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독일인들 얼굴에 큰 흉터가 많이 보이는 이유

19세기, 20세기 독일 엘리트들 사이의 미친 유행 '멘주어(Mensur)'

2025.11.23 | 조회 1.11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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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두 사진은 독일 나치 친위대의 오토 스코르체니와 게슈타포의 초대 수장인 루돌프 딜스의 모습입니다. 얼굴에 큰 흉터가 눈에 띕니다. 마치 무서운 사람이란 걸 알려주는 클리셰 같습니다. 그런데 이 무렵 독일 인물들의 사진을 찾다 보면 얼굴에 흉터가 있는 사람이 흔하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왜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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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당시 독일 엘리트들에게 얼굴의 흉터는 명예의 증표였습니다. 독일어로 '슈미스(Schmiss)'라고 불리는 이 흉터는 대학생들 사이의 전통적인 칼싸움, '멘주어(Mensur)'에서 얻은 것이었습니다.

영문 위키피디아에서 'Mensur'를 검색하면 'Academic fencing'이라는 문서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멘주어는 현대의 스포츠 펜싱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우리가 아는 펜싱은 안전한 장비를 착용하고 상대의 칼을 피하면서 내 칼로 상대를 공격해 점수를 얻는 경기입니다. 하지만 멘주어에선 상대의 칼을 피한다느니 점수를 얻는다느니 하는 것은 모두 연약한 소리입니다. 멘주어는 상대와 팔 길이만큼만 떨어져서 칼로 냅다 상대의 얼굴과 머리를 베는 결투였습니다. 방어구도 눈, 팔, 몸통 등에만 착용하기 때문에 얼굴은 활짝 열려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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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주어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절대로 피하거나 움찔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칼이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상황에서 절대로 쫄지 않고 당당하게 얼굴로 칼을 받아내는 것, 그것이 멘주어의 핵심이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멘주어로 인해 얼굴에 생긴 흉터에는 여러 의미가 깃들었습니다. 그것은 용기 있는 남자의 표시일 뿐만 아니라 교육받은 엘리트 계급의 증표였고 좋은 남편감의 필수 조건으로 여겨졌습니다. 대학을 다녔다는 증거이자 귀족이나 장교 계급에 속한다는 표시였습니다. 흉터가 없는 대학생은 완전한 대학생이 아니라고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당시 독일 대학생들은 대학 생활 동안 10~30번 정도의 멘주어를 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프리츠 바크마이스터(Fritz Bacmeister)라는 학생은 1860년부터 1866년까지 약 100번의 멘주어에 참여했습니다. 1877년에 사망한 한 결투가는 평생 13번의 결투를 했는데, 머리, 얼굴, 목에 137개의 흉터가 있었다고 합니다.

흉터에 대한 열망이 너무 커지자 꼼수도 생겨났습니다. 얼굴에 흉터가 있어야 남자 구실을 할 수 있는 사회였지만 멘주어에 참여할 용기는 없는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이들 중 일부는 면도날로 자신의 볼을 그었습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의사에게 돈을 주고 볼에 칼자국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상처가 아물 때 일부러 찢어서 흉터를 더 크고 뚜렷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물론 스스로 만들어낸 흉터인 게 들통난다면 더욱 부끄러운 일이 됐겠지만 말입니다. 일부러 흉터를 만들기라도 해야 했을 정도로, 이 당시 독일인들에게 얼굴의 흉터는 자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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