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님은 <듄> 시리즈 좋아하시나요? 저는 정교하게 짜놓은 세계에 환장하는 사람이라, 듄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듄에는 사막 행성의 생태계에 관련된 매력적인 설정이 많습니다. 사막 행성에는 '샤이 훌루드'라고 하는 거대한 벌레가 살고 있는데, 이 벌레는 규칙적인 진동을 느끼기 때문에 행성 원주민들은 벌레에 잡아 먹히지 않기 위해 불규칙적인 걸음걸이로 움직입니다. 반대로 샤이 훌루드를 유인할 때에는 장치를 이용해 모래에 규칙적인 진동을 퍼뜨립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재밌게도 현실 속 지렁이의 특성과 닮아 있습니다.
위 동영상의 갈매기들이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는 이유는, 저렇게 땅을 두드리면 지렁이들이 머리를 내밀기 때문입니다. 갈매기는 이렇게 밖으로 나온 지렁이를 잡아 먹습니다. 지렁이들이 밖으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두 가지 가설이 있는데, 하나는 지렁이를 잡아먹는 두더지의 움직임이 연상되어 도망 나온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비가 오는 것과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저는 후자 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지렁이를 낚는 것은 갈매기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영국에서는 매년 'World Worm Charming Championships'라는 대회가 열립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30분 동안 최대한 많은 지렁이를 유인해내야 합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전략은 나무 막대기를 땅에 꽂아 놓고 막대기를 두드리거나 문질러서 진동을 내는 방법으로, 앞서 말한 듄을 연상케 합니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2009년 당시 10살이던 소피 스미스 양이 갈퀴를 땅에 꽂고 막대기로 쳐 진동을 일으키는 클래식한 방법으로 30분 간 567마리의 지렁이를 낚은 것이 최고 기록이라고 합니다.
혹시 영국에 갈 일이 있으시다면 도전해 보시는 게 어떤가요? 갈매기 춤으로 우승을 차지하고 페퍼노트를 샤라웃해주시길 바라보겠습니다.
더 알아보기
Wikipedia, Worm charming
Kenneth C. Catania, Worm Grunting, Fiddling, and Charming—Humans Unknowingly Mimic a Predator to Harvest Bait
Guiness World Records, Most worms charm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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