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는 원래 주황색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홍학은 원래 분홍색이 아니다

2026.07.24 | 조회 379 |
0
|

전 제 피부가 까무잡잡한 줄로만 알고 자랐는데요, 성인이 되고 땡볕에서 뛰노는 일이 없어지니까 피부가 그렇게 검은 편이 아니더라고요. 그저 잘 타는 피부였을 뿐인데, 어린 시절 내내 뛰어 놀아서 제 피부가 원래 흰 편인지 몰랐습니다.

우리 식탁에도 이렇게 원래 가진 색과는 다른 색으로 인지되는 친구가 있습니다. 연어 하면 떠오르는 그 먹음직스러운 주황빛, 워낙 상징적이어서 영어로는 Salmon이 색 이름을 가리키기도 하는데요. 사실 연어는 원래 이런 색이 아닙니다. 연어는 참치와 같은 붉은살생선이 아니라 광어와 같은 흰살생선입니다.

피그마에서 소개하는 Salmon 색상. 그런데 연어는 원래 이런 색이 아니라 회색이라고요?
피그마에서 소개하는 Salmon 색상. 그런데 연어는 원래 이런 색이 아니라 회색이라고요?

'카로티노이드'라는 색소가 있습니다. 떡볶이를 먹고 나면 플라스틱 용기에 남는 빨간 얼룩이 바로 카로티노이드로 인한 것입니다. 자연에서는 새우, 게, 크릴, 미세조류 같은 것들에서 카로티노이드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시로 든 생물들 모두 붉죠? 야생 연어는 크릴이나 새우 같은 먹이를 부지런히 먹으며 살에 이 색소를 차곡차곡 쌓아 그 주황빛을 완성합니다. 연어 스스로는 이 색소를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오로지 먹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연어가 이런 먹이들을 먹지 않는다면 주황색을 띠지 않습니다.

그럼 좁은 양식장에서 사료만 먹고 자라는 양식 연어는 어떨까요? 이 친구들은 크릴이나 조류를 먹을 일이 없으니 내버려 두면 살이 회색을 띱니다. 그런데 소비자 입장에서 연어 회를 주문했더니 회색 고기가 나왔다면 별로 먹고 싶지 않겠죠. 그래서 양식업자들은 사료에 카로티노이드를 따로 섞어 먹입니다.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을 쓰기도 하고 색소를 잔뜩 품은 미세조류에서 뽑아내 쓰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그동안 드신 주황색 연어 고기는 자연산이거나 색소를 따로 섞은 고기였던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이와 관련해 소송도 있었습니다. 2003년, 대형 마트들이 양식 연어에 색소가 첨가됐다는 사실을 표시하지 않았다며 소비자들이 소송을 걸었고, 지금은 매장에서 '색소 첨가(color added)'라고 고지하게 됐습니다.

이렇게 먹이 때문에 다른 색을 띠는 동물이 또 있습니다. 바로 플라밍고, 홍학입니다. 홍학도 조류와 새우에 든 카로티노이드 때문에 깃털이 분홍색이 됩니다. 다만 카로티노이드 중에서 연어는 주로 '아스타잔틴'이라는 색소, 홍학은 주로 '칸타잔틴'이라는 색소의 영향을 받는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연어 양식장처럼, 동물원에서도 홍학에게 먹이를 따로 챙겨 줍니다. 카로티노이드를 섭취하지 않으면 홍학에게서 점점 흰 깃털, 회색 깃털이 돋아납니다.


홍학 얘기가 나온 김에 덤으로 하나 더. 지구상에는 진짜 홍학보다 플라스틱 홍학이 더 많습니다. 1957년 미국의 돈 페더스톤이 디자인한 분홍 플라스틱 잔디 장식은 2018년까지 누적 2천만 개 넘게 팔렸고(보통 두 마리 한 쌍으로 판다고 하니 실제 개체 수는 더 많을 것입니다), 지금도 매년 꾸준히 팔리고 있습니다. 반면 전 세계 야생 홍학은 여섯 종을 다 합쳐도 대략 350만~460만 마리 수준입니다.

돈 페더스톤과 플라스틱 홍학
돈 페더스톤과 플라스틱 홍학

자몽의 색은 원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색이 아닌데, 감마선을 맞고 지금 같은 색이 됐다는 얘기를 페퍼노트에서 전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복습해봐도 재밌겠어요. 겸사겸사 회색 헐크 이야기도요.


이렇게 연어에서 시작해 홍학, 플라스틱 장식, 자몽 얘기까지. 지식 하나를 잡아당기면 엉뚱한 데서 뜻밖의 지식이 줄줄이 딸려 나오는 재미가 있는데요. 이런 '지식 타고 타는 재미'를 더 느끼고 싶으시다면 funfact.wiki 도 방문해 보세요. 페퍼노트를 위키의 형태, 숏폼의 형태로 만든 새로운 웹사이트입니다. 같이 알고 있는 펀팩트를 나누고, 링크를 타고 타며 다른 지식으로 나아가 보자고요.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페퍼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페퍼노트

당신의 삶에 양념 같은 지식을! '그런 건 어떻게 알았어?' 할 때 '그런 것'들을 전해 드립니다.

뉴스레터 문의pppr.note@gmail.com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