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of me loves all of you
Love your curves and all your edges,
all your perfect imperfections
내 전부가 당신의 전부를 사랑합니다
당신의 둥글고 모난 모든 부분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완벽한 결점들까지 사랑합니다John Legend, 'All of Me'
아마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읽지 않았나 싶은데, 김소운의 '특급품'이라는 수필이 있습니다. 수필에는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 비자반 이야기가 나옵니다. 비자나무는 유연해서 바둑돌이 바둑판을 때릴 때마다 움푹움푹 들어가는데, 신기하게도 기다리면 회복합니다. 비자반 중에서도 특급품은 머리카락 같은 가느다란 흉터가 보이는 것입니다. 상처를 입었다가도 스스로 회복해낼 정도의 유연성을 가진 비자반이라는 증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비자반이 고급 바둑판이라는 건, 위 영상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이세돌 님이 얘기하시니 확실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흉터가 보이는 비자반에 대한 얘기는 위 수필 이외의 출처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습니다(저는 그래도 신빙성 있는 얘기로 들리는데, 혹시 알고 계신 분은 댓글로 알려주세요.).
세상에는 이렇게 흠집이 오히려 매력이 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먼저 'Persian flaw(페르시아식 흠)'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교훈을 전하는 관용구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페르시아 카펫 장인들이 최고급 양탄자를 만들 때 일부러 작은 결점이나 잘못 짠 코를 넣는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됐는데, 완벽함은 신만이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실제로 페르시아 카펫 장인들이 그랬다는 믿을 만한 근거 자료를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대신 비슷하게 나바호 인디언들에게 직조물에 일부러 흠을 넣는 문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바호족이 직물에 넣는 의도적인 결함 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운 것은 '영혼의 통로'입니다.나바호족 말로는 'Ch’ihónít’i'라고 합니다(쓰고 있는 저도 기억 못할 것 같은 단어네요.). 나바호족은 직물을 짤 때 직공이 자신의 영혼 일부를 직물에 엮어 넣는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직공의 영혼이 직물 안에 갇히지 않고 안전하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결함처럼 보이는 영혼의 통로를 넣어둡니다.

일본에는 킨츠기(金継ぎ)라는 도자기 수리 기법이 있습니다. 깨진 도자기를 옻칠로 붙인 뒤, 그 균열 위에 금가루를 입히는 기법입니다. 흠집을 감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금빛으로 강조하는 셈입니다.

이 그릇에는 깨졌던 역사가 있다는 걸 숨기지 않고, 그 상처마저 아름다움의 일부로 활용하는 모습이 교훈적입니다. "내 흉짐도 나의 일부라면"이라던 르세라핌의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사실 어떤 도자기들은 애초부터 균열을 갖고 만들어집니다. '빙렬(氷裂, 원래는 얼음 표면의 금을 의미합니다)'이라고 부르는데요, 도자기가 가마에서 식을 때 유약과 도자기 본체의 수축률이 달라서 만들어집니다. 청자의 경우 수축률이 크게 달라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들어본 적은 없는데 이 빙렬이 만들어질 때 독특한 소리가 난다고 하네요. 빙렬 중에서도 '금사철선(金絲鐵線)'이라 불리는 패턴은 굵은 검은 선과 가는 금빛 선이 어우러진 것으로, 독특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전통 일본 미학에는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순함, 자연스러운 불완전함을 뜻하는 '와비'와 오래되고 낡은 것을 뜻하는 '사비'를 합한 단어로,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불완전하기 때문에 느껴지는 충만함을 찾는 미학입니다. 때로는 흠집이 오히려 나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걸 떠올리면서,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은 주말 맞으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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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노트, 알멘드로, 시스투스. 너 죽고 나 죽자, 동귀어진하는 식물들: 상처 입은 비자나무처럼, 벼락 맞은 대추나무도 최고급 목재로 취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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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완벽함이란 무엇인지 생각이 많아지네요. 완벽하지 않아서 아름답다는 게 위로가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페퍼노트
이런 댓글이 제가 글을 쓰는 데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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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킴
금요일에 위로가 되는 좋은 레터입니닷👍
페퍼노트
쓰면서 제 마음에 드는 소재였는데, 읽는 분들도 좋았다니 힘이 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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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일반화할 수 없습니다만, 저는 한국인들이 (미국과 비교했을 때 특히) '육각형 인재'를 선호하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례로 제가 읽은 한국인의 자서전은 주례사식의 자기 칭찬 일색인, 재미없고 솔직하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지요. 자서전까지 쓸 정도의 인물이라면 압도적 장점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장점을 계발하느라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나 단점도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단점을 가장했지만 사실은 장점인 것들을 반성하듯 늘어놓는 모습을 보면 아쉬울 따름입니다. 자기소개서에서 요구하는 지원자의 단점을 적는 칸도 생각나고요("진짜 단점을 쓰면 안됩니다. 단점같지만 사실은 장점인걸 쓰세요") 결점이야말로 그 사람의 핵심 개성이라는 생각을 요즘 합니다. 부족한 면이 있으면 좀 어떤가요? 결점을 드러내는 일이 비난받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다들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멋진 글 고맙습니다.
페퍼노트
아 글을 이렇게 마무리지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이 댓글로 이 글이 완전해진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역시 또 다른 완벽주의일까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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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iu
겁이 난 없지 없지 What you lookin’ at What you what you lookin’ at
페퍼노트
페퍼노트 르세라핌 콜라보 기도 1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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