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의 질문, 궁금했던 적 있으신가요? 저도 어릴 때부터 궁금했던 점인데, 이 질문을 그대로 제목으로 삼은 논문이 있어 그 내용을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몸은 단순히 자극을 받는 대로 받고 신호를 보내는 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닙니다. 재밌게도 '예상'이 늘 함께 합니다. 시각을 예로 들면, 단순히 물체에서 반사된 빛이 눈을 통해 들어오고 그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반대로 뇌는 '저기에 어떤 물체가 있으니, 아마 저기에서는 어떤 신호가 눈을 통해 들어올 것이다'라는 예상을 함께 합니다.
뇌는 수시로 예상을 하고 예상이 자극과 일치하는지를 검증하면서 세상을 인식합니다. 예상과 자극이 일치한다면 뇌는 특별히 신경을 쓰지 않고, 어긋난다면 그 차이에 주목합니다. 저는 헤비메탈을 들을 때 곧잘 졸리곤 하는데, 아무리 시끄러워도 같은 기타 리프가 반복되면 편안해지기 때문입니다. 뇌가 자극에 반응하는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예상 매커니즘 덕분에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일으킨 변화에 놀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눈을 통해 들어온 자극 그대로 세상을 본다면 달리기를 할 때 온 세상이 흔들린다고 느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뇌가 '달리고 있으니 눈을 통해 들어오는 상도 그에 맞춰 흔들릴 것이다'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이 흔들리는 것을 무시할 수 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간지럼은 뇌의 예상을 벗어난 촉각 자극에 대해 나타나는 반응 중 하나입니다. 달리기를 할 때 흔들리는 것을 예상하듯이, 스스로를 간지럽힐 때에도 어떤 촉각 자극이 올지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뇌는 예상대로 들어온 촉각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 간지럽힐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논문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습니다. 만약 스스로를 간지럽힐 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제대로 예상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요? 이들은 스스로를 간지럽힐 수 있지 않을까요?
논문에서는 이런 예상 시스템이 고장나는 병이 조현병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조현병의 몇 가지 증상을 생각해 봅시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기 몸이 외부의 힘에 조종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손가락을 움직일 때, 뇌는 손가락을 움직이라는 신경 신호를 보냄과 함께 이 신경 신호로 인해 몸이 어떤 식으로 움직일 거라는 예상을 함께 합니다. 만약 예상 시스템이 고장났다면,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인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또 조현병 환자들은 환청을 겪기도 합니다. 사람이 생각을 하다 보면 마음 속으로 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음 속으로 하는 말을 스스로 예상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에게는 어딘가에서 자기를 조종하는 이상한 목소리가 있다고 생각할 법도 합니다. 예상 시스템이 고장났다는 가설이라면 조현병의 증상들을 얼추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환청을 듣거나 몸이 조종당하는 것 같은 증상을 겪어 본 조현병 환자들이 스스로 간지럼을 태울 수 있는지 실험했습니다. 그 결과 이 환자들은 남이 간지럽힐 때와 스스로를 간지럽힐 때 뇌의 반응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조현병 환자들은 스스로를 간지럽힐 수 있습니다.
물론 이 하나의 논문으로 조현병의 비밀이 풀렸다고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심오한 정신병에 대해 명료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검증하는 실험까지 설계한 점이 제게는 흥미롭게 느껴졌던 논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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