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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상실을 딛고 나아가기 : 스즈메의 문단속
주민 / 다시 읽었던 책 1
- 상실을 딛고 나아가기 : 스즈메의 문단속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드디어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챕터, <스즈메의 문단속>*입니다.
*이하 <스즈메>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나타나듯 극중 ‘문’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재앙이 닥칠 곳에 등장해 가시화된 재앙인 ‘미미즈’가 저 세계로부터 현 세계로 넘어올 수 있도록 하는 매개이거든요. 그래서 이 문을 닫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토지시’가 존재하고요. 주인공인 ‘소타’가 바로 이 가업을 잇고 있는 토지시 중 한 명이에요. 한편, 또 다른 주인공 '스즈메'는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자입니다. 이에 어린 시절 자신이 초원에서 어머니를 찾는 꿈을 꾸지만 깬 후에는 기시감만 남아있을 뿐이죠. 그러던 중 우연히 소타를 만나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또 한 번 느끼고, 이후 미미즈를 막기 위해 함께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그렇다면,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은 소타인데, 왜 <소타의 문단속>이 아닌 <스즈메의 문단속>일까요? 그것은 결정적인 순간에 문을 닫고, 소타를 구하게 되는 이가 바로 스즈메이기 때문입니다. 타키가 미츠하를, 호다카가 히나를 구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스즈메가 소타를 구하게 되거든요. 결말에서 스즈메는 다이진 대신 꼼짝없이 요석이 되어버릴 상황에 처한 소타를 구하고, 또 꿈에서만 희미하게 보아왔던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도 손을 내밀 수 있게 됩니다.
<스즈메>는 전작들과 주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먼저, <너의 이름은>과는 잊혀진 재난을 공유합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이토모리 마을 사람들과 타키는 이전에 있었던 재난을 잊고 있었고, 그로 인해 재난에 대비하지 못했었다면 <스즈메>에서도 문은 지진이 일어난 후 잊혀진 폐허에서만 등장하거든요. 한편 <날씨의 아이>와는 단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코드를 공유하고 있죠. 이상기후를 멈추기 위해 제물이 될 운명이었던 히나처럼, 다이진이 요석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상황에서 미미즈를 막으려면 소타가 요석이 되어야 했으니까요.
차이가 있다면 두 작품과 달리 <스즈메> 속 재난은 실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앞서 공유한 주제에서 더 나아가 ‘상실을 딛고 극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더욱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있어요.
작중 배경으로 등장하는 지역들은 모두 실제로 재난이 일어났던 곳들입니다. 구마모토 지진의 영향을 받았던 미야자키 현, 산사태가 일어났던 에히메현, 효고 현 남부 지진의 피해 지역인 고베시, 관동대지진이 일어났던 도쿄와, 동일본 대지진(도호쿠 대지진)의 피해지이자 스즈메의 고향인 이와테현까지.
이렇게 각지에서 문단속을 하던 스즈메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데요. 특히 에히메현에서 만난 치카와 고베에서 만난 루미를 주목할 만합니다. 두 사람은 모두 재해의 피해자지만 상당히 밝은 모습을 하고 있거든요. 감독은 이들이 어두운 시간을 거쳐 회복에 이른 상태인 인물들이라며 비슷한 상처를 간직한 스즈메가 회복탄력성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길 바랐다고 밝혔습니다. 아무리 힘든 일을 겪어도 언젠간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위해서요. 그러니 그들의 모습은 스즈메의 미래이기도 하다고요. 아마 비슷한 상처를 지니고 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이 점이었겠죠.
재해의 피해자들처럼 사랑한 것을 영원히 잃어본 적은 아직 없는 것 같아요. 혹은 있었지만 잊어버렸을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일상적 상실에 그칠 수 밖에 없어요, 비할 수는 없겠지만 상실의 두려움과 아픔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일상적 헤어짐과 영원한 상실은 재회까지 걸리는 시간에만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것에 뿌리를 두고 있잖아요. 머리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란걸 알아도, 당시에는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이전엔 그런 상실을 두려워하기만 했는데, 이제는 그렇기에 더더욱 현재에 충실하려고 해요. 상실이 두려워 후회를 남기기 보단, 현재 사랑하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는 편을 선택하기로 했거든요. 물론 살아가다 보면 이 다짐을 종종 잊어버리곤 하지만요.
- 다시 읽었던 책,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
여러분은 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 걸 좋아하시나요? 오래 전의 레터에서도 한 번 말했던 적이 있지만, 저 같은 경우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을 왜 시간을 들여 다시 읽지?’라고 생각해왔거든요. 그런데 요즘 들어 책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재미있던 그 부분을 다시 읽고 싶어서 책장을 뒤지기 시작했어요. 이 습관을 조금 유지해보고 싶어서 레터를 통해 여러분과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이번에 다시 꺼낸 책은 안전가옥에서 출간한 심너울 작가님의 첫 번째 단편집 <땡스 갓, 잇츠 프라이데이>입니다. 최근에 이 책의 광고를 인스타그램에서 봤어요. 책 내용의 일부분을 읽을 수 있게 보여주는 광고였는데, 그걸 읽고 나니 옛날에 이 단편집을 참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자꾸 떠오르더라고요. 광고에 나왔던 내용은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였어서 먼저 이 단편도 읽고, 개인적으로 여운이 길었던 <정적>도 골라 읽었답니다.
1.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책을 펼쳐서 딱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 제목을 읽는데 벌써 제가 웃고 있는 거예요. 제가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단편이라 이걸 또 읽을 생각에 웃음이 자꾸 나오더라고요.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제가 경의중앙선을 타고 다니기 때문입니다. 경의중앙선의 저주는 진짜 있거든요.
자주 타고 다니는 분들은 아실 거예요. 종착역에 가까이 살수록 더 체감을 하죠. 경의중앙선은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늦어집니다. 저와 친구들은 매일 같은 이유로 단체방에 화를 내고는 해요. 오늘은 몇 분 늦었더라, 또 여기서 다른 열차를 먼저 보낸다 등. 지켜지지 않는 열차 시간표는 이미 일상의 일부로 받아들인지 오래였기에 이 사실 자체에 별 감흥이 없이 살아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걸 소재로 작가님이 너무 재밌게 글을 쓰신 거예요!
작품 속 백마역에 있는 사람들은 연착된 열차를 기다리다가 부랑자가 되고 말아요. 그들은 좀비처럼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기괴하고 반복되는 소리를 내죠. 주인공도 연착을 이기지 못하고 부랑자가 되고 만걸까요? 그곳에서 그는 무엇을 마주치게 될까요?
2. 정적
<정적>은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를 다 읽고 책을 덮으려던 찰나에 제 눈길을 붙잡았습니다. 분명히 읽고 싶었던 것도, 깔깔 웃으며 방금 다 읽은 것도 <경의중앙선에서 마주치다>이니 이제 책을 책장에 다시 넣으면 끝인데 ‘나는 안 읽냐’며 저를 빤히 쳐다보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읽었습니다.
<정적>은 저의 어떠한 욕망을 건드렸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나와는 다른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주제가 주어졌을 때 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에 관심이 많거든요. 이러한 각자의 배경에 가장 쉽고 크게 영향을 주는 게 언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면 더 많은 언어를 배워야한다는 걸 느꼈고요. 저는 수어도 배울 수 있는 많은 언어들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는 했어요. 언어를 전공하면서는 그런 생각이 강해졌고요. 이 작품은 그 지점 어딘가를 건드렸어요.
<정적>에서 주인공은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말이 안 통하니까 수어를 배우기 시작합니다. 어떠한 도덕적 의식이 높았다거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해를 위한다는 명분도 아니예요. 그냥 수어로 소통하는 이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게 싫어서, 좋아하는 사람과 더 편하게 의사소통하고 싶어서가 전부였죠. 작품을 다 읽고 나니 저도 배우고 싶더라고요. 언제 어디에서 영어를, 일본어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만날지 모르니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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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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