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탈옥이 불법이 아닙니다

"자유를 향한 인간의 충동은 처벌할 수 없다"

2026.07.17 | 조회 4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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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갇혔다고 상상해 봅시다. 어느 날 밤, 창살 하나가 헐겁다는 걸 발견하고 조용히 빠져나왔습니다. 한국이라면 형법 제145조 도주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 추가되고, 미국 연방시설이라면 최대 5년까지 형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영국에서도 탈옥은 보통법상 범죄고요. 그런데 독일이라면? 놀랍게도 탈옥 그 자체는 아무 죄가 되지 않습니다.

독일 형법 제120조는 수감자를 풀어주거나 탈옥을 도운 '타인'만 처벌합니다(3년 이하, 교도관 같은 공무원이면 5년 이하). 정작 탈옥한 본인을 처벌하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근거가 꽤 철학적인데요. 1880년 제국법원 판결 이래 독일 법원은 "자유를 향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충동(natürlicher Freiheitsdrang)"은 감옥에 가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므로, 그 본능을 따른 행위를 형벌로 다스릴 수 없다고 봐 왔습니다. 1962년 형법 개정 초안에서 자기탈옥도 처벌하자는 안이 논의됐지만 "인간의 자연스러운 자유 충동에서 비롯된 행위는 형벌로 위협해서는 안 된다"라며 명시적으로 거부됐고, 이 입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1871년 제국형법전 이래 성문화된 것이고, 전통 자체는 1532년 카롤리나 형법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마법에서는 탈옥수를 처벌했던 것으로 보이니, 독일이 일부러 다른 길을 택해 온 셈입니다.

그럼 독일 감옥은 다들 탈출 시도로 난리일까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불처벌은 어디까지나 '혼자서, 폭력 없이' 나갔을 때 이야기인데요. 탈옥 과정에서 저지른 다른 범죄는 전부 처벌됩니다. 문을 부수면 재물손괴, 교도관을 밀치면 폭행, 심지어 교도소에서 지급한 수의를 입은 채 담을 넘으면 그 옷 때문에 절도죄가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명 이상이 공모해 폭력이나 협박으로 탈옥하면 제121조 수감자 폭동죄가 따로 적용되고요. 밖에서 도망자를 숨겨준 사람도 형벌집행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가족은 예외). 그러니 완전범죄(?)가 되려면 알몸으로, 아무것도 부수지 않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고 나가야 하는 셈입니다. 다시 잡히면 추가 형량 없이 남은 형기만 채우면 되지만, 개방처우 제한 같은 교도소 내 징계는 감수해야 합니다.

이론이 아니라 실제로 굴러가는 원칙입니다. 2023년 1월, 살인죄로 종신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수감자가 독일 레겐스부르크 법원에 출석했다가 접견실 창문으로 도주해 며칠 뒤 프랑스에서 붙잡혔는데, 탈주 자체로는 기소되지 않았습니다.

독일만의 별난 규정도 아닙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도 비폭력 단순 탈옥은 처벌하지 않습니다. 다만 분위기가 영원하리란 보장은 없는데요. 네덜란드에서는 2024년에 탈옥을 범죄로 만드는 입법이 추진됐고, 의회는 최대 4년형까지 요구했습니다. 멕시코도 원래는 단독 탈옥을 처벌하지 않는 나라였습니다. 마약왕 '엘 차포'가 2015년 최고 보안 교도소를 터널로 빠져나갔을 때도 당시 법으로는 탈옥 자체를 기소할 수 없었죠. 하지만 이 사건의 여파로 2017년 형법이 개정돼 지금은 탈옥에 6개월에서 3년의 징역이 부과됩니다.

반대편 극단은 미국입니다. 연간 약 2,000건의 탈옥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대부분 최소보안 시설에서 그냥 걸어 나가는 수준입니다), 네브래스카주에서는 비폭력 탈옥을 한 티머시 클라우슨이라는 수감자가 탈옥·절도·도주 혐의를 합쳐 80~140년의 추가 형을 선고받은 사례도 있습니다. 같은 행동이 어느 나라에서는 '자연스러운 본능'이고, 어느 나라에서는 100년짜리 중범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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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까지 파리에서는 여성이 바지를 입으면 불법이었습니다: 독일은 탈옥을 해도 불법이 아닌데 옆 나라 프랑스에서는 바지만 입고 다녀도 불법이었던 시절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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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yungnam의 프로필 이미지

    Hyungnam

    0
    약 11시간 전

    In Mexico, a prisoner who escapes is simply returned to finish their previous sentences once caught. Because he already had massive, pending charges for organized crime, murder, and drug trafficking, prosecutors did not need to pursue the lesser offense of prison escape.

    ㄴ 답글
  • Rabiu의 프로필 이미지

    Rabiu

    0
    약 4시간 전

    신기하네요ㅎㅎ 한국이랑 일본은 증거인멸법이 타인의 범죄 증거를 인멸한 경우에만 적용되고, 스스로 자기 범죄의 증거를 없애는 것은 방어권으로 보고 있다고 알고 있어서 비슷한 원리인가 싶네요 찾아보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도 동일하군요. 역시나 미국은 예외이고…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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