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재미없는 너의 세상은 흑백

아프리카 여행: 타자라 열차 / 다시 읽었던 책 4

2024.05.30 | 조회 1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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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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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

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다시 읽었던 책 4

 

  • 잠보! 아프리카!

휴양지다운 여유를 실컷 누리던 잔지바르를 떠날 날이 다가왔습니다. 원래는 더 일찍 떠났어야 했는데, 잠비아로 향하는 타자라 열차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거든요.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 상당히 유명한 열차임에도, 저희가 타는 날엔 외국인 승객이 많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었어요. 이러나저러나 저는 신난 마음뿐이었지만요. 2박 3일의-언제 도착할진 아무도 모르는- 급행열차 여행이라니! <해리포터> 속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나, <오리엔트 특급 살인>에서나 나올 법한 기차를 타게 된다는 생각에 두근거렸어요. 아무래도 저는 편안한 여행도 좋아하지만, 힘들더라도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독특한 경험에 끌림을 느끼는 편이니까요. 

기차 한 칸은 생각보다 좁았습니다. 선풍기가 달려있었지만 돌아가지 않았고, 창문을 조금이나마 열어놓으려면 무언가를 꼭 끼워놓아야 했어요. 어쩐지 칸마다 프링글스 같은 것들이 걸려있다 했더니…저희도 다른 이들을 따라 다 마신 페트병을 끼워놓았습니다.

첫날부터 창문 밖을 바라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타자라에서는 시시각각 바뀌는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붉은 일출과 일몰도,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도 모두 다 볼 수 있어서. 깜깜한 밤 복도 쪽 창문으로 목을 내밀면, 운이 좋은 날엔 은하수도 볼 수 있었어요. 허허벌판을 지날 때면 화전농업으로 인한 연기가 피어올랐고, 가끔은 저 멀리 도시의 야경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열차가 다양한 마을을 지나친 만큼, 현지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어요. 중간중간 정차할 때마다 파는 물건이 달라졌고, 그곳에서 머무는 시간마저 때마다 달라 그저 흘러가는대로 따를 수 밖에 없었어요. 매번 내려서 과일이나 사모사 따위를 사거나 산책하며 구경하고는 했습니다. 이름 모를 어딘가에서는 안 쓰는 철로를 따라 걷고, 서로를 밀치며 놀기도 했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마을은 열차가 채 멈추기도 전에 달려와 손을 흔들어주던, 유독 아이들이 많았던 곳이었어요. 일행 중 한 명이 카메라를 들고 일어나 인사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는데, 제가 창문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자 왜인지 모르게 ‘우와~’하는 탄성이 나왔거든요. 저는 부끄러워서 숨고, 언니는 “내가 인사할 땐 아무 반응 없더니, 온다가 쳐다보니까 우와! 했다니까!”라며 다른 동행들에게 어이없음을 표출했습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해 꼬질꼬질한 상태였을텐데...아무래도 동양인들을 보기 힘든 곳이라 이런 반응이 나왔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정차 시간이 길어져 아예 밖으로 나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더 친밀하게 굴고 싶었지만 수줍음이 많아 대부분과는 악수 정도만 할 수 있었어요. 그래도 그곳에 피어있던 꽃으로 반지나 팔찌를 만들어주고 통하지 않는 말 대신 눈빛으로 대화하며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습니다. 아이들이 또 언젠가 저희와 같은 동양인 여행자들을 만나게 된다면 그땐 낯설지 않게 인사해주지 않을까요? 

동행들과는 따로 또 같이 시간을 보냈어요.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각자 시간을 갖다가도 밥시간이 되면 식당 칸으로 같이 이동해 밥을 먹고, 서로 머리를 묶어주거나, 이야기하고… 시간을 흘려보내기 위해 다양한 게임도 했습니다. 벌칙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그런 저희를 본 사람들은 웃으며 지나가거나 멈춰서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낮엔 더위 때문에 항상 문을 열어두고 있었거든요. 저희가 보기에도 저희 모습이 우스꽝스럽긴 했어요. 그러나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다시 읽었던 책, <빌런>

안녕하세요, 다시 읽었던 책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에는 여러분에게 어떤 책을 소개해드리는 게 좋을까 싶어서 지난 달에 호기심 삼아 발급 받았던 중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다시 열람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책들을 읽었더라고요. 제목을 읽자마자 표지가 떠오르는 책부터 제목과 작가명 모두 낯설기 그지없는 책들까지. 이것들의 공통점은 내용이 기억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지요. 그래서 이번 주 글을 쓰는 데 꽤 난항을 겪었습니다. 다른 책장들을 뒤져봐야 했거든요.

결국 선택한 책은 안전가옥의 9번째 앤솔로지, <빌런>입니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안전가옥의 시리즈를 읽기 시작하면서 세 번째로 구매했던 책이 바로 이거예요. 사실 이전에 소개해드린 <땡갓프>와 같은 시리즈이기에 제법 기대를 하고 읽었지만 푹 빠져서 한번에 다 읽어버린다든가 감정적으로 동요가 컸던 <땡갓프>에 비해면 이 책의 감상은 크지 않은 편입니다. 도파민을 터뜨리기보다는 입을 닫고 조용히 생각하게 만드는 게 <빌런> 속 작품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 1. 수정궁의 유령, 김상원

에이, 지구만으로는 만족 못 하죠. 팀장님도 아직 한창이신데 메타버스계에서 더 즐기셔야죠. 메타버스의 노동은 현실의 소비라지 않습니까.

수정궁의 유령, 108p

여러분은 메타버스 플랫폼이나 서비스를 이용해보신 적이 있으실까요? 저는 직접 한 적도 있고 사례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광고 아이디어를 위해 캐릭터를 만들어 접속했던 경험부터, 전용 메타버스 안에서 음악을 사고 파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 플랫폼이 만들어졌다는 기사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메타버스는 경제활동의 새로운 무대가 되었어요.

작가는 그 점을 활용하여 이 작품의 세계관을 만들었어요. 어느 날, VR 기반 메타버스 수정궁 서버에서 열린 클럽 ‘사일런트 디스코’에서 춤을 추던 사용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담당 형사들은 그의 주 활동 무대였던 메타버스 세계에도 들어가 수사를 진행해야 했죠. 이 세계가 그런 세계입니다. 가정마다 VR 기기가 있는 것이 당연하고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메타버스에서 다양한 활동을 누릴 수 있죠. 저는 이 신박한 설정에 마음을 빼앗겨 글을 순식간에 다 읽게 되었답니다.

주인공 형사들의 수사 대상은 정년퇴직한 성인이 될 수도, 아직 변성기도 오지 않은 초등학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무언가 현실과는 운동장부터가 다르기에 이들의 수사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보면 이 세계에서는 당연하지만 독자인 저희에게는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들이 많습니다. 이런 것들이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과연 이 형사들이 무사히 수사를 진행하고, 사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

 

2. 송곳니, 김구일

그것이 풍기던 악취는 나의 몸, 깊숙한 곳에 숨겨 놨던 자유의 냄새와 같았다. 그것의 죽음에 내 속의 무언가가 울컥 쏟아져 나왔다. 사랑, 연민, 도리, 양심, 용서, 구원까지 모조리 쏟아 냈다. 인간이기에 가능했고, 인간이 아니었기에 괜찮았던 모순과 오만 그리고 더러운 희열을 강줄기에 흘려보냈다. 내 안에 남은 것은 오직 자유뿐이었다.

송곳니, 211-212p

송곳니는 제가 이 앤솔로지에서 가장 좋아했던 작품이에요. 작가의 말에 김구일 작가님은 ‘세계 최강의 빌런은 ‘인간’’이라고 하셨어요. 이러한 생각에서부터 시작하여 투견을 소재로 한 작품 송곳니가 타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책을 읽었던 당시나 지금이나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저이기에, 저와 비슷하게 고민하고 분노하는 사람에게서 태어난 이야기는 무척 소중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더 마음이 갈 수 밖에 없었던 작품입니다.

주인공 ‘수기’는 인간에 대한 증오가 강한 아이입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동물들과 있는 게 더 편하죠. 그런 수기가 어느 날 투견장에서 인간에 의해 학대 및 방치 당하는 셰퍼드와 진돗개를 찾아가 구출을 감행합니다. 독자인 우리에게는 보통의 날 중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수기에게는 벼르고 벼른 날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수기를 돕는 사람들, 쫓는 사람들, 그리고 투견들의 이야기가 잔혹한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이 작품에 더 마음이 갔던 또 다른 이유는 장면 하나하나가 영화처럼 머릿 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그 분위기도 일반적인 영화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영화 ‘마녀’나 ‘독전’ 같은 서늘한 미장센을 떠오르게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글을 무척 좋아해요. 송곳니는 그런 공감각적 감각을 충족시켜주는 글이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여러분에게도 추천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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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제토🧚 : 주로 갓생을 추구합니다. 밖으로 쏘다니는 외향 인간.
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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