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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안 뛸 거야?
제토 / 사소하고 오래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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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동물들의 이상도시 (2)
온다 /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 어쩌다 좋아하게 된 동물들의 이상도시 (2)
제가 <주토피아>에서 가장 크게 관심을 가졌던 것을 ‘동물마다 각기 다른 습성과 환경’, 그리고 ‘편견과 차별‘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했죠. 오늘은 우선 주토피아의 기후와 환경 디테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여러분은 중학생 때 좋아하는 과목이 뭐였나요? 저는 체육을 빼면 사회였는데요. 사회시간에 배우는 부분 중에서도 기후와 지형을 배우는 단원을 가장 좋아했었어요. 그래서 수능 선택 과목도 지리지리(한국지리와 세계지리)였답니다. 이 과목에서 배운 쾨펜의 기후 구분을 비롯한 지형적 특징을 주토피아에 적용하면서 보는 게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배운 걸 적용한다고 해서 제가 정말 디테일하게 하나하나를 비교할 정도로 분석에 매진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가볍게 읽어주세요 :)
<주토피아>에는 모든 동물종이 모여 이룬 대도시인 주토피아 시티를 중심으로 해서 주변이 열대 기후, 건조 기후, 냉/한대 기후 등을 바탕으로 한 지역들로 나눠져 있어요. 이러한 장면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주디가 기차를 타고 다운타운으로 향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Try Everything을 들려주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환경을 보여주죠. 지금 글을 쓰면서는 비가 내리는 우림 지역을 신기하다는듯이 쳐다보는 주디가 생각나네요. 이 장면에 나온 비는 지구의 열대 우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콜’을 표현했다고 생각을 했어요. ‘스콜을 이렇게 보여주는구나!’하고 즐겁게 감탄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자연주의 클럽이 있는 사막 기후의 사하라 광장, 주디와 닉이 미스터 빅에게 잡혀 얼음물에 담궈질 뻔 했던 장면의 배경이 된 냉/한대 기후 지역의 툰드라 타운 등이 있었습니다.
이 중에서 툰드라 타운과 사하라 광장을 함께 들여다보면 은근 재미가 또 있는데요. 주디가 기차를 타고 주토피아로 향할 때 툰드라 타운과 사하라 광장을 잇는 경계를 볼 수 있어요. 이 장면에서 저는 정말 놀랐던 게, 에어컨의 작동 방법을 너무 기가 막히게 활용했더라고요. 이 경계가 큰 장벽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게 에어컨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어요. 툰드라 타운 방향으로는 강한 냉방이 이뤄지고 있고, 그 너머 사하라 광장 방향으로는 엄청난 열기가 땅을 덥힙니다. 가장 더운 지역과 가장 추운 지역이 어떻게 바로 옆에 있는건지 궁금했었는데 이 장면을 통해서 그 궁금증이 바로 풀렸어요. 단적으로 말하자면, 지구에서는 위도가 하는 역할을 주토피아에서는 냉난방 기계가 대신 하는 셈인거예요. 냉난방 시스템을 통해 주토피아 시티의 발전된 문명을 보여주면서도 동시에 기후적 특징을 드러낸 것이 무척 재미있었습니다.
사하라 광장은 주디가 굉장히 부끄러워하며 방문했던 자연주의 클럽이 위치해있는 곳인데요. 사막 기후를 상징하는 지역답게 모래 언덕은 물론 모래에 의헤 깎인 암석들의 모습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럽이 위치한 곳도 살펴보면 재미있는데요. 이 장면에서는 클럽의 카운터를 꾸미고 있는 이쁜 면직물이나 장식들로도 해당 기후 지역의 문화까지 엿볼 수 있죠. 제가 위치에 집중한 이유는, 이 건물이 있는 곳이 바로 오아시스거든요. 지구에서도 사막 기후 지역은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사람들이 살아가고, 문명이 발생합니다. 이걸 주토피아에서도 클럽 유치를 통해 반영한 거예요. 기후 환경에 따른 문명의 발생을 드러내는 방식이 너무 재치있지 않나요?
툰드라 타운은 이름과는 다르게 눈이 항상 높게 쌓여있는 지역이죠. 쾨펜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툰드라 기후 지역은 식생이 잘 자라나지 않는 한랭한 지역을 말해요. 낮은 기온 때문에 이끼류 등만 겨우 자라고 적막하다고 하죠. 이 특징을 그나마 보여주고 있는 게 클리프사이드 정신병동이 포함된 장면들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절벽의 끝에 위치한, 라이언하트 시장이 사나워진 동물들을 가뒀던 폐병동인데요. 여기로 이동하는 장면에서 카메라가 원경으로 풍경을 보여주면서 건물로 시선 이동을 하는데, 이때의 찻길이 굉장히 긴 절벽을 지나는 것을 보여줍니다. 습하고 스산해보이죠. 실제로 툰드라 기후 지역은 강수량이 많은 편은 아니나 증발량이 많지 않아 습한 특징을 띠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장면에서 툰드라 기후 지역도 생각하기도 했고 동시에 절벽을 보면서 빙하에 의해 만들어진 빙식 지형을 이런 식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보기도 했어요.
현실의 기후와 지형을 반영하면서도 주토피아만의 특별한 문명을 만들어낸 것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나요? 영화 속의 이런 시공간을 유심히 관찰해보며 분석하는 재미를 여러분도 같이 느껴봤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에 의존해서 장면을 서술하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려요. 그럼 다음에는 또 다른 주토피아의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
제목은 이보현의 에세이 <나의 외국어 당신의 모국어>에서 차용한 것임을 밝힙니다.
‘저는 언어를 전공하고 있어요’ 라고 말했을 때 사람들의 답변은 언제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전공어 해주세요.” 혹은 “와…언어 능력자시네요.” 정도에서 그치기 때문이에요. 특히 전자의 경우처럼 무턱대고 전공어를 시켜보려는 사람이 꽤 많아 다들 외워 두는 레퍼토리가 있을 정도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노래 가사를 말해주고, 또 누군가는 “나 지금 엉터리로 말하고 있는데 너는 어차피 모르지?” 하는 식의 문장을 읊어 주기도 하고요. 저 같은 경우에는 “저는 포르투갈어를 공부하고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포르투갈어를 잘 할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말하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언어과에게 “전공어 한번 말해봐!” 라고 말하는 것은 심리학과에게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고 있게?”라고 말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요. 모두가 본인의 전공에 전문이 아니듯 전공자라고 언어를 잘할 것이라는 생각은 상당한 편견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고, 또 자주 말하고는 하거든요. 우리가 0개 국어라는 것을! 그리고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는 파파고와 구글 번역기라는 것을!
그럼에도 저에게 외국어란 짝사랑 같은 존재입니다. 잘하지는 못해도 좋아하는 것이요.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는 가장 큰 열망이 있다면 아마 외국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사한 계열의 언어들을 쉽게 습득하는 외국인(특히 유럽인!)들을 보면 질투 아닌 질투를 느끼기도 할 정도로요. 그러니 잘하는 편에 속하는 일을 하다 전공으로 돌아올 때면 난감함에 가까운 감정이 종종 들고는 합니다. 전공 이야기가 나오면 ‘아무래도 전공을 잘못 선택한 것 같아요.’ 하며 웃어넘기기 일쑤이고요.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해도 좋아한다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실력이 어찌되었든 간에요. 스쳐 지나왔던 언어들을 한번 되짚어 보자면, 요즘엔 누구나 다 한다는 영어, 중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들었던 중국어, 전공어인 포르투갈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일본어, 여행자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졌을 만한 스페인어, 실제로 여행에서 귀동냥으로 배운 아랍어와 스와힐리어 정도가 있겠습니다. 본격적으로 ‘배운’ 언어부터 찍먹(?)한 언어까지 실력의 정도는 다양하지만 쓰여진 언어의 개수만 해도 벌써 일곱가지나 되네요. 여기에 프랑스어와 독일어, 마인어(말레이-인도네시아)도 한 번쯤 배워보고 싶은 언어로 생각하고 있으니 이게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무엇이겠어요?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뜻한다.’ 라고 말했던 비트겐슈타인처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더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독일 사람들이 정확하고 어쩌면 딱딱하게도 들리는 독일어를 닮았듯, 스페인 사람들이 빠르고 정열적인 스페인어를 닮았듯, 언어에는 사용자들이 살아온 시간과 사고방식이 묻어나니까요. 언어에 재능을 타고난 것도, 하나의 언어를 꾸준히 공부해 타파할 만큼 성실하지도 못하지만 이대로라면 언제까지나 외국어를 붙잡고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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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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