졌어요. 더더욱 제 눈으로 확인하고, 느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떠나게 되었어요.

그러나 그 과정은 생각만큼이나 순탄치 않았어요. 가장 큰 산은 역시 부모님의 반대였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럽에서도 혼자 다니는 저를 걱정하시던 분들이니 오죽했겠어요? 그러나 저는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마는 고집쟁이거든요. 부모님께선 누구보다 그걸 잘 아는 분들이시고요. 결국 한 달이 조금 넘는 설득 끝에 져주셨습니다. 다만, 학기 시작 전에 돌아온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고요. 학기가 지나고서야 돌아왔거든요. 그 가운데 어떤 갈등이 더 있었을지는 구독자 님의 상상에 맡길게요.

눈물의 황열병 예방접종증명서
눈물의 황열병 예방접종증명서

두 번째 고개는 예방접종이었어요. 첫 여행지인 탄자니아가 황열 위험 국가이기에 예방접종 증명서가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포르투갈에서는 예방접종 하는 곳을 찾는 것부터가 고비였어요. 덕분에 잘하지도 못하는 포어로 이곳저곳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직접 찾아다니며 며칠을 보냈어요. 그러다 찾은 대학병원에서는 10월 중순 이후에야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겨우 이것 때문에 포기해야 하나?’ 하며 좌절하던 중 검색 끝에 공항에서도 예방접종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결국, 예방접종이 가능한 프랑스 샤를드골을 경유하는 비행편을 끊고, 그곳에서 황열병 주사를 맞을 수 있었습니다. 한국보다 세 배나 비싼 가격으로요ㅎㅎ 그리고 그곳에서 의사 선생님께 황열병이 사망원인 몇 위인지 아느냐며 영어로 대차게 꾸지람도 들었어요. 하하.

얼마 전 독일에서 민짱이 찍어준 저예요. 아프리카 때도 똑같은(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갔습니다!
얼마 전 독일에서 민짱이 찍어준 저예요. 아프리카 때도 똑같은(더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갔습니다!

이런 과정들에, 열 시간이 넘는 비행시간까지 힘들만도 했건만, 설레는 마음이 더욱 커서 그다지 힘들다고 느끼지도 못했어요. 제 몸만 한 배낭도 다합의 스쿠버다이빙으로 단련된 탓인지 버틸 만했습니다.

잔지바르행 비행 편에선 페블스에서 소개했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도 보고, 벼락치기로 스와힐리어도 공부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도착할 때쯤엔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께서 말을 거셨습니다. 어떻게 왔냐고 물으시며 잔지바르의 아름다움에 대해 자랑하시곤, 환영한다고 해주셔서 여행의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어요. 입국장에서는 먼저 여행 중이던 동행들이 카메라를 세 대나 들고 마중 나와 주었습니다. 웃으면서 ‘온다 온다!’ 라고 외쳐주던게 Onda가 온다! 였는지, 온다온다!! 였는지, 혹은 둘 다 였는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도 깜짝 놀라서 뛰어가는 저를 보며 웃던 현지 택시 기사분들의 표정과 더운 공기, 그때의 분위기만큼은 아직도 생생해요. 정말 아프리카 여행이 시작된 거죠! 탄자니아 잔지바르-잠비아-보츠와나-나미비아-남아공의 순서대로 이어질 긴 여행기 기대해주세요!


  • 다시 읽었던 책, <땅콩일기>

저는 최근 성수에 있는 작은 서점 ‘낫저스트북스’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에서 사장님의 에세이, <뜻밖의 삶, 위로하는 책>을 구매했고 최근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사장님은 더디게 읽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어렵고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한 패이지 한 문단 한 문장을 읽고도 떠오르는 생각이 많고 찾아보고 싶은 자료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하면서요. 이 문장을 읽는데 책이 하나 떠올랐어요. 제가 유독 더디게 읽은 책이 있는데, 그걸 다시 펼쳐봐야겠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의 책은 <땅콩일기>입니다.

출처: 알라딘 홈페이지
출처: 알라딘 홈페이지

그래… 몇 개든, 이런 걸 꼭 가지고 있어야 해. 삶의 깨끗한 조약돌 같은 것들을.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해. - 조약돌 같은 것

<땅콩일기> 조약돌 같은 것 中

여러분도 인스타그램을 하다가 한번씩은 쩡찌 작가님의 인스타툰을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첫 책이 나오기 전에 저도 이미 작가님의 인스타를 팔로우하며 연재 중인 만화를 따라 읽고는 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1판 1쇄 때 구매했었네요. 다시 읽으려고 찾은 책은 제법 바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책은 다 읽지도 않았었는데요. 책갈피가 가리키고 있는 페이지를 펼쳤더니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갑자기 생각할 게 많아져서 울며 겨자 먹기로 생각하다가 생각을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의 대부분을 걱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땅콩일기>  생각지도 못한 정체  

멈춰 있는 페이지는 1부 ‘생각지도 못한 정체’였습니다. 저는 늘 고민이 앞서는 사람인데요. 이것에 대해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 적도 여러 번 있고 제 스스로도 문제의 답을 잘 알고 있어요. 일단 고민을 멈춰야 한다는 걸요. 하지만 이게 본능에 깊이 자리 잡은 탓인지 쉽게 떨쳐내지는 못 하더라고요. 최근에도 걱정이 많아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 글쎄, 책갈피 해둔 페이지에서 작가님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 뭐예요.

이 페이지를 읽다가 공감이 너무 되어서 똑같은 페이지만 계속 읽고 있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옛날에도 이러다가 완독에 실패했었나봐요. 자꾸 읽었던 문장을 또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 많아 읽던 걸 멈춰야만 하는 부분이 자꾸 생겼습니다. 그만큼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는 뜻이겠지요. 그래서 레터를 준비하면서 조금 더 읽어보았습니다.

 

지난 며칠간 나는 전혀 괜찮지 않았다. (…) 슬픔으로 나는 마음의 모든 깨끗한 조약돌들을 꺼내어 씻으며 그래도 먹었고, 그래도 썼고, 그래도 그렸고, 그래도 사랑했다. (…) 나는, 내일도 그래도 그려야지. 그래도 사랑해야지. 오늘 같은 날들을 주워 담으며 살아 있어야지.

<땅콩일기> 그래도 中

아무래도 이 문장들이 가장 기억에 남더라고요. 최근 걱정이 많아 걱정을 많이 했다고 했었죠. 여러모로 뒤죽박죽인 채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이 부분이 또 무척 공감이 되더라고요. 지금껏 모아온 좋은 기억들을 조약돌에 비유하여 그것을 슬픔으로 닦는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니 저도 그렇게 뽀득뽀득 머릿 속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좋았던 기억은 제가 ‘기억해야지’ 해서 기억하게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어느새 나도 모르게 병 하나를 채우고 있고, 어느새 발에 치일만큼 바닥을 굴러다니고 있더라고요. 그러다 정신 차리고 보니 돌멩이들로 가득 차버린 몽돌해변만큼 좋은 기억으로 가득 차는 때가 오겠죠? 여러분도 마음속에 몽돌해변 하나씩은 갖고 계시길 바라요. 그 크기가 어떻든 가만히 앉아 파도가 돌들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있다보면 마음이 편해지니까요.

페블스는 다양한 취미나 취향 등을 조약돌에 비유하여 모으고 닦아 보여주는 것을 레터를 쓰는 일에 비유해왔습니다. 저희 4명의 이야기에서 다양한 취향들이 보이고 있을까요? 언제나 여러분의 조약돌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다음 조약돌을 들고 찾아 뵐게요 :)


➡큐리어스

페블스와 이야기해요 💬

➡구글폼

여러분의 조약돌을 기다리고 있어요 💌

 


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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