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bbles | 9월호] 🙋🏻‍♀️: OO 좋아하는 이유 있어요? 🙅🏻‍♂️: 아니요 없어요. 🙋🏻‍♀️: 있었는데? 🤦🏻‍♂️:없어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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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동물들의 이상도시 (1)
온다 / [Loving things] 바다와 파도

이번에 이어나갈 시리즈는 ”어쩌다 좋아하게 된 ㅇㅇㅇ“으로 이름 붙여보았어요. ’어쩌다‘를 통해 문장에 두 가지 의미를 담았습니다. 하나는 ’어쩌다‘보니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다른 하나는 ’어쩌다‘ 빠져 있는건지 그 이유들을 생각해볼 것임을 뜻합니다. 첫 번째로 소개해드릴 어쩌다 좋아하게 된 무언가는 바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입니다.

제가 페블스 첫 레터에서 <주토피아>를 처음으로 여러 번 돌려본 영화라고 살짝 소개해드린 적이 있죠. 사실 제가 처음 이 영화를 본 경로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주토피아>가 저의 소장욕을 처음으로 불러일으킨 영화라는 것은 확실히 기억합니다. 보통 당시 저에게 영화 감상은 영화관에서 보거나 TV 영화 채널에서 틀어주는 것을 지나가다가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OTT 시장이 활발하던 때는 아니였기 때문에 저는 봤던 영화를 또 보는 건 상영종료 전까지 영화관을 찾는 방법 말고는 TV 붙들고 있으면서 매체에 공개해주기를 기다리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러다가 네이버 시리즈를 통해 영화 파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구매 가능한 번들에는 영화의 자막판과 더빙판, 그리고 제작비화를 다루는 부가영상도 함께 포함되어 있었어요. 주토피아의 세계관을 너무 좋아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제작진들의 인터뷰를 엿볼 수 있는 부가영상은 저의 소장욕을 충분히 돋구었죠. 구매한 뒤로는, 보고싶을 때마다 클릭 몇 번만 하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이 <주토피아>에 더 큰 애정을 갖는 데 영향을 주었고, 저는 스스로의 ‘소장’하려는 욕구와 처음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정말 좋아하게 되고, 분석을 하기 시작했죠.

초반 최애와 관련해 쓴 레터에서 영화 속 최애를 아직도 정하지 못했다고 이야기했었어요. 저는 영화와 같은 컨텐츠를 즐길 때 서사, 내포하고 있는 의의, 등장인물들이 상징하는 바 등에 대해 생각하면서 읽고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보니 제 덕질의 목적어는 ‘등장인물’이 아닌 ‘작품’ 그 자체가 되고는 하죠. <주토피아>가 특히 그런 저의 덕질 성향이 잘 드러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동물들이 현실에서 살아가는 자연을 최대한 담아내면서 창의력을 펼친 공간 배경, 등장동물(?)의 특징과 습성이 상징하는 인간의 모습, 서사 내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편견에 대해 생각해볼 질문 등 영화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영상을 보는 내내 감탄하고 추측하고 깊게 생각하게 만들더라고요. 제가 특히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진 것은 ’동물마다 각기 다른 습성과 환경’과 ‘편견과 차별’을 표현하는 방법이었어요. 예를 들어, 운전기사였던 만차스는 습한 산림 지역에 사는 재규어의 습성을 그대로 가져와 열대 우림 지역의 나무 집에 살고 있는 것이 영화 중에 나옵니다. 또 다른 예로, 모두가 입을 모아 절대 맹수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수달도 맹수처럼 이를 드러내고 다른 동물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포식자와 피식자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경계를 흐리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죠. 이때 이 경계를 흐리려고 한 이유는 뭘까요? 포식자와 피식자가 무엇을 의미할까요? 궁금해지지 않나요? 이러한 질문들을 바탕으로 제가 좋아하는 <주토피아>의 요모조모를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려고 합니다. 사심을 담아, 더 자세히 다루고 싶은 욕심이 있기에 다음 레터에서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늘 1-2개의 문장으로 만든 서문만 사용해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형식의 글을 써왔는데요. 이번 시리즈에는 이야기 전개에 앞서 시리즈의 이름에 대한 설명을 서문에 넣어보았습니다. 조금 더 친절하고 가까워지려는 시도였는데, 여러분은 어떤 식의 글이 더 읽기 편하신가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하고 있으니 편하게 넣어주세요 😉

안녕하세요, 여러분 온다예요.🌊

[다합에왔다합]을 쓰면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행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에서는 생각의 파편들과 인사이트를 주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 해보았는데요. 모두 좋아하는 것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긴 하지만, 조금 더 세세한 이유와 애정을 담은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페블스를 시작한 이유도 하나의 명사가 좋은 이유에 대해 나열하며 서로 다른 취향을 이야기하고, 비슷한 이들과는 공감을, 다른 이들과는 이해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만들게 되었던 것이었거든요. 그래서 Onda의 Loving Things를 시작합니다. 평소라면 ‘그냥’ 좋아한다고 얼버무렸을 것들에 대해 생각하며 이유를 써 내려가 보려고요. 오늘의 Loving Things는 바다와 파도입니다.

"바다를 좋아해."라고 당당하게 말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나 산과 바다 둘 중 하나를 골라보라는 흔한 질문에는 산을 고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항상 바다를 골라왔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래 좋아했던 것만은 확실해요. 바다라고는 코빼기도 볼 수 없는 내륙에서만 살아온 데다, 바다를 보면 달려가 뛰어드는 사람도 아니었기에 바다를 좋아한다고 단언한 적이 없었을 뿐. 언제나 바다를 품고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방 안에도 파도가 치는 패브릭 포스터가 걸려 있습니다. 한평생을 내륙에서만 살아왔으니 가장 가까운 곳에 바다의 흔적이라도 옮겨 둔 것이죠. 그래서였을까요? 어디에서 살아갈지를 제 손으로 직접 정할 수 있었을 때 결국 진짜 바다를 앞에 두게 된 것은. 좋아하는 이유를 얼버무리지 않을 만큼확신을 얻은 것도 이때였던 것 같습니다. 일 년 반 동안 살아갈 두 개의 도시를 고를 때 다른 여러 가지 기준 중에서도 가장 중요했던 것이 바로 ‘바다가 가깝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일 것’이었거든요. 그렇게 리스본과 본머스를, 그리고 다합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었고요. 좋아하는 다른 도시인 포르투도, 니스도, 잔지바르의 파제도 모두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인 걸 보면 바다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강릉과 양양, 그리고 경주를 선호했어요. 모두 동해에 위치한 걸 보면 특히 바다의 푸르름을 좋아하는 듯 합니다. 그렇지만 가끔은 경기도에서 가장 가까운 바다를 보기 위해 오이도에 가기도 하니, 이왕이면 푸른 바다를 좋아하는 거지 역시 바다라면 좋아하고 보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역마다 달라지는 물의 색을 관찰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입니다. 바다의 색은 깊이에도 영향을 받지만, 수중환경도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같은 깊이더라도 수면 아래 산호가 위치하면 짙은 파란색을, 모래가 위치하면 밝은색을 띕니다. 그 외의 부차적인 이유가 합해져 연한 초록색부터 진한 남색까지 다채로운 푸름을 직관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 카프리섬의 쪽빛, 남프랑스의 맑은 청록빛, 잔지바르의 에메랄드빛, 홍해의 투명하고 푸른 빛. 언젠가 찍은 사진들을 모아 바다색으로만 하나의 팔레트를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또, 투명함과 질감 그리고 바다의 깊이는 반비례하기에 카프리섬으로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먼바다 같은 경우 질감이 무척이나 무거워져서 개중에는 마치 물결이 부드러운 벨벳처럼 보이는 곳도 있습니다. 미술에 조금만 더 조예가 있었다면 기어이 직접 만들어 내고야 말았을 텐데, 아쉬운 일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책 구절이 뭐야?”라고 누군가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이었다.”라는 문장이라고 답합니다.
찬 공기가 불어오는 바다를 볼 때마다 한 번쯤 곱씹게 되어요. 이 문장으로 인해 저는 바다만큼은 아니더라도 종종 파도를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사진을 찍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이 담은 피사체 역시 파도예요. 해안 도시로 여행 갈 때면 습관처럼 바다를 찾아 파도를 담고는 합니다. 스페인 말라가에서는 2월의 바다에 발을 담근 채 한 시간이 넘도록 파도를 찍기도 했어요. 예전에 보았던 예진문의 ‘꿈결 같던 파도’를 생각하며. 저만의 꿈결 같은 파도를 찾아서.

그렇게 찰나에 포착된 파도는 다양한 질감을 갖습니다. 굽어지는 경사면의 매끈함. 실제로는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뿐 매끈하지는 않지만, 마치 구름을 보면 습관적으로 솜사탕 같은 질감이지 않을까 상상하는 것과 같은 종류인 것 같습니다. 생각처럼 만져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눈으로는 그 촉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서핑할 때는 왜인지 그 느낌이 맞는 것도 같아요. 상상한 것만큼 매끈한 파도가 보드를 받친 채 앞으로 저를 데려다주고는 하니까요. 높은 높이에서 부서지는 파도는 산산이 조각나는 유리처럼 보이는가 하면, 낮은 곳에서 부서지는 파도는 마치 우유 거품과 같이 느껴집니다.

사실 제 이름, Onda 역시 파도라는 뜻의 포르투갈어인데요. 언젠가부터 삶이 파도와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파도는 그 안보다 밖이 더 치열하고, 인력이 있는 한 끝없이 이어지고, 때로 담대하고 빠르다가도 잔잔하고 느긋한 기분을 주기도 해서요. 그래서 저와 저의 삶이 끝없는 파도를 닮았으면 하는 마음에 Onda sem fim(끝없는 파도)을 몇몇 소셜미디어의 아이디나 제목으로 쓰게 되면서, 페블스의 온다도 온다가 되었습니다. 
이상 페블스의 파도, 온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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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