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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호] 널 만나기 전에 나는 세상이 너무도 커서

나미비아 사막 캠핑2 / 다시 정주행했던 애니메이션, 첫 번째 이야기

2024.07.25 | 조회 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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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bbles

바닷가의 조약돌을 줍듯 각자의 취향을 수집해요. 우리의 취향 수집에 함께할 돌멩이들을 찾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계속되고 있네요.

날씨와 관계 없이 구독자님의 하루는 늘 평온하기를 바랍니다.


Thu

온다 / 잠보! 아프리카!
주민 / 다시 정주행한 애니메이션, 첫 번째 이야기

 

  • 잠보! 아프리카!

안녕하세요. 온다입니다.

지난주 보내 드린 특별편, 괜찮았나요? 오늘은 다시 아프리카 여행기를 이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거의 다 왔어요!

다음날 오전은 분홍의 향연. 왈비스 만의 홍학들을 구경했어요. 연하고 선명한 붉은색이 점점이 군집을 이루는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바로 옆 카페에서 브런치를 먹으며 바다를 바라보았어요.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보면 물개 또는 고래가 뛰어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바다를 앞에 두고 사는 삶은 얼마나 근사한 삶일까요? 이곳 사람들이 조금 부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지나가는 길엔 핑크색 소금 호수를 만나 잠시 멈추었어요. 소금이 산처럼 쌓여 있는 광경은 이곳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또 장난기가 도져, 바닥에 있는 소금 찍어 먹기로 내기를 제안했습니다. 그런데 가위바위보에서 진 일행이 생각보다 짜지 않다고 하는 거예요. 궁금해진 덕에 저도 먹어보았답니다. 정말로 그리 짜지 않더라고요. 결국 가위바위보는 전혀 의미가 없었던 거죠. 어쩌면 저도 먹여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을까요?😂

다섯 시간이면 이동을 마쳤어야 했지만 목적지까지 다 가지도 못한 채 캠핑장에서 멈추었습니다. 오다 보니 깜깜한 밤이 되어 더 운전을 할 수 없었어요. 안 그래도 밤에 오릭스와 도로에서 마주치면 어떡하지?’ 하는 대화를 하던 중이었거든요. ‘오릭스에게 미안한 일이지만 로드킬로 끝나면 다행이고, 정면으로 충돌하면 그 뿔에 찔려 분명 즉사하고 말겠군.’ 하면서요. 일곱 시간 동안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오프로드에 멀미도 심하게 했던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그래도 오는 길에 남회귀선을 마주쳐 조금 쉬어 갈 수 있었어요. 황량한 도로 한가운데 이곳이 남회귀선임을 알려주는 표지판만이 자리하던 곳. 그곳을 지났을 여행자들이 빼곡히 남겨놓은 흔적이 이유 모를 동지애와 감동을 불러왔습니다. 펜으로 적은 무언가와 곳곳에 붙여진 스티커들을 보며, 저희도 다 같이 이니셜을 적어 넣었어요.

세서림의 데드블레이
세서림의 데드블레이

나미비아의 메인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세서림 국립공원에 도착했습니다. 국립공원이라 그런지 사막 안에 지어진 콘도미니엄 같았습니다. 오는 길에 차가 몇 번이나 모래에 빠졌지만, 무사히 리셉션까지 도착했습니다. 세서림 캐니언을 먼저 구경했어요. 너무 덥고 힘들어 움직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여기까지 와서 가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솔직히 그다지 웅장하지는 않았던 협곡 가운데, 동행 한 명이 돌멩이로 탑을 쌓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그가 해, , , 은하수 등 별별 것들에 소원을 비는 모습을 보아왔던 터라 그렇게 가리지 않고 소원을 빌다간 귀찮아서 들어줄 소원도 안 들어주겠다!”라고 일갈하긴 했지만, 결국 함께 소원 돌탑을 쌓았습니다. 이 정도 낭만은 필요하잖아요. 저는 늘 그랬듯, 행복을 빌었습니다.

느지막한 오후엔 듄 40에 올라갔습니다. 저길 어떻게 올라가지 했는데, 어떻게 올라가지더라고요! 발이 푹푹 빠져 도중에 여기쯤에서 멈출까? 싶었지만, 저기까지만 더 올라가자는 부추김에 괜히 오기가 생겨 하면 해! 가면 가!”’ 하며 조금 더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가벼워 그나마 덜 힘들게 올라간 셈이었어요. 저보다 무거운 다른 사람이 먼저 밟은 곳을 곧바로 밟으면, 제 발은 그 이상으로 빠지지 않아 조금 더 쉽게 걸어갈 수 있거든요. 20분 동안 힘겹게 올라온 모래 언덕은 내려가는 데는 20초도 걸리지 않아, 어쩐지 허무해졌습니다. 그러나 늘 그렇듯, 올라간 사구에서 내려다보는 사막은 고요했고, 또 그곳에서 우리 밖에 없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왔기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싶기도 했어요.

 


  • 나는 무언가에 이만큼 열정을 쏟을 수 있을까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지금 삿포로에 가는 비행기에서 레터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창가 좌석으로 가게 되어서 비행기 이륙 전 손을 흔드는 지상직 직원 분들을 볼 수 있었는데요.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서 ‘탑승객분들께 인사를 하고 무사히 도착하길 기원하는 게 일의 보람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던 직원분의 인터뷰가 기억나더라고요.

사실 어떤 직업이든 그렇지만 특히 반복적인 노동이 요구되는 일은 적응을 한 뒤에는 관성적으로 일처리를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다보면 처음에는 하나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긴장을 잔뜩 했던 일도 나중에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움직여서 처리하게 되기도 하고요. 그 직원분의 인터뷰를 보면서도 ‘어떻게 일에서 권태를 느끼지 않고 저렇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저는 생활체육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 동작을 반복해서 실행할 때도 쉽게 지루하다고 느끼고는 했거든요.

스스로의 권태를 이겨나가고 계속 갈고 닦는 능력은 특히 스포츠에서 필요하고 그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능력이 부족하기에 더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보고는 해요. 그래서 오늘은 한계를 마주하고도 열정을 잃지 않고 나의 길을 뚫어나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드릴 거예요. 제가 다시 정주행한 애니메이션 작품 첫 번째, <하이큐!!>고요. 최근에 개봉했던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출처: CGV
출처: CGV

저는 중학생 때 처음으로 <하이큐!!>를 봤습니다. 정말 다양한 열정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았지만 저는 특히 카라스노 팀의 츠키시마, 네코마 팀의 켄마를 가장 좋아했어요. 만화를 봤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두 캐릭터 모두 다른 방식으로 ‘권태’를 보여주고 있죠. 레터를 쓰면서 든 생각인데,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정이 간 것 같기도 해요.

출처: CGV
출처: CGV

네코마 팀의 켄마는 온갖 게임을 섭렵하고 있는 친구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게임을 해왔기 때문에 그만큼 관성적으로 하고 있는 건 없었습니다. 친구인 쿠로와 함께 배구를 시작하고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배구부를 하고 있지만 열정적으로 배구 경기를 즐기지는 않아요. 배구에도 하나하나씩 깨어나가는 게임의 특성을 적용해서 크게 힘 들이지 않고 하던대로 할 뿐이었죠. 주인공인 히나타는 켄마가 경기를 마친 뒤 즐겁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그 선언을 이루게 되는 내용이 바로 이번 극장판인 <쓰레기장의 결전>이에요.

주인공의 팀인 카라스노와 켄마의 팀인 네코마는 감독님들부터 시작된 오랜 라이벌 학교였습니다. 주인공인 히나타가 입부를 한 뒤의 카라스노는 그 명성을 많이 잃어 무너진 강호라는 말을 듣기도 하지만 네코마는 여전히 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상태예요. 사실 네코마의 팀은 협동 능력이 상당히 뛰어난 팀이기 때문에 켄마는 자신의 팀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매우 높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도 잘하고, 팀도 잘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고 더는 팀의 승리를 방해하는 요소도 딱히 없고. 이미 게임을 다 클리어한 것과 같이 느꼈기 때문에 배부른 고양이 같은 켄마의 태도는 권태로 비춰질 수도 있었던거죠.

그런 켄마에게 히나타는 새롭게 나타난 퀘스트와도 같았어요. 한 달마다, 한 경기마다 다른 사람의 장점을 쏙쏙 빼먹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미친 센스를 가진 히나타와 그를 미끼로 한 카라스노의 급성장은 지켜보는 사람도 그 기분 좋은 소름을 느낄 수 밖에 없거든요.

저는 켄마가 권태를 딛고 배구의 즐거움을 깨달을 수 밖에 없는 이유의 기저에는 켄마의 성격의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켄마는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줄 알고, 타인의 노력을 함부로 깎아내리지 않습니다. 배구를 게임처럼 생각한다고 해서 그걸 마냥 쉽게만 여기는 건 아니예요. 밤새도록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 한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켄마의 일상이라는 건, 무언가 몰두할 일이 생겼을 때 그것에 끝까지 집중하는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뜻이니까요. 켄마가 배구를 ‘즐겁다’고 여기게 만든 건 히나타지만,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건 결국 켄마의 배구를 향한 집념, 더 넓게는 배구를 좋아하는 마음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순수하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계속 매달리고 한계를 넘어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재미를 넘어서는 감정의 울림을 건드리는 것 같아요. 나도 저런 열정을 보고 배워야지, 저만큼은 못하더라도 나도 나만큼의 열정은 삶에서 놓치지 않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구독자님은 타인의 열정으로부터 나의 열정을 가늠하고 다짐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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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 직업은 트래블러, 취미는 여유와 낭만 사이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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