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비가 계속되고 있어요
오늘의 우산은 챙기셨을까요 🌂
Thu
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다시 정주행한 애니메이션, 세 번째 이야기
- 잠보! 아프리카!
드디어 저희 최종 목적지인 케이프타운에 도착했습니다. 잘 닦여진 도로가 그동안 비포장도로에서 계속 허우적거리던 저희에겐 상당히 감동적이었어요. 도로를 시작으로 드디어 속세로 들어온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크고 번화한 도시라 웬만한 유럽 시골에서 찾아보기 힘든 대형 쇼핑몰부터 각종 프랜차이즈의 맛을 즐길 수 있었어요. 오랜만이라 더 예뻐 보였던 도시의 야경도 보았어요.
청명한 날씨에 방문한 테이블 마운틴은 케이프타운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이전에 누군가 남아공에서 “한 달 살기를 해도 좋을 것 같아.” 라고 이야기했을 땐, ‘굳이..?’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러나 이곳에서 본 전경이 너무 예뻐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라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절벽에 피어있는 노랗고 붉은 꽃 때문에, 절벽 아래 넓게 펼쳐진 바다 때문에, 돌담 사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귀여운 도마뱀들 때문에요. 적당한 바람과 탁 트인 풍경에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후트베이에서는 오랜만에 바다를 마주했습니다. 나미비아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 온통 모래, 모래, 모래 뿐이었는데. 항구를 계속 걸어가다 보니 물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수영하는 그들을 열심히 눈으로 좇았어요. 개중 한 마리는 타이어 위로 올라와 있어 가까이에서 보면서, 귀여운 생김새에 괜히 물’개’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실 케이프타운에서는 유독 동물들을 많이 찾아다녔어요.. 하머너스에는 고래를, 스토니 포인트에는 펭귄을, 볼더스 비치엔 역시 펭귄과 바위너구리를 보러 갔으니까요. 펭귄을 보러 갔을 땐, 설레는 마음에 뛰어가기도 했어요. 이미 나이트 다이빙 때도 문어가 나타났다는 소리만 들으면 냅다 핀질을 했던 전적이 있는 터라 “쟤 또 보고 싶은 거 있다고 뛰어간다.” 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바위너구리. 누구라도 사랑할 만한 외형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귀여운게 최고라는 주민의 주장이 역시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친구는 스피츠코프에서 보았던 것과는 다른 종으로, 이상한 소리도 내지 않았고, 경계심도 훨씬 덜했어요. 바로 옆을 지나쳐도, 나뭇잎을 먹는 바위너구리를 가까이에서 구경해도 도망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그 덕에 가까이에서 오래 눈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번지점프’였어요. 무려 216m의 다리 중간에서 뛰어야 하는, 심지어 첫 번지점프였던, 그런 살 떨리는 액티비티 말이에요. 이상하게도 스카이다이빙에는 겁이 나지 않는데 번지점프는 조금 무서웠거든요. 해야겠다는 마음 반, 피하고 싶은 마음 반이던 찰나, 점차 날씨가 흐려지더니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와! 번지점프 못 하겠다!” 라고 했지만, 귀신같이 비가 멈추는 바람에 피할 핑계조차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전 ‘이런 경험을 어디서 하겠어’와, ‘하면 해!’ 의 정신을 갖춘 사람 아니겠어요? 결국 제 발로 번지점프대에 서게 되었습니다. 먼저 번지를 뛰었던 사람들이 모두 후련하고 신난 표정으로 괜찮다길래 그 말을 믿고 뛰었… 다기 보다는 뒤에서 밀어주셔서 저도 모르는 사이에 뛰게 되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높이를 어떻게 뛰었나 싶기도 합니다. 한참을 떨어지며 바라보는 풍경이 정말 처음 보는 뷰였어요. 마치 드론이 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번지가 끝났을 땐 조금 아쉬울 정도로요. 저를 올리러 와주신 분이 “어땠어?” 라고 물어보시길래 ‘Spectacular’ 했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 단어 말고는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었거든요.
당시엔 아프리카 여행이 더 어두워진 피부와 막혀버린 귀, 그리고 그리움만 남겼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돌이켜보니 더 많은 것을 남긴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발견하지 못한 것들도 포함해서요. 언젠가 예상치 못하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을까 싶어요. 이상으로 길고 긴 아프리카 여행기를 마칩니다!
- 나는 이렇게 묵묵히 해냈던 적이 있는가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지난 레터에서 다룬 작품은 어떠셨나요? 히로아카는 지난 5일 소년점프 2024년 9월호에 실린 마지막화가 공개되면서 완결을 맞았습니다. 저는 아직 정주행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야기의 끝은 알지 못하고 있지만요.
오늘 소개할 만화 역시 소년 점프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입니다. 연재 당시부터 현재까지, 굉장히 오랫동안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작품입니다. 지금은 8월 중순까지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재상영 중인 속편 영화도 있죠. 바로 <슬램덩크>예요.
슬램덩크는 북산고등학교 농구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만화책은 1학년인 강백호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과 달리,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2학년인 송태섭을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개봉은 이미 슬램덩크를 좋아했던 분들이든 새롭게 보게 되는 분들이든 상관 없이 감동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만화책에서는 후반부부터 완결까지의 분량인 ’북산고vs산왕공고‘ 경기를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데요. 산왕공업고등학교는 이전 전국대회 우승 팀이기 때문에 슬램덩크에서는 마치 최종보스처럼 묘사된 팀이기도 하죠. 그런 팀과의 경기를 북산고가 어떻게 이겨내는지 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1초, 1초를 빌며 북산고를 응원하고 있는 걸 깨닫게 될 거예요.
저는 영화를 통해 슬램덩크를 처음 알게 된 쪽에 속했는데요. 그마저도 친구들이 영화관에 끌고 가지 않았다면 안 보았을 겁니다. 이 영화를 본 뒤에는 슬램덩크에 푹 빠지게 되었죠. 그 중에서도 영화의 주인공인 송태섭에 가장 마음이 갔어요. 아무래도 처음 알게 된 이야기가 송태섭의 이야기라서 그런 걸지도요.
태섭이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의 아이입니다. 시비가 걸려오면 같이 싸우고, 힘든 일이 있을 때 가족에게도 잘 털어놓지 않고, 누구 앞에서 우는 모습을 잘 보여주지도 않죠. 이 모든 상황에 익숙한 것은 아니고요. 긴장을 감추고 센 척하는 게 습관이 된거죠.
만화책에서는 강백호와 서태웅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조연인 송태섭이 이런 아이인지는 독자들 대부분 몰랐었을 거예요. 농구부 매니저인 한나만 보면 헤벌레하는 푼수 캐릭터로나 보였을지도요.
산왕전은 송태섭의 성장을 볼 수 있는 경기예요. 북산고 농구부가 삐걱거릴 때, 몸이 다쳤을 때, 본인의 일상이 무너졌을 때에도 태섭이는 누구에게 티내지 않고 묵묵히 농구공을 잡았죠. 이러한 과정이 조금은 답답하고 안쓰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긴장감을 잘 받아들이고 벽을 뚫어내는 것은 오롯이 태섭이 본인의 힘으로 해내야만 하는 일이죠.
어디에 기댈 생각도 하지 않고 당연히 나의 몫으로 생각하고 이겨내는 모습이 18살이었을 때의 저와는 달리 정말 어른스러워서 태섭이에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저 상황에서 태섭이와 똑같이 해낼 수 있을까? 압박해오는 긴장감을 뚫어낼 수 있을까? 저는 어려운 일이 생기면 불평부터 했던 것 같은데 말이에요. 그 모든 게 나의 삶이고, 내가 해야 할 몫이라는 걸 아는 것부터가 내가 내 인생을 쌓아가는 과정의 시작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묵묵하지는 못하더라도, 해내야겠지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태섭이처럼 묵묵히 살아내는 편이신가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현재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관람하실 수도 있습니다. 송태섭의 인생이 궁금라다면, 산왕전 경기가 다시 보거 싶다면 꼭 한 번 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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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짱🌈 : 이 세상의 귀여운 모든 것들을 사랑합니다!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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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 언젠가는 모두가 알게 되겠죠, 고양이가 우주 최고입니다.
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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