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앞에서는 빨간색, 흰색, 파란색, 세 가지의 색으로 이뤄진 등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삼색등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확실히 눈에 잘 띄는 색이긴 하니 광고 효과가 있을 것 같긴 한데, 왜 이발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것일까요?
외과 수술을 할 때에는 아주 정교한 칼이 필요합니다. 옛날에도 이런 정교한 칼과 그 칼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흔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발사는 동네에 한 명 쯤 있으면서도 일상적으로 정교한 칼을 다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 유럽에서는 이발사가 외과 수술까지 도맡았었습니다. 로마제국 후기 무렵부터 르네상스 시대, 지역에 따라서는 1700년대까지도 이발사가 외과 또는 치과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조선에서 백정들이 동물을 죽이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던 것처럼, 중세에는 수술로 피를 보는 것을 좋지 못하게 여겼습니다. 특히 1163년 성직자의 외과 수술이 금지된 이후 외과 수술은 일반적인 의사의 일에서 완전히 분리되어, 이발사들이 외과 수술을 도맡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암스테르담의 외과 의사 겸 이발사들은 빨간색, 흰색, 파란색의 줄무늬를 사용했습니다. 이 때 빨간색은 환자의 출혈을, 흰색은 치아를 비롯한 뼈를, 파란색은 면도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빨간색은 동맥, 파란색은 정맥, 흰색은 뼈나 붕대를 의미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추가로 과거에는 삼색등의 위 아래에 황동 대야가 있었는데, 위쪽의 대야는 거머리를 담는 그릇을 의미했고 아래쪽의 대야는 피를 받는 그릇을 의미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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