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 화살을 꽂고 철새의 비밀을 밝혀준 순교자

화살황새, Pfeilstorch에 대해 알아봅니다

2025.02.15 | 조회 9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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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페퍼노트를 매주 보낸다는 점에서 아실 수 있듯이 저는 무언가를 배우고 알게 되는 게 참 즐겁습니다. 알고자 하는 마음이라는 게 결국 세상을 발전시킨다고 믿기도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헛발질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긴 하지만 말입니다.

이런 헛발질의 사례로, 인류는 진작부터 괴혈병 예방법을 알고 있었지만 자꾸만 엉뚱한 길로 샜다가 다시 발견하곤 했다는 얘기를 전해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늘은 이와 비슷하게, 계속해서 알쏭달쏭했던 '철새의 이동'에 대해 명확한 증거가 되어준 순교자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1822년 독일의 한 마을에서 황새 한 마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마을에서 황새를 보는 것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황새는 특별했습니다. 황새의 목엔 창이 박혀 있었고, 다행히 살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목에 창 박힌 황새가 철새에 대한 유럽인들의 이해를 재정립하게 됩니다.

로스토크 대학교에 있는 Rostocker Pfeilstorch 박제
로스토크 대학교에 있는 Rostocker Pfeilstorch 박제

유럽인들은 어떤 새들이 어떤 계절에만 보인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원리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일찌감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의 책에서 철새의 이동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그는 두루미들이 스키타이 대초원에서 나일 강 근방 습지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비롯해 많은 철새들에 대해 알고 있었고, 사라지기 직전엔 살이 찌는 듯 하고 다시 나타났을 때에는 살이 빠져 보인다는 관찰까지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제비에 대해서는 충분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제비의 경우 겨울잠을 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그 뒤로 천 년이 넘는 세월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믿었습니다. 겨울잠을 자는 물고기들처럼, 겨울에 물 속을 잘 찾아보면 겨울잠을 자고 있는 제비들을 건져 올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에서 제비를 건져 올리는 모습을 그린 목판화
물에서 제비를 건져 올리는 모습을 그린 목판화

그래도 겨울잠 가설은 양반이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철새의 이동을 믿지 않고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생각들을 했습니다. 나비가 애벌레, 번데기 과정을 거치듯이 철새들도 추운 겨울에는 날씨에 적합한 다른 형태, 예를 들면 다른 종류의 새나 심지어는 쥐로 변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몇몇 자료에서는 찰스 모턴이라는 학자가 철새들이 달로 날아가서 쉬다가 지구로 돌아온다는 주장까지 했다고 하는데 제가 실제 찰스 모턴이 쓴 글을 찾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에 믿으실지 여부는 구독자 님께 맡기겠습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앞서 얘기한 목에 창 박힌 황새가 발견된 것입니다. 목에 창이 박힌 채 날아다니는 이 황새를 마을 사람들은 아마도 신기해 하며 잡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신기한 일은 이 창이 어디서 왔는가였습니다. 이 창은 마을 사람들이 던진 창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연구 끝에 이 창이 아프리카 사람들이 아프리카에서 나는 나무로 만든 아프리카식 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즉 이 새는 아프리카에서 창을 맞고 그 먼 길을 날아서 독일의 마을에 와 죽음을 맞이한 것입니다(안식을 빕니다.).

이 황새는 황새가 계절에 따라 대륙 사이를 이동한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습니다. 이 황새는 박제되어 현재 로스토크 대학교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후에도 이렇게 아프리카의 창이나 화살이 목에 박힌 새들이 스무 번 이상 발견되었는데, 독일인들은 이 새들을 '화살황새'라는 뜻으로 Pfeilstorch라고 부릅니다. 최초로 발견된 Pfeilstorch는 그곳이 전시되어 있는 대학교의 이름을 따 Rostocker Pfeilstorch라 불립니다.

우리는 때때로 아주 틀린 추측을 하고 많은 헛수고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알고 싶다'라는 그 마음이 결국 언젠가는 우리가 답을 마주할 수 있도록 이끌 것입니다.


더 알아보기

페퍼노트, 괴혈병을 막는 방법, 인류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꾸 까먹었을 뿐
아리스토텔레스, The History of Animals
Country Life, Curious Questions: How did a stork with a spear through its neck solve the mystery of the migration of birds?
Audubon, What This Gruesome Stork Taught Us About Bird Migration
Audubon, A Brief History of How Scientists Have Learned About Bird Migration
The Engines of Our Ingenuity, Ancient Explanations of Bird Migr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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