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출시 이후 멜론은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이 없었다. 한국인이 음악을 들으면 멜론에서 들었다. 멜론 차트에 오르지 못하면 히트곡이 아니었다. 그 멜론이 2022년부터 밀리기 시작했다.
2025년 8월 기준 국내 음악 스트리밍 앱 MAU (와이즈앱 조사, 한국 기준).
유튜브뮤직 : 1,012만 명 (42%)
멜론 : 623만 명 (26%)
스포티파이 : 424만 명 (14%)
멜론 점유율이 20%대까지 내려왔다. 어쩌다가?
멜론 : 한국 음원 유료화의 시작
ⓒ 멜론(Melon)
불법 음원이 판치던 시대
2004년, 한국 음악 시장은 혼돈이었다. 소리바다, P2P 파일 공유. 음악을 돈 내고 사는 사람이 없었다. 저작권법도 느슨했고, 불법 다운로드가 일상이었다.
그 해 11월 16일, SK텔레콤 자회사가 멜론을 출시했다. 유·무선 연동 유료 음악 서비스. 음악을 스트리밍으로 합법적으로 듣는다는 개념이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이다. 2005년 저작권법이 강화되면서 멜론의 유료 모델이 빛을 발했다. 합법적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돈을 내야 했고, 그 창구가 멜론이었다.
SKT 번들링 : 이동통신사의 힘
멜론이 빠르게 시장을 장악한 핵심 무기는 SKT 번들링이었다. SKT 요금제에 멜론을 끼워넣었다. SKT를 쓰면 자동으로 멜론을 쓰게 되는 구조였다. 경쟁사인 KTF와 LGT도 각자의 음악 서비스를 내놨지만, SKT의 점유율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동통신사의 힘이 음악 플랫폼을 만들었다. 플랫폼의 품질이 아니라 통신사 가입자 수가 점유율을 결정했다.
SK텔레콤 → 카카오 : 1조 8,700억의 배팅
멜론의 소유권은 여러 번 바뀌었다.
2009년 멜론 운영권이 로엔엔터테인먼트으로 넘어갔다. 로엔은 멜론 외에 아이유 소속사로도 유명한 회사였다.(이후 로엔이 스타인베스트에 매각)
2016년 1월, 카카오가 로엔 지분 76.4%를 1조 8,700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국내 IT 업계 역대급 규모의 M&A였다.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로 4,000만 명을 모은 카카오에게 필요한 건 콘텐츠였다. 멜론의 음원 라이브러리, 유통 네트워크, 수백만 명의 유료 가입자. 그리고 멜론이 가진 또 하나의 자산인 뮤직어워드까지.
2021년 멜론컴퍼니 독립 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합병되면서 현재의 구조가 됐다. SM엔터테인먼트까지 카카오엔터 산하로 들어오면서, 멜론은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음악 플랫폼이 됐다.
차트가 곧 멜론이던 시대
ⓒ 멜론(Melon)
멜론 차트가 가요계를 지배했다
2010년대, 한국 음악 시장에서 멜론 차트의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신곡이 나오면 멜론 차트 순위가 뉴스가 됐다. 멜론 실시간 1위가 히트의 척도였다. 음원 기획사들은 멜론 차트를 관리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팬들은 차트 순위를 올리기 위해 조직적으로 스트리밍을 했다.
멜론이 없으면 음원 공개가 의미 없는 시대였다. 국내 음원 유통의 표준이 멜론이었다.
전성기 숫자들
멜론의 최고 점유율은 2020년 기준 34~40% 수준이었다. 2022년 MAU는 751만 명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2018년 1분기 기준 유료 가입자는 약 465만 명으로 추정된다.
SKT 번들링의 힘이 이 숫자를 만들었다. 멜론 스트리밍 클럽이 SKT 요금제와 묶이면서, 가입자들이 별도 선택 없이 멜론을 썼다. 당시 경쟁자가 없는 시장이었다.
무엇이 멜론을 무너뜨렸는가
ⓒ 와이즈앱
유튜브뮤직이 치고 올라온 방식
유튜브뮤직의 성장은 단순히 더 좋은 앱이 나온 게 아니었다. 구조가 달랐다.
유튜브 프리미엄(월 14,900원)을 구독하면 유튜브뮤직이 자동으로 포함된다(한국 기준). 유튜브 광고를 없애려고 구독하면, 음악 스트리밍이 덤으로 따라오는 구조다. 그리고 유튜브뮤직에는 멜론이 가질 수 없는 콘텐츠가 있다. MV(뮤직비디오), 라이브 공연 영상, 팬 커버곡. 공식 음원 외에 유튜브 생태계 전체가 콘텐츠가 된다.
멜론에서는 노래만 들을 수 있다. 유튜브뮤직에서는 그 노래의 무대 영상, 비하인드, 팬 버전까지 볼 수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어느 쪽이 더 매력적인가.
2022년, 유튜브뮤직이 처음으로 멜론의 MAU를 추월했다. 그해가 공교롭게도 멜론의 MAU가 역대 최고(751만 명)를 기록한 해이기도 했다. 멜론이 정점에서 바로 추락하기 시작한 것이다.
스포티파이 2021년 한국 진출
2021년 2월, 스포티파이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기대만큼 크지 않았다. K-pop 음원이 부족했고, 유료 중심 모델이라 진입 장벽이 있었다. 그런데 2024년 무료 플랜을 강화하면서 이전 대비 8배 이상 성장했다. 2025년 4월 기준 MAU 424만 명으로 3위까지 올라왔다.
멜론은 이제 국내 토종 경쟁자(지니뮤직, FLO)만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을 등에 업은 두 공룡(유튜브뮤직, 스포티파이)과 동시에 싸워야 했다.
팬덤 스트리밍이 신뢰를 흔들었다
멜론 차트는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차트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팬덤의 조직적 스트리밍 캠페인이 일상화됐다. 멜론으로 차트 올라라는 팬 카페의 독려가 반복됐다. 실제 인기보다 조직적으로 관리된 순위라는 인식이 퍼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각종 사법 리스크도 멜론 브랜드에 영향을 줬다.
구조적 문제 : 음악 스트리밍은 돈 벌기 어렵다
ⓒ 스포티파이 / 애플뮤직 / 유튜브뮤직
저작권료가 매출의 70% 이상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의 구조적 한계가 있다. 멜론 매출 대부분이 저작권료로 나간다. 2025년 기준 매출 연동 저작권료는 약 768억 원으로 추정된다. 매출의 70% 이상이 음악 권리자(음반사, 작곡가, 가수)에게 돌아간다. 남는 마진이 10% 내외다. 스포티파이도 같은 문제로 수년간 적자를 냈다. 음악 스트리밍은 구조적으로 이익 내기가 어려운 비즈니스다.
유튜브는 무료인데 왜 돈 내고 멜론을 쓰나
유튜브에서 원하는 노래를 검색하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틱톡에서는 짧은 클립으로 음악을 먼저 접한다. 유료 스트리밍의 가치는 광고 없이, 오프라인에서, 고음질로 듣는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 프리미엄 하나로 이걸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멜론을 따로 구독할 이유가 줄어든다.
글로벌 플랫폼 vs 국내 플랫폼 : 자본력의 차이
유튜브뮤직의 모회사는 구글이다. 스포티파이는 글로벌 6억 MAU를 가진 회사다. 알고리즘 추천도 마찬가지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청취 데이터로 추천 알고리즘을 학습시킨다. 멜론은 국내 수백만 명의 데이터로만 학습한다. 데이터의 양 자체가 다르다.
멜론 뮤직어워드(MMA) : 타 플랫폼과의 차별화
점유율이 26%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멜론이 가진 것이 있다. 유튜브뮤직도 스포티파이도 절대 복제할 수 없는 자산이다. 멜론 뮤직어워드(MMA)다.
ⓒ 열린뉴스통신ONA
2005년부터 시작된 권위
MMA는 2005년 멜론 온라인 시상식으로 시작해 2009년 오프라인으로 확장됐다. 2025년 17회를 맞이했다.
국내 주요 음악 시상식을 비교하면 MMA의 위치가 보인다.
MMA의 핵심은 수상 기준의 60%가 멜론 스트리밍 데이터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실제로 그 음악을 들었는가. 이게 수상의 절반 이상을 결정한다. 그래서 MMA는 실제 청취량을 가장 잘 반영하는 시상식이라는 공신력이 생겼다.
시상식
주요 수상 기준
특징
MMA
멜론 스트리밍 60%, 심사 20%, 팬투표 20%
실제 청취량 기반
MAMA
팬투표·퍼포먼스 중심
글로벌 팬덤
골든디스크
음반 실적·심사
음반 중심
ⓒ 웨이브 단독중계 홍보, 멜론뮤직어워드(MMA)
MMA가 멜론에 가져다주는 것
MMA는 단순한 시상식이 아니다. 멜론의 생존 전략이다.
팬덤 스트리밍 유입 효과. 아티스트가 MMA 대상을 받으려면 멜론 스트리밍 수치가 높아야 한다. 팬들이 MMA 수상을 위해 멜론을 써야 한다는 걸 안다. 아이돌 팬 카페에서는 연말이 되면 멜론 스트리밍 캠페인이 조직적으로 이뤄진다. 유튜브뮤직에서 아무리 많이 들어도 MMA 수상에는 반영되지 않는다. 팬덤이 멜론을 떠날 수 없는 구조다.
트래픽 2배 효과
MMA 개최 시 멜론 앱 트래픽이 평소의 2배로 뛴다. 2022년 기준 MMA 기간 스트리밍 횟수만 455억 회였다.
아티스트와 기획사의 이해관계. MMA 대상은 아티스트에게 매출과 홍보 효과가 폭발적으로 커지는 이벤트다. 방탄소년단이 역대 최다인 30회 수상, 아이유가 TOP10에 10회 등재됐다. 기획사 입장에서도 MMA에서의 성과가 중요하다. 멜론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구조다.
2025년 MMA : 지드래곤, 고척돔 1만 8,000명
2025년 12월 2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5 MMA에는 1만 8,000명이 모였다. 역대 최고 동시접속을 기록했다. 지드래곤이 올해 앨범·아티스트·노래 3개 부문 대상을 휩쓸었다. 임영웅 2관왕, 제니 올해 레코드. 29개 부문이 시상됐다.
직전 2년의 수상자를 보면 MMA의 위상이 보인다.
2023년: NewJeans (아티스트·앨범 대상)
2024년: aespa (아티스트·앨범 대상)
2025년: 지드래곤 (3관왕)
MMA는 그해 가장 많이 들린 음악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하는 시상식이라는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2025년에는 티켓 강제 취소 논란도 있었다. 부정 예매·초대석 의혹을 이유로 티켓이 취소됐고, 팬들이 항의했다. 주최 측은 정당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유튜브가 MMA를 대체할 수 없는 이유
유튜브뮤직은 MMA를 만들 수 없다. 멜론이 국내 K-pop 스트리밍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갖고 있고, 이 데이터가 시상의 기준이 된다. 스포티파이의 글로벌 데이터는 MMA 기준에 반영되지 않는다. 멜론 스트리밍 = MMA 수상 가능성이라는 연결고리가 팬덤을 멜론에 묶어두는 가장 강력한 이유다.
지금 멜론은 뭐하고 있나
ⓒ 개인 블로그
AI 추천 : DJ말랑이
멜론이 가장 공을 들이는 건 AI 추천 기능이다.
'DJ 말랑이'는 빅데이터 기반 개인화 추천 DJ 기능이다. 사용자의 청취 패턴을 분석해 맞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준다. 스마트 EQ 기능은 청력과 이어폰 특성에 맞게 음질을 최적화한다. 2025년에는 홈 화면에 포유(For You) 탭을 추가했다.
멜론티켓 : 공연 예매로 살길 찾기
멜론은 음악 스트리밍 외에 공연 예매 서비스 멜론티켓을 운영한다. 2024년 SM엔터테인먼트가 합류하면서 EXO · 에스파 · NCT 등 SM 아티스트 공연 예매가 멜론티켓에서 이뤄지게 됐다. 음악을 듣는 것과 공연을 보는 것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연결하는 방향이다.
실적은 어떤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뮤직 부문 매출은 2024년 1,920억 원에서 2025년 2,045억 원으로 약 6%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카카오 IR 기준 뮤직 부문 상세 수치는 공식 비공개). 점유율이 내려가는 중에도 매출은 소폭 성장하고 있다.
멜론은 살아남을 수 있나
ⓒ 멜론(Melon)
멜론이 유튜브뮤직을 다시 추월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튜브 프리미엄이라는 묶음 상품, 전 세계 콘텐츠 생태계, 구글의 자본력. 이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
그러나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가 있다. MMA가 있다. 팬덤이 멜론을 떠날 수 없는 구조가 있다. SM · 카카오엔터 소속 아티스트들의 팬들이 멜론에서 스트리밍을 한다. 멜론 차트 순위는 여전히 보도된다. 멜론티켓은 국내 공연 예매 시장에서 입지가 있다.
멜론의 미래는 1위 음악 스트리밍이 아니라 K-pop 팬덤의 핵심 인프라로의 재정의에 달려 있다. 스트리밍 수치가 시상식을 결정하고, 시상식이 팬덤을 모으고, 팬덤이 다시 멜론으로 돌아오는 구조. 유튜브뮤직이 대체하기 어려운 자리다.
2위가 꼭 나쁜 건 아닐 수 있다. 싸움의 방식을 바꿔 접근해본다면 말이다.
본 리포트의 수치는 와이즈앱(2025년 4월 기준), 모바일인덱스(2025년 9월 기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R 자료, 나무위키 MMA 항목, 매일경제, 한국경제, 조선비즈 등 주요 언론 보도(2022~2026년 기준)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유료 가입자 수·저작권료 비율·뮤직 부문 매출은 공식 비공개 사항으로 추정치를 포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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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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