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좋은 한 주 보내고 계신가요?
팀 Pebbles는 각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답니다.
바쁜 일상에서도 행복한 순간을 마주치길 바라며 오늘의 레터 보내드려요💗
Mon
민짱 / 민짱은 강쥐
제토 / 낭만축구 일기장
Thu
주민 / 처음으로 영화를 돌려보았다
온다 / 주간다합
- 처음으로 영화를 돌려보았다
무언가에 깊이 몰두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우리가 흔히 오타쿠, 또는 덕후라고 말하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도, 레터에 함께하는 팀 페블도, 이 레터를 읽는 여러분도 한 부면에서는 덕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특정 한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소식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고 해당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소비 활동에 참여하고는 합니다. 이를 아우르는 말을 ‘덕질’이라고 편하게 칭하고는 하죠. 저는 이 레터를 통해 제가 직접 경험한, 혹은 들어보았던 ’덕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앞으로 여러분과 나누게 될 다양한 덕질 이야기에 앞서 제가 처음 시작한 덕질에 대해 살짝 털어놓으면서 돌멩이 하나를 주워볼까요.
여러분은 하나의 영화나 책을 여러번 다시 본 경험이 있나요? 저는 원래 그런 경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한번 쭉 읽은 책은 더 이상 펼쳐보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책을 구매하는 일과 자체는 즐겼기에 소장하게 된 책들은 제법 있었으나, 책장에서 먼지가 쌓이고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결국 버려지기 일수였죠. 영화와 같은 영상으로 다뤄지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 보고 나면 ‘아, 잘 봤다. 재밌었다.‘가 전부였어요. 작품을 감상한 뒤에 그 작품을 곱씹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만화 영화를 보게 됐어요. 교활한 토끼와 멍청한 여우가 주인공인 영화, <주토피아>입니다. 작품이 의미하는 바를 제쳐두더라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이제는 좋아하는 이유조차 퇴색되어 기억이 희미한데요. 2016년도에 개봉한 뒤로 5년 간 영화를 10번 이상 돌려보고, 대본집을 인터넷에서 찾아 북마크해두고는 종종 읽기도 했으며 고등학생 때는 세계지리 수업 시간에 주토피아의 다양한 지리적 배경을 활용하여 발표를 한 적도 있습니다. 아! 중학생 때 밴드부를 하면서 OST인 Try Everything으로 무대를 한 적도 있었네요. 당시 학교에서 좋아하는 것을 너무 티내고 다녔는지, 한 친구가 자신이 예전에 공부했던 주토피아 내용의 영어 책을 저에게 그냥 주기도 했습니다. 친구들과 가끔 대화 중 주토피아가 등장하면 어떤 장면에서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술술 풀어놓는 저를 신기하게 보던 것도 기억합니다. 최근에는 작품을 다시 돌려보지는 못했습니다만, 그래도 작년에 열린 서울일러스트페어에서 출판사가 높은 할인율에 팔고 있는 주토피아 컨셉북을 홀린 듯이 샀고 겨울에 만났던 지인에게는 주토피아 스티커 굿즈를 선물 받기도 했네요(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전해요).
보통 덕질을 하면 ‘최애’가 존재하죠. 최애가 생겼을 때에는 ‘최애를 잡았다’고 말하고는 하더라고요. 영화 같은 경우에는 최애 캐릭터나 최애 장면 등을 골라볼 수 있을 것같습니다만, 아쉽게도 <주토피아>에서는 최애를 딱 하나 꼽지 못합니다. 캐릭터도, 장면도요. 최근까지도 최애를 못 잡고 있는 것을 스스로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의 저는 최애를 잡지 않으면 덕질을 절대 시작하지 않거든요. 한 번 본 작품은 두 번 보지 않는 성향으로 10번을 넘게 봤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놀랍죠. 그렇지만 여러분, 생각을 해보면요. 작품 자체를 너무 좋아하게 되면 모든 캐릭터와 장면들이 너무 소중해진답니다. 특정 장면과 캐릭터가 아니라 약 2시간짜리의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 하나하나가 제 최애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만큼요. 그래도 <주토피아>의 최애 요소들을 쏙쏙 뽑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고민할 시간을 조금 주신다면 추후에 하나의 레터로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제 첫 덕질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분의 첫 덕질도 떠올랐을까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나요, 아니면 탈덕/휴덕을 하고 계실까요? 여러분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단의 피드백 메일을 통해 언제든지 공유해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 또한 우리가 모으고 있는 소중한 돌멩이니까요-!
- 주간다합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나이반도에 위치한 작은 해안 마을, 다합에서 안부를 전합니다.
이름도 모를 곳에 가 있구나 라고 생각 하시겠지만, 이건 여행 서가에서 살던 누군가가 7년 만에 이룬 꿈이에요. 열일곱 살 이후로 여행 수필이란 수필은 모두 읽어내며 살아왔거든요. 개중에는 세계여행자도, 순례자도, 단기 여행자도 있었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그들과 궤를 함께하고 싶었어요. 당시엔 단순히 입시에 지쳐 간접적인 해방감을 느끼기 위한 것인 줄만 알았는데, 여전한 것을 보면 저는 여행을 사랑할 운명이었나 봐요.
사랑을 확신한 것은 고작 두 달 전입니다. 유독 여행에 우여곡절이 많았어요. "사고가 생겨야 조회수가 잘 나오는 법이니 유튜버를 하시는 건 어떠세요?" 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우당탕탕이였단 말이죠. 그날도 어김없이 아침부터 ATM 틈 사이로 카드를 잃어버렸어요. 컨디션도 좋지 않아 스케줄을 망친 터라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 다음 날 샤워를 하며 제가 다음 여행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비행기 연착과 인종차별은 기본에, 폭우로 버스가 오지 않거나, 30분 동안 프랑스인에게 플러팅을 당하며 잡혀 있거나, 유지장치가 떨어진 채로 2주를 버티거나…비행기 결항으로 300유로를 날려 분노의 항의글을 쓰게 되더라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여행을 생각하고 있는 저를 보며 문득 ‘아 나 여행을 정말 사랑하는구나. 나는 평생 이렇게 살게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다합에도 그래서 왔습니다. 너무나 오고 싶었던 곳이었거든요. 여행자들의 무덤 혹은 블랙홀, 혹은 다이빙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요. 역시나 오는 길이 험난했어요. 비행기 연착으로 밀라노 공항에서만 17시간을, 샤름 엘 쉐이크에 도착해서는 철저하고 느린 입국 심사로 1시간을 넘게 기다렸어요. 10kg가 넘는 가방을 메고요. 몸무게의 1/4 정도 되는 가방을 근육 하나 없는 종이 인간이 메기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습니다. (운동을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출발지였던 리스본 공항에서는 무거워서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니까요. 그래도 나중엔 익숙해지긴 하더라고요. 그렇게 힘든 몸을 이끌고 도착하니 생각보다 기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에서는 ‘내가 꿈으로만 생각하던 걸 정말 이루러 가는구나’ 하는 생각에 벅찼음에도 불구하고요. 아주 지쳐 너덜너덜한 상태로 택시에 탔는데, 창밖으로 사막 하늘 아래 별들이 쏟아지는 풍경을 만났어요. 그 순간 ‘이래서 다합에 왔지’ 하며 잠시나마 피로는 잊고 기쁨만이 가득한 순간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도착한 첫날엔 저녁으로 찜닭을 먹고 빔프로젝터로 영화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이하 에에올-를 봤습니다. 저는 스무 살 이후로 ‘관계’에 대해 자주 생각했어요. 가장 많이 관점이 바뀐 부분이기도 합니다. 사랑이 어렵지만, 사랑받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사람들에게 만큼은 마음을 전하고 싶었고 /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으나 불안을 동반할 사랑이 두려웠어요. 그러나 모순되게도, 친구에게 사랑이 두렵다고 얘기하면서, 그래도 사랑이 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더라고요. 에에올을 보면서 다시 한번 그런 생각을 했어요. 결국은 사랑이라고요.
영화를 완벽히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유도 모른 채 많이 울었습니다. 심지어 유머를 놓지 않은 감독 탓에 웃으면서 울었어요. 그래서 좋았지만요. 멀티버스 영화가 주는 교훈은 역시 지금의 현재가 모든 불확실의 가능성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무엇이든지 될 수 있다는 것이요. 에에올에서는 그 광활한 우주를 모두 사랑이라는 답에 도달하기 위해 쓰고 있었어요. 어딘가의 나는 많은 사랑을 받아도 진실된 사랑을 놓치는가 하면, 또 어딘가에서는 정말로 미워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는 세계도 있구나. 우리는 에블린처럼 다중 우주를 겪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다정하고, 친절하고, 또 사랑할 수는 있겠죠.
영원을 믿고 싶지만 믿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영원한 사랑도, 관계도 없거나, 있더라도 붙잡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더 다정하자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원을 믿고 그저 그런 마음을 주기보다, 필멸의 순간순간에서 최선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직 너무 어려운 일이지만요. 제가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가지 못하더라도, 이 마음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이미 많은 것을 얻어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사랑의 두려움을 고백했던 친구 MJ는 제게 ‘앞으로 사랑할 것들이 두려워하지도 못할 정도로 많아졌으면’이라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여러분도 사랑으로 풍족한 삶을 살길 바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에에올의 감상평을 남기며 마무리합니다.
보면서 정신이 색종이 조각으로 터져버린다. 증식하는 조각 하나하나는 나의 부족함 속 가능성의 우주를 비춘다. 친절하자, 사랑하자, 지금 여기서.
피드백 남기기⬇
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