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2가 공개되자 전 세계가 넷플릭스를 켰다. K-팝 그룹들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채운다. 한국 콘텐츠 산업은 지금 역대급 호황이다.
그런데 이 산업 안에서 돈이 어떻게 흐르는지 들여다보면, 같은 업계 안에 완전히 다른 세계가 있다.
이정재는 오징어게임2로 회당 10억 원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비슷한 시기, 한 걸그룹 멤버는 유튜브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사비 5,000만 원을 받으면, 회사와 5대5로 나누고, 남은 돈을 멤버 수로 쪼개고, 스타일리스트비와 식대를 빼면 제 몫은 200만 원 정도예요."
같은 산업, 완전히 다른 배분. 이 격차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보자.
톱스타는 얼마를 버는가
ⓒ 시티매거진
회당 10억 원 시대
2024~2025년 보도를 종합하면 국내 최상위 배우들의 회당 출연료는 3억~4억 원이 평균대, 최대 10억 원까지 형성돼 있다.
이정재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즌2'에서 회당 10억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송강호는 디즈니+ '삼식이 삼촌'에서 회당 7억 원 수준이었다는 보도가 있다. 김수현은 쿠팡플레이 '어느 날'에서 회당 5억 원, tvN '눈물의 여왕'에서는 회당 약 3억 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계약 금액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 수치들은 업계 추정치로 봐야 한다. 그러나 방향성은 분명하다. 회당 2억 원이 '기본', 많게는 10억 원까지 올라간다는 게 드라마 제작사들의 반복된 호소다.
ⓒ Netflix
넷플릭스가 판을 흔들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의 회당 제작비는 9억 원에서 30억 원, 다시 70억 원으로 급증했다. 특정 작품에서는 남녀 주연 배우가 각각 80억 원씩, 두 사람이 전체 제작비의 30%를 가져간 사례도 있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는 출연료 헤게모니가 OTT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 실제 지급액은 언론 보도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왜 이렇게 비싸졌는가
ⓒ LongBlack
글로벌 OTT는 전 세계에 동시 공개하고 장기간 스트리밍을 통해 수익을 회수한다. 넷플릭스 같은 플랫폼 입장에서 K-콘텐츠는 전 세계 구독자를 유지하는 핵심 무기다. 그러니 확실한 흥행 카드인 톱스타 캐스팅에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제작사·방송사·OTT·에이전시가 복잡하게 얽힌 협상 구조에서, 스타 배우 측은 여러 플랫폼의 경쟁을 지렛대 삼아 몸값을 계속 끌어올릴 수 있다. 에이전시는 출연료뿐 아니라 흥행·해외 판권·2차 콘텐츠 효과까지 묶어서 '콘텐츠 가치 패키지'로 협상 테이블에 올린다.
한국갤럽 설문에서는 회당 3~4억, 최고 10억 원 수준의 출연료에 대해 응답자의 84%가 '높다' 또는 '매우 높다'고 답했다. 대중의 시선은 명확하게 비판적이다.
아이돌의 수익은 다르다
ⓒ Instagram(@nonaechoo)
배우와 아이돌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번다.
모모랜드 출신 혜빈은 유튜브 채널에서 자신이 겪은 정산 구조를 공개했다. 행사비로 5,000만 원을 받으면, 먼저 기획사와 5:5로 나눈다. 남은 2,500만 원을 멤버 수로 나누고, 여기서 스타일리스트비·식대 등을 추가로 차감한다. 결과적으로 개인에게 돌아온 몫은 약 200만 원. 5,000만 원 중 4%였다.
이게 특수한 사례가 아니다. 음반 제작비, 뮤직비디오 촬영비, 앨범 재킷 인쇄비, 매니저 급여, 차량, 헤어·메이크업 비용까지 회사와 아티스트가 프로젝트별로 나눠 부담하는 구조다. 매출보다 이 직접비용이 더 큰 경우가 많아, 상반기 정산 수입이 0원인 경우도 드물지 않다.
한경 보도에 따르면 매출 10억 미만 중소 기획사 아티스트 중 최근 1년간 정산 수입이 0원이라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데뷔와 동시에 빚쟁이가 된다
ⓒ SBS 뉴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연습생 시절부터 시작된다.
혜빈은 레슨비·식대·숙소 임차료·연습실 사용료 등이 데뷔와 동시에 개인 채무로 전환된다고 폭로했다. 거액의 빚을 떠안고 활동을 시작하는 후불제 구조라는 표현을 썼다.
뮤직비디오 한 편을 찍을 때도 개인에게 수천만 원의 비용이 청구된다. 이 비용을 모두 상쇄하기 전까지는 정산금 영수증조차 받아볼 수 없다는 게 그의 증언이다. 데뷔 후 첫 수입의 상당 부분이, 과거에 투자받은 돈을 갚는 데 쓰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를 만들어 정산 방식과 비용 부담 주체를 명확히 하려 했다. 2024년 6월 일부개정을 통해 프로젝트 단위 정산과 정산서 교부 의무 등을 강화했다. 그러나 일부 기획사는 벌어들인 대금을 '차기 활동 유보금' 명목으로 이월 처리해 다음 비용 상쇄에 쓰는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대형 기획사 vs 중소 기획사
ⓒ Cube, 여자아이들
같은 아이돌이라도 어느 기획사에 속했느냐에 따라 상황이 완전히 갈린다.
하이브는 2023년 3분기 매출 5,379억 원을 기록했다. 이 중 앨범·공연·광고 출연 등 직접참여형 매출이 3,824억 원, MD·라이선싱·팬클럽 등 간접참여형 매출이 1,554억 원이었다. 위버스 같은 팬덤 플랫폼과 글로벌 투어를 통해 회사와 아티스트가 모두 고수익을 얻는 구조를 만들었다.
반면 매출 10억 원 미만 중소 기획사는 사정이 다르다. 연습생·앨범·프로모션 비용이 매출을 웃돌아 최근 1년간 정산 수입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같은 아이돌이라는 직업 안에서도, 대형사 소속과 중소사 소속의 경제적 현실은 완전히 다른 세계다.
그 돈은 누구 몫이 아니게 되는가 : 스태프와 작가
ⓒ 시사주간
표준계약서가 있는데도
문화체육관광부는 2014년부터 방송영상프로그램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다. 연출·조연출·촬영·조명·미술 등 각 직군의 근로조건과 임금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다. 2017년 이후 방송작가 표준계약서까지 포함해 총 8종의 표준계약서 체계가 완성됐다.
문제는 이 계약서들이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라는 점이다. 실제 현장에서는 계약서 미작성, 구두계약이 여전히 흔하다.
ⓒ 유튜브, 깡스타일리스트
프리랜서라는 이름의 사각지대
방송작가는 대부분 프리랜서로 분류된다.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계약법상 관계로 취급받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연장근로수당·퇴직금·4대보험 같은 근로기준법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최저임금이나 휴게시간 적용조차 명확하지 않다.
정부·노조 조사에서는 일부 프로그램에서 막내작가가 주 60~7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월 150만 원 이하를 받는 사례가 보고됐다. 방송작가유니온은 이런 구조를 꾸준히 고발해왔다.
ⓒ Instagram(@information_rank)
제작비 절반 이상이 배우에게
스타뉴스 보도에서는 작품 제작비의 절반 이상을 배우가 가져간다고 알려져 있다는 표현이 등장한다. 앞서 언급한 남녀 주연 각 80억 원, 제작비 30% 사례처럼, 일부 작품에서는 주연 배우 두 명의 출연료가 스태프 전체 인건비를 합친 것보다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머지 예산으로 스태프 인건비, 장비, 로케이션, 후반 작업, 보험, 홍보까지 다 해결해야 한다.
왜 이런 격차가 생기는가
ⓒ 설국열차 포스터
대체불가능성이라는 논리
업계에서는 스타 배우의 높은 출연료를 정당화하는 논리가 있다. 스타 배우는 대체재가 거의 없다. 얼굴과 이름 자체가 하나의 지적재산(IP)처럼 작동해서, 작품 흥행뿐 아니라 광고·행사·플랫폼 구독자 유지 효과까지 가져온다. 작품이 실패하면 이미지와 커리어에 타격을 입고, 일정 기간 다른 작품 출연이 제한되는 기회비용도 감수한다. 그래서 흥행 리스크를 감수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출연료에 프리미엄을 지불할 유인이 크다.
ⓒ 일요서울 기사
노동은 왜 대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가
반대로 스태프·작가의 노동은 대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카메라 감독 한 명, 조명 스태프 한 명이 빠져도 다른 사람으로 채울 수 있다는 인식이다. 그래서 제작사·방송사·OTT는 스타 캐스팅에는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스태프 인건비는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두 논리가 공존하면서, 같은 작품 안에서 극단적인 배분 격차가 발생한다.
할리우드는 다르게 싸운다
한국과 미국의 결정적 차이는 노조의 힘이다.
ⓒ 연합뉴스 기사
SAG-AFTRA : 배우 노조
할리우드 배우 노조 SAG-AFTRA는 기본 급여, 잔업수당, 그리고 레지듀얼(residuals)이라는 재상영·재스트리밍 시 추가 보상을 집단 협상으로 확보한다. 2023년 계약에서는 기본급 최소 7~11% 인상과 함께, 스트리밍 인기작에 대해 기존 레지듀얼의 75%에 해당하는 보너스를 추가로 받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했다.
WGA : 작가 노조, AI와 싸우다
2023년 미국 작가 노조 WGA는 148일간 파업했다. 그 결과 체결된 협약에는 "AI는 문학적 저작물을 작성하거나 수정할 수 없고, AI가 만든 텍스트는 '소스 자료'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항이 담겼다. 작가가 AI 초안을 활용하더라도 저작권과 보상은 인간 작가에게 귀속되며, 스튜디오가 작가의 기존 작품을 AI 학습에 무단으로 쓰는 것도 금지됐다.
SAG-AFTRA 계약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디지털 복제나 합성 배우를 사용하려면 배우의 사전 동의와 보상, 권리 보호가 명시돼야 한다.
IATSE : 스태프 노조
촬영·조명·미술·편집 등 스태프를 대표하는 IATSE는 최소 급여, 연장수당, 안전 기준을 집단협약으로 정한다. 개인이 아니라 산업 전체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한국은 왜 다른가
ⓒ 스태핑브릿지(AI제작)
한국에도 표준계약서 제도는 있다. 배우·가수를 위한 대중문화예술인 표준전속계약서, 스태프를 위한 제작 스태프 표준계약서, 작가를 위한 집필 표준계약서까지 8종 체계가 갖춰져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게 있다. 미국은 노조가 파업이라는 실질적 무기로 스튜디오와 협상한다. 한국은 표준계약서가 '권고' 수준이고, 산업 전체가 단체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구조 자체가 약하다.
방송작가유니온 같은 조직이 있지만, 할리우드 노조처럼 산업 전체를 멈출 수 있는 교섭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제도는 있지만 강제력이 없는 상태가 오래 이어지고 있다.
이 구조는 바뀔까
ⓒ 미디어오늘
모모랜드 혜빈의 폭로 이후, 정산 투명성과 비용 상한, 정산 기준 공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정부도 방송법상 금지행위에 저작권 양도 강요나 계약서 작성 거부 등을 포함하는 개정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산업 구조 자체가 변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OTT의 투자 축소·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고비용 작품을 줄이고 스타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국내 제작사들은 '스타 캐스팅'에서 '작품·연출력 중심'으로 투자 방향을 바꾸자고 주장하고 있다.
AI도 변수다. 할리우드에서는 이미 AI가 작가·배우를 대체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하는 싸움이 한 차례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 논의가 확산되면, 대본·번역·후반작업 같은 영역에서 AI 활용이 늘어나는 동시에, 노조 측의 권리 보호 요구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 엔터산업은 지금 세계 어느 때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이 돈을 누구에게 얼마나 나눌 것인가에 대한 답은, 아직 산업 스스로 찾지 못했다.
본 글의 수치는 스타뉴스·한국경제·한겨레 등 주요 언론 보도, 문화체육관광부·공정거래위원회 표준계약서 자료, 하이브·JYP·SM·YG 공시 자료, SAG-AFTRA·WGA 공식 협약 자료(2023~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출연료·정산 비율 등 다수 수치는 개별 계약이 비공개인 관계로 업계 추정치이며, 이 경우 본문에 명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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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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