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를 청룡의 해라고 부르는 것을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언제부터 무엇을 근거로 이런 얘기가 생긴 것일가요?
동아시아 율력 체계에서는 10개의 천간과 12개의 지지를 조합하여 60개의 간지를 번갈아가며 사용합니다. 고대 중국에서는 하늘에 10개의 태양이 있다고 믿었는데, 이 10개의 태양에게 붙인 이름이 천간입니다. 이 10개의 천간에 음양오행이 결부되어 각 천간마다 상징하는 색상이 있습니다. 올해는 갑진년이고 천간 갑이 상징하는 색상은 푸른색이기 때문에 청룡의 해라는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천간은 10년에 한 번, 지지는 12년에 한 번, 그 둘을 조합한 간지도 60년에 한 번 규칙적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특별히 '청룡'이나 '황금 돼지' 같은 것이 귀하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물론 말도 안 되고 역술 계에서도 딱히 근본 없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근래의 문화로, 아마 2007년 '황금돼지해'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기업들이 새해마다 꾸준히 이어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황금돼지해에는 재물운이 따른다고 하여 2007년 베이비 붐까지 일어났었는데, 심지어 2007년은 황금돼지해도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천간을 따져 보면 2007년은 붉은 돼지의 해입니다.
12개의 지지에 대해서 우리는 흔히 동물들을 엮어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지지에는 하늘을 상징하는 천간과 대응하여 땅을 상징하는 의미가 있었을 뿐 동물 상징과는 엮여 있지 않았습니다. 지지는 중국 은나라 말기 갑골문자에 처음 등장하는데, 한나라 때 가서야 방위, 시간에 대응이 되었고, 그보다 훨씬 뒤에 열두 동물과 대응됩니다.
처음부터 각 지지에 동물이 엮여 있는 채로 다른 나라에 수출된 게 아니라 먼저 수출된 뒤 동물들이 엮였다 보니 다른 나라에선 십이지가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예전 페퍼노트에서 알아봤던 이유로 인해 '미'는 나라에 따라 양이기도 하고 염소이기도 합니다. '인'은 한국인에게 호랑이이지만 중앙아시아에서는 표범입니다. '묘'는 한국인에게 토끼이지만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고양이를 의미합니다. '진'은 한국인에게 용이지만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는 나가, 네팔에서는 독수리, 인도에서는 갈매기, 중앙아시아에서는 달팽이입니다. 이란에는 '진'이 نهنگ이라는 단어로 번역돼 들어 왔는데, 이 단어가 악어, 하마, 상어, 바다뱀, 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을 의미했던 바람에 현재는 고래로 정착되었다고 합니다. 올해가 인도인들에게는 푸른 갈매기의 해가, 이란인들에게는 푸른 고래의 해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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