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선 치마보단 바지를 입는 게 좋습니다. 군인이 그럼 바지를 입지, 치마를 입나,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바지를 입는 게 꼭 당연한 일은 아닙니다.
로빈슨 크루소가 된 상상을 해 봅시다. 입고 있던 옷이 다 해져서 새로 옷을 지어 입어야 합니다. 이 때 구독자 님은 바지를 만드시겠습니까, 치마를 만드시겠습니까? 저라면 치마를 만들어 입겠습니다. 만드는 법이 훨씬 더 간단하기 때문입니다.
고대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문명을 막론하고 치마 형태의 옷이 먼저 개발되었으며, 필요에 따라 뒤늦게 바지가 발명되었습니다. 그 필요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말타기입니다. 치마를 입고 말을 타는 것을 상상해 보면 허벅지가 엄청나게 쓸릴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에도 원래는 치마를 입는 것이 기본적인 복장이었습니다. 춘추시대의 가장 중요한 무기는 전차로, 전차를 천 대 갖고 있으면 천승지국, 만 대 갖고 있으면 만승지국 하며 국력을 가늠했습니다. 이 전차에는 보통 세 명이 탑승해 운전, 활 쏘기, 백병전의 역할을 나눠 수행합니다. 당연히 이 세 병사는 치마를 입었습니다.
그러다 전국시대 조나라의 무령왕이 이것을 깨뜨리는 혁신을 가져 옵니다. 북방 유목민족들의 전투 방식을 받아들여 한 사람의 병사가 홀로 말을 타고 달리며 활도 쏘고 싸우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선 그 때 당시의 치마 기반 복장 대신 바지 기반의 유목민족의 옷을 입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른바 ‘호복기사’의 탄생이었는데, 오랑캐의 옷을 입어서는 안 된다는 대신들의 반발에 크게 부딪힙니다. 하지만 무령왕은 반대하는 태자를 폐위하는 초강수까지 두면서 호복기사의 도입을 밀어 붙였고, 결과적으로 조나라의 군사력은 크게 증강되어 전성기를 맞이하고 영토를 넓힙니다.
고대 유럽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바지를 입는 것은 야만인의 문화라는 의식이 팽배했습니다. 하지만 로마가 제국으로 발전해 가며 험난한 환경에서 이민족들을 상대하던 군인들로부터 바지가 점차 받아들여졌고 후에는 민간인들에게도 문화가 퍼지게 됩니다.
군인들로부터 시작된 문화인 만큼, 유럽 여성들은 계속해서 치마를 입었습니다. 그러다 여성들에게까지 바지가 퍼지게 된 계기는 바로 자전거였습니다. 말타기 때문에 바지가 생겨났던 것처럼, 자전거가 인기를 끌자 여성들도 자전거를 타기 위해 바지를 입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이후 산업혁명을 계기로 노동에서의 편의성 때문에 바지는 더욱 퍼져 나가게 됩니다.
남성들의 영역에 여성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꼬왔는지 1800년 파리에서는 여성의 바지 착용을 금지하는 조례가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특정 직업에 여성이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한 시도였다고 분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1892년과 1909년, 자전거 핸들이나 말 고삐를 잡고 있는 동안은 여성도 바지를 입는 것이 허용된다고 수정됩니다. 한데 이후 모든 사람들이 이 법을 잊기라도 한 것인지, 2013년에 들어서야 완전히 폐지가 됩니다. 즉 2013년 전에 파리 여성들은 웬만하면 범죄를 저질러 본 셈입니다. 이 링크는 마침내 바지를 입을 수 있게 된 파리 여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BBC의 당시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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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123
오늘내용너무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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