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 속 그림들은 뭘 그린 걸까

우산 든 사람은 누구고 8월이 왜 공산인 거죠

2026.10.16 | 조회 4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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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카드는 16세기 포르투갈 상인들과 함께 일본에 들어왔습니다. 일본인들은 이를 현지화하여 '덴쇼카루타'를 만들었습니다. 에도 막부가 카드 도박을 금지하자, 일본인들은 막부의 눈을 피해 덴쇼카루타에서 숫자를 감추고 대신 열두 달을 상징하는 꽃을 그린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현재 우리가 화투를 할 때 쓰는 카드의 원형인 하나후다(花札), 꽃 카드입니다.

덴쇼카루타. 사진 김시덕 교수(https://www.khan.co.kr/article/201606172132005)
덴쇼카루타. 사진 김시덕 교수(https://www.khan.co.kr/article/201606172132005)

지금은 게임 회사로 유명한 닌텐도도 1889년 교토에서 하나후다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열두 달을 상징하는 꽃 그림을 보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그림들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그림들의 정체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8월을 상징하는 공산
8월을 상징하는 공산

먼저 8월을 상징하는 공산을 보겠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굉장히 이상합니다. 공산, 말 그대로 비어있는 산인데요, 여기에 꽃 그림이 어디에 있을까요? 그리고 왜 비어있는 산이 8월을 상징한다는 걸까요?

이건 오리지널 8월 패를 보면 단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첨부 이미지

원래 이 그림은 비어있는 산을 그린 게 아니라 음력 8월의 억새밭을 그린 것입니다. 손으로 찍어 인쇄하던 시절, 먹이 엉겨 가는 억새를 표현한 세세한 무늬가 뭉개져 사라졌고, 검은 산으로 나온 패가 퍼진 것입니다. 특히 1950년대 한국에서는 플라스틱 화투 패를 만들며 단가를 낮추려고 그림을 단순화하고 4가지 색만 썼기 때문에 검은 산으로 뭉개진 디자인을 선호하였고, 지금의 공산 그림이 자리 잡았습니다.

다음은 9월 국진의 열끗입니다. 꽃은 국화인데, 한가운데에 떠 있는 요상한 물체는 도대체 무엇일까요?

첨부 이미지

이건 사카즈키라고 부르는 일본 술잔입니다. 가운데에 쓰인 글자는 목숨 수(壽) 자입니다.

사카즈키
사카즈키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는 국화를 띄운 술을 마시며 장수를 비는 풍습이 있는데, 이를 표현한 그림인 것입니다. 일본에서 화투로 하는 놀이 중 '코이코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 놀이에선 이 술잔을 벚꽃 그림이 그려진 삼광과 모으면 꽃 구경하며 한 잔 한다는 뜻의 '하나미자케', 달이 그려진 팔광과 모으면 달 구경하며 한 잔 한다는 뜻의 '쓰키미자케'라는 족보가 됩니다.

한국에서 12월을 상징하는 버드나무, 비는 일본에선 11월을 상징합니다. 일본과 달리 한국에선 버드나무 꽃이 오동나무 꽃보다 나중에 피어서 둘이 뒤바뀌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비광에는 사람 그림이 들어가기 때문에 화투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에는 이 인물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가 곧잘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비광 속 인물은 10세기 헤이안 시대의 서예가 오노노 미치카제입니다. 일본 서예의 기틀을 닦은 세 명필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람입니다.

글씨가 늘지 않아 낙심하던 미치카제가 빗속을 걷다가 개구리 한 마리를 봤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가지에 닿으려고 몇 번이고 뛰어오르는 개구리였는데, 결국 가지에 올라타는 걸 보고 '노력하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비광 그림을 보면 사람과 함께 개구리도 그려져 있습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에서 유명한 일화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어머니가 불을 끄고 떡을 썰 동안 글씨를 써야 했던 한석봉의 이야기처럼요.

이외에도 화투 패에는 많은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난초로 알고 있는 5월의 그림은 사실 제비붓꽃이고, 5월 열끗에 그려진 다리는 한 전설 속에서 5월에 다리가 완성되자 다리를 완성한 여인이 죽어 제비붓꽃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상징합니다. 10월 열끗의 사슴은 고개를 홱 돌리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일본에서는 사슴의 10점 패를 뜻하는 '시카토(シカト)'가 '못 본 척 무시하다'라는 뜻을 담은 속어로 쓰인다고 합니다. 아, 왜 사슴이 단풍과 엮이는지는 '일본에서는 토끼가 새고 오리, 멧돼지가 물고기?'에서 소개드린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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