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기분 좋은 연휴 보내시길 바라며
뉴스레터 시작합니다🎑
Mon
민짱 / 안 뛸 거야?
제토 / 사소하고 오래된
Thu
주민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동물들의 이상도시 (3)
온다 /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동물들의 이상도시 (3)
저번 레터를 통해 알려드린 <주토피아>의 기후와 지형 이야기는 어땠나요? ‘오, 이런 식으로 영화를 봤어?’ 혹은 ‘이래서 이런 장면이 있는거구나!’라고 생각하셨다면 저는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는 보는 사람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는, <주토피아>의 함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 작품은 ‘편견’에 대해 말합니다. 이 세계에는 포식자와 피식자에 대한 편견이 존재해요. 그중에서도 다른 종의 동물들과 만날 일이 없는 시골 지역에서 편견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요. 토끼인 주디의 부모님은 특히 여우가 교활하니 조심하라고 경고하기도 했었죠. 닉과 주디의 첫 만남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이들의 사이를 관통하는 대사도 기억하시나요? 바로 ”교활한 여우, 멍청한 토끼(Sly fox, and dumb bunny)”였어요. 주인공 주디와 닉이 토끼와 여우인만큼 이들은 각각 피식자와 포식자를 대변하며 이들이 겪어왔던 포식자/피식자에 관한 사회적 관습과 그로 인한 편견들에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주디가 고향에서 만나는 첫 번째 나쁜(?) 포식자는 여우인 기디온 그레이입니다. 공교롭게도 기디온 그레이는 성격이 괴팍하고 피식자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했어요. 주디가 초식동물 친구들의 티켓을 기디온으로부터 되찾아주던 장면이 초반에 있었죠. 기디온 그레이에 맞선 경험은 주디가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포식자 여우에 대한 편견을 견고하게 하는 버튼 중 하나의 역할을 했을 겁니다. 주디가 떠날 때 훕스 부부가 경고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토끼 마을에서 여우에 대한 편견은 엄청 오래도록 이어져 왔습니다. 훕스 부부의 걱정에서만 그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들이 주디에게 포식자에 대해 주의를 주는 것은 근원적으로 본인이 경험하지 않은 것(다운타운(도시), 다른 종들과의 생활, 이방인의 삶 등)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지, 포식자에 대한 겁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편견‘을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한 것은 바로 이들이 내민 호신용품들입니다. 그것도 여우가 타깃인 호신용품이, 컨버스 가방 하나가 제법 빵빵해질 정도로 종류도 다양했어요. 이 상품들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여우의 교활함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팽배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뿌리 깊은 관습이 있었기에 누군가는 여우 퇴치 호신용품이 잘 팔릴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던 거죠. 이 상품들을 통해 <주토피아> 속 사회가 하나의 편견에 얼마나 오랫동안 지배되어 왔는지를 눈치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아까 기디온 그레이가 편견을 견고하게 하는 버튼 중 ’하나‘의 역할을 했을 거라고 말했는데요. 그 아이를 여럿 중 하나로 표현한 것은 주디가 편견이 만연한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버튼이 눌린 적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쌓이고 쌓인 편견은 주디가 여우 퇴치 스프레이를 항상 갖고 다니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 스프레이가 주디의 기저에 깔린 편견을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디가 마주친 두 번째 나쁜(?) 여우인 닉은 포식자로서 어떤 삶을 살아왔었나요? 저는 닉이 편견에 반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이 세계에서 여우는 포식자 중에서도 평가가 가장 안 좋은 동물 종입니다. 앞서 언급한 호신용품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여우에 대한 편견과 소문은 토끼들에게만 전해져온 것이 아니더라고요. <주토피아> 속 모든 동물이 여우를 차별하는 것은 점보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코끼리들이 닉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죠. 여우는 교활하고 사기를 잘 치는 동물 종이라고 잘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닉은 어릴 때 이런 편견의 벽에 크게 부딪히게 되는데요. 천진난만한 시절에 스카우트를 하고 싶어 지원했다가, 언제 공격성을 띨지 모른다는 이유로 다른 동물종 친구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합니다. 이 사건을 겪은 뒤로 편견을 대하는 닉의 태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다른 이들이 나를 교활한 여우로 본다면 나는 교활한 여우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닉이 주디를 처음 만났을 때 하는 말이 제가 초반에 언급한 ”교활한 여우, 멍청한 토끼(Sly fox, and dumb bunny)“인데요. 스스로를 교활하다고 말하며 사기를 치고 다니고 다른 동물 종에게 배타적으로 대하는 태도는 편견이 만들어낸 닉의 방어기제라고 생각했어요.
<주토피아>의 편견 이야기는 닉과 주디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개인의 이야기에서 더 확장해 사회 전반에 만연한 편견을 드러내요. 그리고 다시 개인으로 돌아오죠. 이성을 쉽게 잃고 야생성을 띨 수 있다는 포식자에 대한 편견, 이것을 정치적 용도로 이용해서 지배 세력을 구축하려던 일부 피식자들의 이야기는 다시 닉과 주디에게로, 특히 닉에게로 전환됩니다. 여우 스프레이를 쓸 정도로 피식자만 보면 공격성을 띠려는 여우는 없다는 것, 여우도 번듯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 어쩌면 여우의 고정적인 사기꾼 이미지는 사회가 만들어 낸 틀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 개인으로서 사회의 문제를 바라보고, 당사자로서 문제들에 대처하고, 또 바뀌어 나가는 사회에 동참하는 모든 행위가 영화의 기승전결에 녹아있습니다. 작품의 서사에 녹아들어서 또 다른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생각해 볼 질문들을 던져주죠. 이러한 이유로 저는 <주토피아>를 가장 좋아합니다.
사실 <주토피아>는 제가 레터를 통해서 전해드리는 이야기보다 더 많은 것들을 품고 있어요. 저는 그중에서 제가 관심을 가졌던 몇 가지를 살짝 소개하는 것에 불가합니다. 여러분이 제 이야기를 듣고 <주토피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준다면, 그것으로 저는 큰 만족을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저는 ‘어쩌다 좋아하게 된 ㅇㅇㅇ’ 다음 시리즈로 돌아오겠습니다.
-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저의 첫 외국어는 아주 평범하게도 ‘영어’였어요. 영어에 대한 첫 기억으로 추정되는 것은 두 가지인데, 어느 것이 먼저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첫 번째 기억은 온갖 외국어의 집합지, 공항에서 시작해요. 아버지의 출장을 종종 따라다니던 꼬마가 어느새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후, 또래로 보이는 외국인 친구들에게 “What’s your name?” 이라든지, “How old are you?” 같은 짧은 회화로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한 거죠. 할 수 있는 말이 별로 없어 대화가 이어지지 못했을 텐데도 자주 먼저 가서 말을 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째 기억은 코엑스의 나이키 매장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쇼핑에 흥미가 없었던 어린 제가 매장 의자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옆에 앉아 신발을 고르던 키 큰 흑인 아저씨에게 말을 걸었거든요. 그는 겁도 없이 영어로 말을 거는 아이가 기특했는지 혹은 신기했는지 제게 "어떤 신발이 더 괜찮아 보이니?" 따위의 질문을 하며 대화를 이어가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떠났습니다. 생각해보면, 지금보다도 더 스몰톡을 잘하지 않았나 싶어요. 여기까지가 제가 떠올리는 영어에 대한 첫 기억이에요. 영어에 대한 흥미를 그래프로 그린다면 그 시작점이 되는 곳들이요.
급격한 그래프의 상승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이루어졌습니다. 흔히들 팝송이라고 부르던, 빌보드 뮤직에 아주 푹 빠져 있었거든요. 당시 학원에서는 온라인 숙제를 내주었었는데, 숙제하면서 꼬박꼬박 빌보드 차트를 훑어보고, 유튜브로 노래를 듣는 것이 제 루틴이었어요. 동시에 저의 유일한 ‘딴짓’이기도 했는데, 덕분에 부모님께 몇 번이나 혼나고는 했습니다. 해당 시기였던 2011-2013년도는 지금까지도 활동하는 쟁쟁한 가수들이 빛을 보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틴에이저들의 우상이었던 원디렉션, 테일러 스위프트, 저스틴 비버는 물론이고, 마룬파이브, 제이슨 므라즈, 브루노 마스와 아델 등 빌보드 차트에 올라온 곡이라면 가리지 않고 모두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 중 몇몇 가수의 앨범을 사기도 했는데, 제이슨 므라즈의 <We sing, We dance, We still Things>, 마룬파이브의 <Overexposed>, 칼리 레이 젭슨의 <KISS> 앨범은 아직까지도 소장 중이에요. 지금이야 예쁜 모양의 CD 플레이어가 많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카세트를 이용해 들어야만 했는데요. 그래서 카세트 소리를 가장 작게 줄이거나, 혹은 이어폰을 꽂아 숙제 중에 몰래 듣고는 했습니다. 노래를 듣고 난 후에는 가사집을 보거나, 인터넷에서 가사를 검색해 해석본과 함께 뽑아두었어요. 특히나 좋아했던 칼리 레이 젭슨의 경우 가사 해석이 잘 나오지 않아 KISS 앨범 전곡의 가사를 해석해 블로그에 올리는 열정까지 보였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사를 외우며 알게 된 단어나 표현도 꽤 있었어요. 마룬파이브의 Payphone에 나오는 ‘paralyzed(마비된)’ 이나 뮤즈의 Time is running out의 ‘bury(묻다)’ 같은 것들이요. 테일러 스위프트의 Red에서 등장하는 ‘Like the colors in autumn so bright, just before they lose it all (가을의 색이 모든 것을 잃기 전에 가장 밝은 것처럼)’은 아직까지도 가장 좋아하는 표현의 가사이고요.
당시 들었던 노래 중 좋아했던 노래들을 아래 소개합니다.
이렇게 저는 영어를 자연스레 접했고, 그렇기에 고만고만한 또래들 사이에서는 꽤 잘하는 편에 속했던 것 같아요. 그러나 대한민국의 여느 학생들이 그렇듯 입시 위주의 공부가 주가 되며 영어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져 갔습니다. 특히 저는 문법에 약했거든요. (모든 언어의 이론적 문법에 약합니다! 심지어는 국어까지도) 분명 to 부정사니, To~too~ 용법이니 하는 것들을 배웠는데 막상 텍스트를 볼 때는 잘 적용되지 않더라고요. 초등학생 때부터 쭈욱 고치지 못한 습관 중 하나가 문법 문제를 감으로 푸는 것이었는데, 수능 때마저도 이런 식으로 문제를 풀이했으니 말 다 했죠. 이런 식으로 학교와 학원에서 특정한 성취를 위해 영어를 배우게 되며, 영어는 이전보다 재미없는 것이 되어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대학에 입학하고 난 후, 필수 교양으로 듣게 된 ‘대학 영어’ 수업이 말하기 위주의 수업으로 이루어지며 다시 재미를 붙였어요. 영어를 잘하는 동문들을 보며 ‘나도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고요. 무엇보다 비교적 복잡한 로망스어를 전공하게 되니, 성-수 변화도, 단복수형도 간단한 영어가 ‘다시보니 선녀’처럼 보였기에…. 조금이나마 영어가 편해진 것도 있고요.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벌써 10년 이상 함께해 온 영어는 앞으로도 제1외국어의 자리를 공고히 지키고 있을 것 같습니다.
피드백 남기기⬇
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