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에 있는 링크는 대체로 소리가 나는 영상으로 연결되니, 회사에서 몰래 보고 있으시다면 음량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총에 맞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거나, 폭발에 휘말려 날아가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장면들에서 똑같은 비명 소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1951년 영화 '북을 울려라(Distant Drums)'에는 군인들이 늪을 헤치고 가다가 악어에게 물려 물 속으로 끌려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장면에 들어갈 효과음으로 'Man getting bit by an alligator, and he screams.'라는 제목의 레코드가 녹음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음향 효과를 만드는 비용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 비명은 워너 브라더스 사에서 영화를 만들 때 곧잘 재사용되었습니다.
벤 버트라는 10대 소년은 많은 영화에서 똑같은 비명 소리가 난다는 걸 알아챘습니다. 그가 자라서 영화 제작 석사 학위 과정을 밟을 때, 그는 친구 리차드 L. 앤더슨과 몇몇 프로젝트에 장난스럽게 그 비명 소리를 삽입했습니다. 그들은 이 비명 소리를 '빌헬름 비명'이라 불렀습니다. 1953년 영화 'The Charge at Feather River'에서 허벅지에 화살을 맞는 빌헬름 일병이 이 비명 소리를 냈기 때문입니다.
졸업 후 벤 버트는 한 영화의 사운드 디자인을 맡게 됩니다. 전투 장면에서 비명 소리가 필요했는데, 벤 버트는 빌헬름 비명을 삽입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는 친구 리차드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참여한 영화에 빌헬름 비명을 집어 넣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벤 버트가 참여한 이 영화는 바로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벤 버트와 리차드 L. 앤더슨은 영화에 빌헬름 비명을 집어 넣고 어디에 집어 넣었는지 서로 찾아보곤 했습니다. 다른 사운드 디자이너들도 이 장난에 동참하면서 정말 많은 영화에 빌헬름 비명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토이 스토리', '캐리비안의 해적', '레이더스', '배트맨 2', '베놈', '알라딘', '저수지의 개들', '아바타', '킬 빌',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데드풀 2', '미션 임파서블 2', '맨 인 블랙', 한국 영화인 '범죄도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디워'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영화에 나오기 때문에 살면서 빌헬름 비명을 한 번도 안 들어 봤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게임에도 곧잘 등장하는데 '갓 오브 워 3', '더 라스트 오브 어스', '더 위쳐 3: 와일드 헌트' 등에 등장하고, 작년도 최고의 게임인 '발더스 게이트 3'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비슷한 예시로 '하위 롱의 비명'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역시 '스타크래프트', '하프라이프 2',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2', '은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 다양한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있는 비명 소리입니다.
한국인 한정으로 이 두 비명보다 더 익숙할 수도 있는 비명 소리가 있습니다. '무릎팍도사'에서 효과음으로 곧잘 쓰이던 비명 소리입니다. 이 비명 소리는 미국 뮤지션 Beck의 'Lord Only Knows'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Beck이 샘플링 잘하기로 유명한 뮤지션입니다. Lord Only Knows에 나오는 비명 소리도 사실은 Mike Millius의 'Lookout for Lucy'에서 샘플링 해온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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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볼 링크
워싱턴 포스트 'How the Wilhelm scream became Hollywood’s ultimate ‘secret’ sound effect'
유튜브 '지무비 : G Movie' 채널 '절대 상상도 못했을 영화 속 소리들의 충격적인 비밀들..ㅎㄷㄷ (feat. Ye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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